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중증와상장애인인 이건창씨에게 정상운임의 6배를 지불하라고 요구해 장애인인권단체들이 반발하며 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이씨가 소속된 김포장애인자리생활센터 소속 장애인, 활동가들은 '장애인의 항공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에서 한진KAL 본사까지 행진을 하고, 한진 건물 앞에서 다시 한번 항의의 시간을 가졌다.
전하윤 김포장애인야학 권리중심팀장은 이날 "이건창씨는 8월 28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에 참여하기 위해 대한항공 항공권을 편도 160만원에 예매했다. 비용을 모두 지불하고 실제 탑승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160만원 상당의 좌석을 6개 예매해서 눕는 좌석으로 만들어야 하고, 엠블런스 등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1000만 원이 넘는 비용에 이건창씨와 동승하기로 한 장애인들이 환불을 요구하자 약 150여만 원의 취소 수수료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씨는 기대했던 파리행을 포기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버스, 지하철에 이어 비행기까지 비장애인들에게는 평범한 권리가 장애인들에게는 6배의 요금을 부과하고, 넘기 힘든 문턱으로 작용하는 현실이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2024년 파리 패럴림픽에 장애인 특사단을 파견해 장애인 인권, 특히 와상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릴 계획이었으나 대한항공의 무리한 요구에 파견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이동권이란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앞으로도 장애인의 권리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이건창 활동가는 "여행을 가고 싶다, 비행기를 타고 싶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씨는 직접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기자회견과 진정서를 제출한 전장연 활동가와 장애인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진칼 본사 앞까지 약 1시간 동안 이동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시위를 이어갔다. 한진칼 본사 앞에 도착한 일행은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경희 팀장의 사회로 장애인 이동권과 대한항공에 항의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이경희 팀장은 "과거 흑인과 백인 좌석을 나누었던 시절처럼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6배의 항공료를 부과하는 지금의 현실을 황당해하는 시간이 올 것"이라며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서미화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에도 분명히 명시되어 있는 장애인의 이동권리가 보장될 때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장애가 있는 사람일 뿐인데 질병이 있는 것처럼 의료용 베드를 통해서 타야 하니 특수한 상황처럼 이야기하는 건 명백한 차별"이라며 "대한항공은 계속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오늘도 경찰을 동원해 우리의 방문을 막고 있다. 모두가 이동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은혜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김명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연대와 지지발언을 했다.
대한항공의 장애인 차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김포장애인야학에서 마련한 제주도 여행에 참여한 이씨는 처음 탄 비행기 탑승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전하윤 팀장은 "활주로를 오가는 사설 구급차 비용도 15만 원에 일반 좌석 6개를 이어붙여야 한다며 6개의 좌석 구매를 요청해 결국 그 비용을 지불했고, 당시에도 프랑스 파리 가는 비용으로 제주도에 다녀왔다는 말을 했었다"며 "이번 파리 여행을 이건창씨와 다른 중증 장애인 모두가 기대했는데 무산되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장애인언론인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