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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인간이 괴로운 이유는 두 번째 화살이라는 탐진치(貪瞋痴)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탐진치(貪瞋痴)를 없애고, 괴로움에서 벗어나자는 것이 불교의 목표다. 그 방법은 팔정도(八正道)로 친절하게 설명되었다.

그중에서도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수행법(正念)은 지금도 세계 불들에 의해서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알아차리는 수행을 통해서 얻어진 삼매 상태를 자나(jhāna)라고 하는데, 이것이 중국에서는 선(禪)으로 번역되었다.

이 선(禪)이 화두(話頭)를 의심하는 참선(參禪)수행으로 발전되었다. 최근 조계종 진우 총무원장은 선(禪)에 명상(瞑想)이라는 단어를 더하여 선명상(禪瞑想)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그는 선명상을 설명하면서 "인간의 즐거움과 괴로움의 총량은 똑같다", "즐거움이 있으면 반드시 그만큼 괴로움이 생긴다"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이러한 말들은 현재의 즐겁고 괴로운 업은 모두 과거의 업에 기인한다는 말인데, 나는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부처님은 어떤 외도가 "사람이 즐거운 느낌과 괴로운 느낌과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을 경험하는 것은 모두 전생의 행위에 기인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그렇게 말하면 지금 수행하고 깨닫는 일도, 모두 전생에 운명 지어진 것이어서 개인의 노력이 필요 없게 된다고 나무라셨다.

광화문 광장에서 9월 선명상대회 개최
 
 불교TV에서도 소개된 선명상. 배경 이미지로 진우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의 모습이 보인다.
 불교TV에서도 소개된 선명상. 배경 이미지로 진우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의 모습이 보인다.
ⓒ 불교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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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은 '선명상'이라는 것을 만들어 국민들께 제시했다. 그런데 나는 그 과정에서 승가의 동의를 충분히 구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이런 방식으로 수행법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것은 승가의 화합을 깨는 일이 될 수 있다. 우리 불교역사에서 그 어떤 탁월한 선지식도 새로운 명상법을 주장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존중한 까닭이고, 승가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독단적인 행위를 삼가하는 겸손함 때문이다.

오는 9월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제 선명상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다. 오후2시에 '수계법회 및 승보공양 법회'를 진행하고 오후5시부터는 '국제 선명상대회'를 진행하고 오후7시부터는 '국민음악회'를 개최한다. 이날 총무원장은 108가지 선명상 수행법을 제시한다고 한다.

이번 행사에 25억의 예산이 책정되었는데 그 중에 9억은 국가 보조금이라 한다. 전국 사찰에 대형버스 500대를 내려보내는 비용도 수억 원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승 승려가 칠장사 전각을 태우며 사망한 뒤 많은 불자들과 국민들은 종단에 새로운 희망이 싹트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자승이 생을 마감한 뒤 진우 총무원장의 행보는 불자들의 기대에 한참 멀다는 생각이 든다.

수행자에게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는 것과 수행은 다른 것이 아니다. 스님들이 설문조사에서 97%가 자승의 유산을 종단에 귀속시켜야 한다고 했지만(도정, 허정, 진우 스님 등이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에 의뢰, 2월 5일부터 이틀간 스님 3998명에 '종단 현안과 종교편향'을 주제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금까지도 자승의 유산을 종단에 제대로 귀속시키지 못하고 있다.

더 답답한 일은 총무원장의 행보를 보고도 종정스님, 방장스님, 조실스님 등이 묵언수행만 하고 있는 것이다. 총무원장에게 훈계(訓戒)하는 선지식이 없고, 직언(直言)을 하는 총무원의 소임자들도 없다고 생각한다.

조계종의 스님 전체가 겨우 1만 명이다. 만 명의 조계종스님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해서 대중공의(大衆公議)를 모은다면 지금처럼 엉뚱하게 종단이 운영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총무원의 문턱을 낮추어 언제든 종단의 스님들이 의견을 제안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어떻게든 대중공의(大衆公議)로 운영되는 승가를 만들지 않으면 종단의 희망은 없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대한불교조계종 승려이고 법명은 허정(虛靜)입니다.


#광화문#선명상#조계종#명상#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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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승려이고 법명은 허정(虛靜)입니다. 주로 지리산 쪽에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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