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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는 지난 7일부터 오염수 8차 방류를 시작했다. 이번 방류는 지난달에 이어 올해 들어 4번째다. 오염수 방류량은 기존과 같은 약 7800톤이고 오늘 25일까지 실시된다. 이에 주일중국대사관은 무책임한 해양 방류 조치에 대해 확고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반면 대한민국 정부는 이번 8차 방류가 "배출 기준을 만족한다"고 발표했다.

후쿠시마 지역 어부, 주민 및 국제 사회의 반대에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2023년 8월 시작되었다. 벌써 1년이 지났다. 앞마당에 핵 오염수가 버려지는데도 대한민국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우리나라도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다. 2021년 스가 총리가 해양 방류를 공식 선언하자 국내 여론은 들끓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일본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분노했고 오염수 방류에 결사반대했다. 우리 정부 입장도 여론과 다르지 않았다. 국가 차원의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일본 정부가 방류를 감행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기준치 이하로 안전하다면 방류가 가능하다"로 정부 입장이 선회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기준치 이하 안전성'을 검증해 주었다. 일본 정부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약속했다. 한국 시찰단은 2023년 5월 후쿠시마를 다녀왔다. 그리고 8월 방류는 시작되었다. 일본 정부가 국제 사회를 설득하고 합법화하는 수단으로 한국 시찰단을 이용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정부의 입장이 변하자 시민단체와 학계에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하지만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는 주체는 대한민국 정부다. 정부의 생각이 바뀌었는데 제소 요구는 의미가 크지 않았다. 결국 시민단체가 직접 나섰다. 부산 지역 환경단체들이 부산 법원에 도쿄전력을 상대로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금지 청구 소송을 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환경단체의 청구에 대해 각하 판결을 내렸고, 항소 후 2심 재판부는 올해 7월 17일 기각 판결을 내렸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5차 해양투기 규탄" 2024년 4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핵 오염수 5차 해양투기(2차 연도) 규탄 및 한국 어민 손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회원들이 해배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윤석열 정권이 대일 굴욕외교를 하고 있다며 규탄한 뒤 "핵오염수 해양투기 즉각 중단!", "한국 어민피해 배상" 등을 요구했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5차 해양투기 규탄"2024년 4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핵 오염수 5차 해양투기(2차 연도) 규탄 및 한국 어민 손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회원들이 해배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윤석열 정권이 대일 굴욕외교를 하고 있다며 규탄한 뒤 "핵오염수 해양투기 즉각 중단!", "한국 어민피해 배상" 등을 요구했다. ⓒ 이정민

물론 국내 법원이 청구인용 판결을 내린다고 해서 바로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국제법상 관할권에 따라 간접적인 압박 수단이다. 그 지푸라기도 사라졌지만 말이다. 올해 3월 후쿠시마 주민들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을 상대로 낸 오염수 방류 중단 소송 재판이 시작되었다. 집단 소송 첫 변론에서 원고 중 한 명은 "바다는 쓰레기통이 아니다. 방사능 오염 없이 어업을 계속 하고 싶다"고 외쳤다. 재판 진행 상황을 봐야겠지만 일본 사회 특성상 우리가 바라는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여기서 재판 결과를 떠나 일본 주민들이 집단 소송을 하게 된 배경을 알아보자. 일본 언론, 학계, 야당 및 시민단체들은 오염수 해양 방류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주류 집단은 아니지만 말이다. 한 발짝만 더 가면 '음모론' 이겠지만, 진실은 대개 깨어 있는 소수의 편이다. 2020년 9월 20일 자 마이니치신문은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 중 일본 정부의 방출 기준에 맞는 비율은 27%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2023년 8월 23일 아사히신문도 동일한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ALPS(다핵종제거설비)의 문제점, 교반설비 미흡, 거액의 지원금을 받은 IAEA의 중립성 문제 등이 일본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인류가 겪은 실제적인 원전 사고는 체르노빌 원전과 후쿠시마 원전이다. 전 류큐대학 아가사키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체르노빌보다 더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체르노빌에선 '이주의무'가 된 5mSv/년 이상 오염지역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100만 명 이상 주민이 살면서 생산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의 먹거리 생산 및 유통으로 일본 전토에 내부 피폭이 확산되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남겨진 핵연료는 약 570톤으로 보고된다. 후쿠시마 원자로 내부에는 약 1100톤 이상의 핵연료와 폐기물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오염수 방류를 막을 뾰족한 방안이 없다. 위험과 심각성을 알려도 방류를 중단할 실질적인 방법이 없다. 정부가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모니터링해 보니 안전하다"는 내용을 신뢰하고 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말 그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5년에 한 번씩 선출되는 정부가 책임질 수 있는 사안인지도 모르겠다. 답답한 건 성격상 피해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이게 가능하다면 사법부에 기대해 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도저도 안 된다면 도쿄전력 미국법인을 상대로 미국 연방법원에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미국은 첨단 자본주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집단소송 제도가 성숙된 곳이기도 하다. 미국 집단 소송 관례상 원고의 비용 부담도 적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의 역량도 우리나라보다는 나을 것이다. 물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거라 예상된다. 하지만 무기력하게 손 놓고 있기보다는 조금씩 움직여야 미래가 현실이 된다.

덧붙이는 글 | 김용만 기자는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https://www.planet03.com/) 편집인입니다. 이 기사는 '플래닛03'에도 실렸습니다.


#플래닛03#후쿠시오염수#기각판결#체르노빌원전사고#집단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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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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