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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아기띠를 하고 비를 피하며 오도가도 못 하고 있던 엄마, 그 엄마에게 우산을 건네주고 자신은 비를 맞으며 사라진 60대 남성이 있었다. 우산 덕분에 아기는 비를 맞지 않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감동 받은 엄마는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시 모란역 인근에서 벌어진 일이다. 

아기 엄마 안OO(34)씨가 <오마이뉴스>에 제보한 사연은 이렇다. 
 
 7월 23일 경기도 성남시 모란역 인근에서 비를 피하던 아기와 엄마가 건네받은 아이보리색 우산.
7월 23일 경기도 성남시 모란역 인근에서 비를 피하던 아기와 엄마가 건네받은 아이보리색 우산. ⓒ 제보자 안OO씨 제공
 
장마기간이라 종일 집에만 있다가, 7월 23일 오후에 비도 안 오고 날이 선선하길래 생후 8개월 아기를 아기띠에 두르고 산책을 나갔습니다. 동네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더라고요. 당장 편의점은 보이지 않고 아기를 안고 있는 상황이라 뛰어갈 수도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길거리 한 식당 앞에 서서 우선 비를 피했습니다.

한참을 서서 언제 그칠지 모르는 비를 피하고 있던 중에 갑자기 60대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께서 '우산 쓰고 가라'며 건네주셨습니다. 바로 '괜찮다'고 정중히 거절했지만 그냥 건네주셨어요. 그분은 쏟아지는 빗속으로 달려가셨어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감사하다는 인사도 못 드리고 얼떨결에 우산을 건네받았습니다. 그분이 혹시 주변 가게 사장님이 아닐까 하고, 우산을 어떻게 돌려 드려야 하나 생각하며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손에는 포장된 물건을 들고 있었는데, 근처 가게로 들어가시는 게 아니라 길 끝 멀리 사라자시는 걸 봤습니다. 

아기 엄마를 더 감동케 한 일은 아저씨가 사라지고 난 뒤 벌어졌다.

우산을 살펴보니 집에서 미리 챙겨 나온 게 아닌, 폭우 때문에 급히 편의점에서 구매한 새우산이었던 것. 태그가 그대로 달려 있었다. 안씨는 "얼마 뒤 소나기가 멈추긴 했는데, 그분께서 우산을 제게 건네주실 때는 폭우가 쏟아지던 중이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젖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저씨의 도움 덕분에 안씨와 8개월 아기는 비를 맞지 않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안씨는 2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비를 피하는 아기와 엄마를 보고 지나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분은 따뜻한 마음으로 신경 써주셨다"며 "사실 아기를 키우면서 주변 시선 등 조심스러울 때가 많은데 이렇게 도움을 받아 '아직은 세상이 따뜻하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께서 나눠주신 감사한 마음을 잘 간직해 아이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키우겠다"라며 "7월 23일 오후 3시 20분께 경기도 성남시 모란역 인근에서 아이보리 GS(편의점 PB제품) 우산 주신 그 분께 꼭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폭우#집중호우#감동#우산#모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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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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