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대 교수와 직원들이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에게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인정하고 희생자에게 추도문을 보내라고 요청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6일 도쿄대 교직원들은 고이케 지사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요청문을 처음으로 제출했다.
이 요청문에는 일본의 조선인 강제연행과 학살 문제를 연구하는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도노무라 마사루 교수, 이치노카와 야스타카 교수 등 83명이 이름을 올렸다.
도쿄대 교수들 "고이케 지사, 애매한 말로 확정된 학설 훼손"
이들은 요청문에서 "고이케 지사가 '학살의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지 않는 애매한 회답밖에 언급하지 않으면서 평가가 확정된 학설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나 재해 발생 시 외국인을 경계하는 소문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라며 "차별과 편견을 배경으로 한 살해의 역사적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쿄도가 내세우는 인권 존중, 다양성 추진에도 부합한다"라며 조선인학살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낼 것을 요청했다.
이치노카와 교수는 전날 도쿄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학살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이 도쿄대의 공식 견해"라며 "행정은 실제로 일어난 사실에 근거해 집행하는 것이 당연하며, 확정된 역사적 사실과 학설을 부정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일본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실행위원회도 내달 1일 도쿄도 스미다구에서 열리는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에 고이케 지사가 추도문을 보내 달라고 도쿄도에 공식 요청했다.
7년째 추도문 안 보낸 고이케 지사 "변함없을 것"
지난달 7일 치러진 도쿄도 지사 선거에서 승리해 3선 임기를 시작한 고이케 지사는 취임 첫해인 2016년에는 추도문을 전달했으나, 2017년부터 작년까지 7년 연속 보내지 않았다.
고이케 지사는 선거를 앞둔 지난 6월 도쿄도지사 후보자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간토대지진 조선인 추도식에 참석하거나 추도문을 보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간토대지진, 도쿄 대공습 등 다양한 재해와 사건으로 혼란이 있었다"라면서 "대법요(大法要)를 통해 돌아가신 분들께 애도를 표하고 있으며, (추도문으 보내지 않는 방침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자연재해로 숨진 이들과 학살 피해자라는 전혀 다른 두 희생자를 함께 취급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고이케 지사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과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부인하고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등 극우 성향으로 한국과는 악연이다.
일본 수도권인 간토 지방에서는 1923년 9월 1일 대지진으로 10만여 명이 사망하고, 200만여 명이 집을 잃었다. 당시 일본 사회에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방화와 약탈을 저지르고 있다' 등의 헛소문이 퍼지면서 약 6천 명의 조선인과 800명의 중국인이 살해됐다.
일본에서 조선인 학살 관련 공문서와 자료가 여러 건 발견됐으나, 일본 정부는 학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