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반려견 훈련사로서 가장 큰 깨달음은 훈련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에 있었습니다. 보호자와 반려견, 가까이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기자말] |
며칠 전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봤다. 한 남자가 10kg 정도 되는 갈색빛 복실복실한 믹스견을 데리고 길을 걷고 있었다. 헉헉대며 줄을 끌고 있고, 사방을 몸을 곤두세워 보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매우 흥분한 상태로 보였다. 마치 금방이라도 발사할 총을 장전해놓은듯한 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에 건너편에 있는 다른 개를 보고는 맹렬하게 짖어댔다. 그 모습에 줄을 잡고 있던 남자는 목줄을 힘껏 챘다. 그럼에도 개가 짖음이 멈추지 않자, 남자는 발로 개를 차버렸다. 그러자 '깨갱-!' 하더니 개는 이내 짖음을 멈추었다. 이 영상의 댓글들은 어땠을까. "속이 시원하다", "문제견은 저렇게 참교육을 해야 함"이라는 등, 대부분 이 방법이 올바르다는 뉘앙스였다.
소수 댓글은 "저렇게 발로 차서 훈련하는 것이 맞냐." "개가 다칠 것 같다." 같은 우려가 달려있었는데, 이런 댓글들은 대부분 집단 공격을 받았다. 대부분 "개는 개답게 키워야지, 그럼 저런 개를 달래 가며 칭찬하고 간식 주면서 훈련하느냐"란 취지의 내용이었다. 폭력적 방법이 아니냐는 댓글에는 '개빠'와 같이, 개를 무조건 '물고 빠는' 사람들로 비하해 버리는 게 흔한 모습이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와 관심들이 높아지면서 관련 콘텐츠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에 따라 개에 대한 생각의 차이로 인한 많은 논쟁을 보는데, 그중 하나는 개를 훈련하는 데 있어서 폭력적인 방법을 써도 되느냐 아니냐이다. 보통 폭력적인 모습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개는 개답게'가 구호처럼 늘 쓰인다.
사실 반려견 훈련사인 나는 이 말에 익숙하다. 필드에서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가족 구성원마다 개를 키우는 양육방식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서, 훈련사인 내가 그걸 정리해줬으면 싶다며 교육을 신청하는 집들이 있다.
대부분은 내 지도에 잘 따라주지만, 간혹 교육 현장에서도 가족끼리 논쟁을 벌일 때도 있다. 그중에 '개는 잘못하면 때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다. 물론 잘못된 것이지만, 나는 그분들의 입장도 바로 잘못 됐다고 말하기보단 생각도 충분히 듣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집이 있었다. 다섯 식구가 사는 집이었는데, 직접 '사랑의 매'를 세 종류로 제작하신 중년 남성분이었다. 다른 가족분들과 개를 키우는 방식에 견해 차이가 컸다. 그분께서는 끝까지 자기 생각이 맞다고 말씀하셨고, 훈련도 결국 굶기고 때리고 시키는 거 아니냐며 '개는 개답게'를 강하게 주장하셨다.
쭉 듣고 있던 나는 질문 하나를 그분께 드렸다. "보호자님, 그럼 '개는 개답게'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입니까?"라고. 10초간의 적막이 흐르고, 그분은 결국 대답하지 못하셨다.
'개는 개답게'의 의미
위의 중년 남성분 말고도, 폭력을 정당화하는 분들은 막상 질문하면, '개는 개답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대부분은 답변하지 못한다. 막상 개다운 것이 뭔지 제대로 정의 내리지도 못하고, 그럴만한 객관적인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개를 가르치는 방법은 정말 많다. 훈련사들이 현장에 나와 직접 보호자와 개들을 교육하기까지 못 해도 최소 1~2년은 준비해야 하며, 어떤 직업이듯 그렇겠지만 공부를 쉴 수 없는 직업이다.
개에 대한 행동학이나 관련 연구들은 여전히 활발하다. 만약 폭력과 공포를 교육이라고 한다면, 이런 공부들은 의미가 없는 행동일 것이다. 개가 말을 안 들으면 발로 차버리는 것에는 공부도 필요 없으니까.
사람은 통상 나보다 힘이 약한 대상을 제대로 교육할 방법이 없을 때, 무력을 선택하곤 한다. 가장 쉽고 즉각적으로 효과가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교육자와 관계가 망가지거나, 상대가 체벌에 무뎌져서 강도가 높아져야 하는 등 부작용이 있기에 사회가 발전하면서 차츰 자취를 감췄다.
이 '개는 개답게'라는 말은 다른 곳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요즘과 같은 한여름에 시골에서 사는 개들의 처참한 환경들을 마주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이 날씨에 물이 더위로 말라 버렸거나 이끼가 잔뜩 껴있거나, 잔반 섞인 밥에는 파리와 벌레가 가득한 현장을 말이다.
내 기억엔 유난히 더웠던 작년 8월 이 즈음, 교외지로 교육하러 갔다가 물이 없어 힘이 하나도 없는 진돗개를 보았다. 해를 피할 곳도 없고, 2m 남짓 줄에 개집은 플라스틱이어서 열이 빠지지 않아 찜질방이 따로 없었다.
나는 인근 마트에서 생수를 사서 물그릇에 담아주었다. 그러자 물을 게눈 감추듯 모두 마셨다. 일어서려던 차에 주인으로 보이시는 아주머니 한 분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시다가 오셨다.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물 하나 샀다가 개도 목말라 보여서 줬다고 하니까 오히려 웃으시면서 내게 말했다. "놔둬요. 개는 개답게 키워야지~" 나는 그 순간 어떤 반응도 할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내가 교육을 하는 보호자님들이나 내가 만드는 다양한 콘텐츠들에서 늘 '개는 개답게'란 말을 하며 강조한다. 하지만, 같은 말이어도 의미가 전혀 다르다.
'개는 개답게'라는 말은 개를 폭력으로 패서 말을 듣게 하라는 것도 아니고, 물을 제때 주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개를 개답게 키운다는 것은 개라는 동물을 충분히 공부하여 개들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교육, 관리하며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개를 개답게 키우려면 더 세심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개는 개답게'라는 말은 자주들 하는 행동처럼 개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고, 그저 자기 행동을 합리화할 때에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극으로 가는 사람들
그런데 사람들은 극과 극만을 생각하는 듯하다. 이를테면, 발로 차는 방법이 폭력적이라는 말하는 순간 상대를 마음대로 낙인 찍어버리는 것이다. '개에게 무조건 오냐오냐만 하며 개를 간식으로만 훈련하고, 사람보다 개가 우선인 사람, 문제행동을 방치하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나는 누구보다 보호자의 책임을 강조하고, 제대로 키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개의 폭력 성향과 기본적인 관리를 못 하는 사람을 비판하지만, 항상 예뻐만 하고 본인만 생각해서 짖거나 공격해도 어떤 제어도 못 하는 사람들도 누구보다 자주 만나고 바로 잡으려고 노력한다.
훈련사마다 조금씩 철학은 다르지만, 간식만 주면서 '오구오구' 다 용납하는 사람은 없다. 칭찬과 간식 보상은 상황에 따라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통제는 필요한 상황에 개의 신체에 상해를 입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으로 활용하는 것이 전문가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만약 개가 다른 개를 보고 짖는다면, 이 개가 비교적 반응이 덜하게끔 충분히 거리를 둔 상황에서부터 기다리게 하는 조절 능력을 키운다든지, 아니면 그전에 내 옆에 따라 걸을 수 있고, 특정 신호에 나를 쳐다보게 하는 등의 산책 교육을 실내 또는 조용한 곳에서 먼저 진행할 수 있다.
한 번에 기계처럼 고치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차근차근 단계별로 한다면, 개를 발로 차지 않거나 혹은 '오냐오냐'만 하지 않고도, 개를 교육할 방법은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폭력을 정당화하고, 개의 기본 생활조차 관리할 줄 몰랐던 사람들이 개에 관해 제대로 공부하게 된다면, 그동안 써왔던 '개는 개답게'라는 말이 얼마나 민망했던 것인지 알게 되리라 생각한다. 개를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지하고, 책임감을 느끼고 공부하며 '개는 개답게'라는 말을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