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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고통의 화탕지옥 벼랑으로 내몬 자, 누구인가.
순식간에 가족들과 애끓는 이별의 나락으로 끌어당긴 자, 누구인가.
이윤에 눈이 멀어 불법파견을 확대 조장하고 중대재해의 심각성을 숨기기에 바빴던 대한민국 정부와 원청 아리셀과 파견업체 메이셀 자본이 나를 죽였다.
(너희가 나를 죽였다 中 - 신경현 시인)
 
 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노동자 시민 추모제’가 열렸다.
 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노동자 시민 추모제’가 열렸다.
ⓒ 임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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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넘도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요원한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이 서울 도심에서 노동자·시민들과 만나 위로를 받았다.

8일 오후 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노동자 시민 추모제'가 민주노총과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아래 가족협)·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 주최로 열렸다.

4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참사 발생 46일이 지나도록 유가족·피해자들과의 교섭 책임을 피하고 있는 원청 아리셀·에스코넥과 이주노동자 불법파견 실태를 파악하려 하지 않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이뤄낼 것을 다짐했다.

추모제는 사측과 정부의 책임을 꾸짖는 시 낭송을 시작으로 ▲유가족들의 발언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의 위로 및 연대 발언 ▲불법파견 및 이주노동자 산재 문제 발언과 종합예술단 봄날의 합창 공연으로 이뤄졌다.
 
 이순희 가족협 공동대표는 “너무도 보고 싶은 자식을 잃은 부모로서 남은 날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억장이 무너진다”면서 통곡했다.
 이순희 가족협 공동대표는 “너무도 보고 싶은 자식을 잃은 부모로서 남은 날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억장이 무너진다”면서 통곡했다.
ⓒ 임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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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발언에 나선 이순희 가족협 공동대표는 "너무도 보고 싶은 자식을 잃은 부모로서 남은 날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억장이 무너진다"면서, 참석자들과 함께 먼저 보낸 가족을 향해 "보고싶다"고 외치며 통곡했다.

김태윤 가족협 공동대표도 "아리셀은 노무사를 통한 개별 합의와 처벌 불원을 종용하고 있으며, 생전 가족들의 거래 내역서와 통장을 확인해 보니 사측이 근로·임금 자료를 은폐·조작한 게 확인됐다"고 주장하며 박순관 대표의 구속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센터 참사의 유가족인 김선애 씨는 준비한 편지를 통해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센터 참사의 유가족인 김선애 씨는 준비한 편지를 통해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 임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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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난 2020년 4월 29일에 발생한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센터 참사의 유가족인 김선애씨는 "비상 대피로·안전교육 등이 허술해 일어난 인재에 가족을 잃은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한다"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또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도 "자기 일이 아니면 가볍게 여기는 안전 불감증을 방치하면 그 부메랑이 자기 가족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아리셀 참사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23명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아리셀·에스코넥의 박순관 대표를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아리셀 참사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23명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아리셀·에스코넥의 박순관 대표를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임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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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를 겨냥해 이희태 금속노조 미조직전략사업국장은 "아리셀의 메이셀을 통한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이 참사의 근원"이라고 지적했으며,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도 "매년 국내에서 이주노동자 100여 명들이 일하다 죽어가는 현실을 방관해선 안 된다"고 꾸짖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역시 "노동자들의 피로 세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엄중한 처벌을 받은 이들이 없기에 여전히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아리셀 참사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박 대표를 처벌받도록 민주노총이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결의를 밝혔다.
 
 추모제 이후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영정을 들고 참석자들과 함께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까지 행진했다.
 추모제 이후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영정을 들고 참석자들과 함께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까지 행진했다.
ⓒ 임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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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를 마친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영정을 들고 참석자들과 함께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까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이주노동자 안전 대책 수립'등을 외치며 행진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직후 대책위 공동대표인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윤 정부와 사업주들에게 이주노동자들은 '쓰다가 버리는 일회용품'"이라고 규탄하며 "위험한 노동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공민규 가족협 공동대표는 행진까지 함께한 참석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도의 투쟁에도 끝까지 연대해 줄 것을 부탁했다.
 공민규 가족협 공동대표는 행진까지 함께한 참석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도의 투쟁에도 끝까지 연대해 줄 것을 부탁했다.
ⓒ 임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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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발언에 나선 공민규 가족협 공동대표는 "어떻게 싸워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유가족들에게 손을 내밀어 준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들에 깊이 감사하며, 앞으로도 이어질 투쟁에 연대를 끝까지 이어줄 것을 부탁한다"고 인사했다.

한편 오는 11일에 참사 현장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희생자 사십구재'가 열릴 예정이며, 17일에는 희망버스 55대가 곳곳에서 참사 현장으로 달려올 예정이다.
 
▲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노동자 시민 추모제
ⓒ 임석규

 

#아리셀참사#가족협의회#대책위원회#추모제#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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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를 전공한 (전)경기신문·에큐메니안 취재기자. 시민사회계·사회적 참사·개신교계 등을 전담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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