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막바지 '명심팔이' 논란으로 최고위원 후보들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재명 후보 뒷담화'로 구설수에 올랐던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12일 "자신이 최고위원이 되면 이른바 '이재명 팔이' 하는 내부 무리를 척결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내놓으면서다.
정 후보는 최고위원 후보 중에도 '이재명 팔이' 무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경쟁 후보들이 강하게 정 후보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다만 일부 최고위원 후보들은 "성역 없이 모든 주제들이 제기되고 토론되는 게 바람직한 모습"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김민석 "지금은 밀정정권, 밀정정치와의 싸움에 당력 집중할 때"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부를 흔드는 이적행위 밀정정치를 척결해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와 천공과의 결별을 선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현재까지 최고위원 후보 중 누적득표율 1위를 달리며 '수석' 최고위원 당선이 유력한 김민석 후보가 먼저 '과열 진화'에 나섰다.
김 후보는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내부를 흔드는 이적행위 밀정정치를 척결해야 한다"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초 정봉주 후보를 겨냥한 내용의 기자회견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실제 김 후보는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
"밀정정권과 밀정정치가 나라의 근본을 흔들고 있습니다. 친일매국주의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독립기념관 광복절 기념식조차 무산되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본질은 친일매국밀정정권입니다. (중략) 윤석열 대통령에게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천공과의 결별을 선언할 것을 요구합니다. 밀정정치를 척결해야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정 후보와 관련해 유독 말을 아꼈다. 그는 "오늘은 밀정정치 척결 얘기가 주제인 만큼 전당대회 관련해서는 투표 참여 호소만 하겠다"며 "민주당은 원칙보다 기득권의 친목과 인연을 중시하던 계보정치로부터 당원이 원칙과 가치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당원주권 집단지성으로 전환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모든 판단은 당원이 하는 것이다. 지금은 일사불란하게 밀정정권, 밀정정치와의 싸움에 당력을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모든 것에 대한 판단은 개별 사안을 포함해 당원들이 할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당원들을 중심으로 정 후보에 대한 사퇴 여론이 일고 있다"는 질문이 이어지자 김 후보는 "당내에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제시되고 토론되고 검증되고 그 과정에서 다수와 소수가 확인되는 게 자연스럽다. 그게 민주주의 정당의 전당대회"라며 "성역 없이 모든 주제들이 제기되고 토론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또 "김 후보가 지적한 '밀정' 속에 정 후보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오늘 주제는 이 정권의 밀정정치가 문제라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시점에 대표와의 거리별로 '군락'을 나누는 것은 과거의 친목 정치적 시각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수위 낮춘 김병주... "정봉주, 김두관 '개딸 전쟁' 발언 비판했었다"
▲정봉주 "'이재명팔이' 무리들 뿌리뽑겠다"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1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팔이'하며 실세 놀이하는 무리들 뿌리를 뽑겠다"고 밝히고 있다. ⓒ 남소연
전날 정 후보의 기자회견 이후 "누가 앞에서 이재명을 팔면서 뒤에서 이재명을 팔아 넘겼냐"며 맹공을 가했던 김병주 후보도 이날은 유독 비판 수위를 낮췄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봤을 때 (정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았다. 후보를 지칭한 것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또 "일부 보수 언론에서 '개딸과의 전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던데 그건 아니다"라며 "정 후보는 '개딸이 민주당을 점령했다'라고 김두관 후보가 얘기하자 아주 강하게 비판했다"고 정 후보를 두둔했다.
그런데 김 후보는 전날까지만 해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앞과 뒤가 다른 자, 오로지 이재명 후보 공격에만 몰두하는 자, 이런 자들이야말로 진짜 이재명 대표를 파는 자 아니냐"며 사실상 정 후보를 직격한 바 있다.
민형배 최고위원 후보 또한 지난 12일 JTBC에 출연해 "(이재명 팔이)라는 단어는 민주당을 공격하는 어휘고 분열의 언어"라며 "이것을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한준호 후보도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가 알고 싶은 건 그게 아니었다. '이재명 팔이' 누가 하고 있나"라며 사실상 정 후보를 겨냥하는 메시지를 냈다.
한편 정 후보는 지난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최고위원이 되면 "명팔이(이재명 팔이) 무리를 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후보는 "당내에 이재명 후보를 앞세워 호가호위하는 세력이 있다. 당을 아끼고 걱정하는 많은 당원들이 (이재명 팔이 무리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관련 기사:
정봉주 "민주당 내부 적 있어... 최고위원 되면 '명팔이' 척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