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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나고 즐겁게". 아이들과 틈틈이 함께 외치는 구호이다.
"신나고 즐겁게". 아이들과 틈틈이 함께 외치는 구호이다. ⓒ 이서홍
 
나는 올 3월부터 지금까지 인천에 한 방과후 센터(학교가 아닌 외부 돌봄센터이다)에서 보조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해 본 경험도, 관련 지식도 없지만 감사한 기회를 얻어 어쩌다 보니 '교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참 힘들었다. 아이들 때문에 힘든 것보다는 나 때문에 힘들었던 것 같다.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에 관한 고민과 '내가 교사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혼란이 뒤섞이며 내 마음을 흔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주 3일 근무하는 보조교사였고 수년간 이곳에서 근무하신 선생님과 함께 일하다 보니 혼자 끙끙 앓아야 하는 일은 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교사가 아닌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보조'라고 하더라도 응당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는 것이고 아이들에게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부족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나는 잘해야만 해.'

가뜩이나 나는 경험도 경력도 없는 20대 초반에 불과한데,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면 이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느꼈다. 얼마 전까지는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며 배운 점
 
 아이들의 손때가 묻은 인형
아이들의 손때가 묻은 인형 ⓒ 이서홍
 
"미안해."
"괜찮아."

아이들은 실수가 잦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아이'인 것이고 '학생'인 것이다. 어른도 실수한다. 어쩌면 아이들보다 더 실수투성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와 어른의 차이라면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이다.

내가 근무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이 실수하고 다투는 일은 빈번하다. 물을 엎지르기도 하고, 뛰다가 실수로 다른 친구의 발을 밟기도 한다. 또는 다소 직설적인 화법으로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실수는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반드시 '사과'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 즉시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한다. 또한 용서한다.

나는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늘 스스로를 돌아보고는 한다. "미안해"라는 한 마디가 왜 그리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나는 실수를 쉽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떤 때는 변명거리를 찾기 바빴고 어떤 때는 모른 척 넘어가기도 했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그들이 자연스레 나를 이해하고 넘어가 주길 바라서였을 수도 있다.

초등 아이들과 함께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표현하기'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마음, 그 마음에 보답하듯 용서하는 모습. 그리고 사소한 것에도 기뻐할 줄 아는 용기.

나는 그동안 용기가 부족했고 사과와 용서가 부족했다. 부족함 투성이인 어른이었다. 그래도 괜찮다. 어른이라고 해서 다 완벽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배운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요즘, 그 말이 어떤 무엇보다 이해된다. 나도 끊임없이 배우고 반성하다 보면 오늘보다 내일이 나은 어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니,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어른#아이#배움#방과후학교#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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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홍입니다. <스물셋 손자와 여든셋 할머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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