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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펌프질로 끌어올릴 때 물 한바가지 넣어 펌프에 채우면 밑에 있던 물들이 올라온다. 물을 마중 나가는 물을 '마중물'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정부의 각계사업 이름 앞에 마중물이란 단어가 흔하다. 사업적으로 보면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 사업에 대한 관심을 유도해서도 마중물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 같다.
 
군산시 마중물 희망스터디 사업 포스터 2020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교육사업
군산시 마중물 희망스터디 사업 포스터2020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교육사업 ⓒ 박향숙
 
학원을 운영하는 내가 공기관의 마중물사업에 참여한 건 2020년부터다. 소위 군산시의 '마중물 희망스터디사업'인데, 시의 재정이 더해지고, 학원관계자가 기부 형태로 후원하여 학부모나 학생의 교육비 부담을 현저히 낮추자는 데 그 뜻이 있다. 현재 군산시는 학생 개인당 15만 원 지원하고, 학부모는 2만 원의 자가부담금이 있으며, 나머지는 학원 측에서 후원하여 학생을 지도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코로나19 시기는 전 세계적인 위기였기에, 학생들이 없어서 학원 문을 닫는 폐업이 즐비했던 때다. 시의 교육정책 중 하나였던 이 제도에 대하여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일단 참여학원으로 등록했었다. 막상 코로나가 가장 최고치였던 시절(2020년~2021년)에도 마중물 사업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힉생 수는 두세 명에 불과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수가 늘고 있으니 어쩐 일인가.

학원 운영 20년을 맞이한 올해, 상담 전화 중 빈도수가 높은 것은 신기하게도 '마중물희망스터디' 사업 건이다. 심지어 1년 이상 학원을 잘 다니던 학생들도 그 대상이 되어 공부해야 될 것 같다고 전화를 한다. 내 학원의 경우 학원비가 24만 원이니, 마중물사업으로 받는 공공비용 17만 원을 제외하면 매달 7만 원씩 기부하여 교육하는 셈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 제도에 참여하길 꺼렸다. 그때는 시보조금도 10만 원이었으니 학원 부담금이 너무 커서, 이렇게까지 하면서 학원을 운영해야 하나 하는 회의감도 있었다. 학생 수도 적고, 매달 작성해야 하는 서류도 있고, 코로나 위기에 기부라는 이름으로 학원에서 반 강제성 성격의 시스템을 선택해야 되는가 등, 마음이 좁아지고 슬퍼지기도 했었다. 학원 단체의 임원진이 아니어서 직접적인 이유는 모르겠으나 코로나가 끝나는 지점부터 시 보조금도 오르고, 기존 학원생들의 복귀도 늘어서 이제 학원이 안정이 되려나 싶었다.

그런데 군산시의 인구 감소 폭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02년 군산으로 이사를 왔을 때만 해도 30만 인구를 기대할 정도였는데, 22년 거주 기간 동안 오히려 크게 감소하여 지금은 군산시 인구가 25만 명대로 뚝 떨어졌다. 요즘은 이런 인구 감소가 학령 인구 감소를 뜻하기에, 마중물 희망스터디 사업을 통해오는 학생들의 전화 상담을 잘해서 학원생으로 환영하자는 마음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20대 초반의 청년인 자식들이 둘이나 있고, 공부도 마치지 못한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학원 운영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지 다짐한다.
 
군산시 교육정책 홍보자료포스터 희망스터디에 참여할 학생과 학원 모집안
군산시 교육정책 홍보자료포스터희망스터디에 참여할 학생과 학원 모집안 ⓒ 박향숙
 
군산시의 '마중물 희망스터디' 대상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다. 학원에 오는 학생들은 당연히 학원비의 내역을 잘 알지 못한다. 부모와 함께 와서 기본적인 영어학습 상담을 한 후, 기존반에서 함께 할 정도의 수준이면 합반하고, 아니면 내가 독대하여 일정 기간 동안 교육을 맡는다.

초등학교 때 코로나 시기를 맞았던 중학생들의 영어학력 수준은 현저히 낮은 상태인 경우가 많다. 마중물 사업으로 학원을 오는 대부분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이 있어서 아마도 초등학교 때 영어 공부 역시 공교육에 의존했을 확률이 높은데, 그때 하필 코로나로 인해 초기 영어 학습을 집중적으로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는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 생각이다.

1학기를 마칠 무렵 뜻하지 않게 기존 학부모께서 마중물 희망스터디로 교체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분은 자녀의 숙제를 늘 꼼꼼히 확인하고 매월 학원에서 보내는 편지에도 답장을 주실 만큼 능동적인 학부모 중의 한 분이다. 그런데 마중물 수업에 관한 상담을 할 때는 여느 때와 확연히 다르게 목소리의 톤이 낮고, 주저함이 역력했다. 다행히 여러 경험이 있는 내가 미리 앞장서서 학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상담 기법으로 대화를 했다.

"OO 어머니, 요즘 많이 힘드시죠. 저도 올해는 경제적으로 더 힘드네요. 바로 옆 학교의 학급 수가 3반 밖에 남지 않을 걸 이제야 알 정도로 제가 무감각하게 살았나봐요. 어머님들께서 저의 학원을 많이 홍보해주시고 오랫동안 자녀를 맡겨주셔서 그냥 편안하게만 학원을 운영했었어요. 그런데 힘이 들 때,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해결할 수 있어요. 마음으로만 담아두시면 해결책이 없고, 그러면 자녀에게도 불편한 마음만 전달돼요.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우리가 부모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자녀가 공부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일이죠. 걱정 마세요, 제가 군산에 와서 가장 많이 활동한 부문이 학원 운영과 지역 봉사거든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분명 많을 거고요, 이 마중물 사업도 그중의 하나이니, 마음을 무겁게 하지 마세요."

"원장님은 자원봉사 많이 하시는 거 알고 있어서, 제 입장을 이해해 주실 거라 생각했어요. 동사무소에 갔는데 우연히 이런 제도 있다고 들었고, 그 명단에 우리 학원이 있어서 좋았어요. 아이를 다른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았거든요. 고맙습니다."

전화상담 후, 마중물 사업에 대한 취지와 필수 준비 서류, 그리고 어떻게 시 보조금을 받는지에 대한 내용을 써서 톡 편지를 드렸더니, 환한 미소의 이모티콘과 함께 감사 인사가 왔다.

우연히도, 7월과 8월 사이에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상담 수가 늘어서 정말 군산 경제, 나라 경제에 불안한 신호가 드리워지고 있음을 체감한다. 사람 사는 일이 어디 혼자만의 일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 중에 하나가 마중물 희망스터디 사업에 동참하는 거라면, 언제든 마음을 열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학원 운영으로 내 자식들을 키웠고, 나의 생계가 보장받았던 건 이웃들 덕분이었다. 가깝든 멀든 자영업자를 비롯해 모든 이웃에게 같이 힘내자고 전하고 싶다.

#군산시#마중물사업#희망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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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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