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충남 서산의 작은 동네에 '서산행복나눔푸드마켓'이 들어섰다. 이곳은 충청남도에서 일곱 번째로 설립된 푸드마켓으로, 163.08㎡의 아담한 규모 안에 매장, 사무실, 그리고 물품창고가 자리하고 있다. 이 공간은 기부자들의 정성 어린 손길로 채워지고, 긴급지원대상자, 차상위계층, 저소득 계층 및 기초생활 수급권자들이 한 달에 한 번, 5품목 이내의 물건을 직접 골라 가져갈 수 있다.
'서산행복나눔푸드마켓'은 개소식 때 맹정호 전 서산시장이 "푸드마켓이 단순히 먹거리를 나누는 곳이 아니라, 정을 나누고 희망을 심는 공간으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밝힌 것처럼, "서산에는 적어도 배가 고파서 물건을 훔치는 장발장과 같은 사람은 없도록 하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사업이었다.
푸드마켓은 단순한 물품 배분의 장소가 아닌 지역의 사랑방, 서산 시민들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나누는 공간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하지만 이곳의 운영은 순탄치 않다. 기부물품이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매장의 진열대는 금방 텅 비어버린다. 매일 같이 기부자들을 찾아 전국을 누비는 사회복지사들의 발걸음은 지칠 줄 모르지만, 그들의 마음에 상처가 새겨질 때도 있다. 기부물품 속에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나 사용할 수 없는 물건들이 섞여 들어올 때, 혹은 이용자들이 퉁명스럽게 "이곳은 가져갈 것도 별로 없네"라며 불평을 내뱉을 때, 그들의 마음은 무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과 희망을 나누고자 한다.
오늘은 서산행복나눔푸드마켓에 3.5톤의 기부물품이 도착했다. 중앙에서 온 2.5톤의 물품과 지역에서 기부된 1톤의 물품을 트럭에서 내려 정리하는 것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아름다운동행 봉사단'이다.
김명환 회장이 이끄는 아름다운동행 봉사단은 서산 지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숨은 영웅들이다. 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도움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으면 SNS를 통해 번개처럼 모여든다. 정기적인 봉사는 물론, 예고 없이 발생하는 급한 상황에도 즉각적으로 대응한다.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명환 회장은 "정기적으로 하는 봉사도 있고, 갑작스럽게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SNS를 통해 번개처럼 모여 도움을 준다. 일을 마치면 또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이 있기에 계속 이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들에게 봉사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기쁨이자 삶의 원동력이다.
땀방울이 이마에 맺히고, 팔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순간에도 이들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들은 단순히 물품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자들의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들이 흘리는 땀은 더위보다 더 뜨거운 나눔의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이곳에서는 누구도 홀로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하는 손길들이 모여 진정한 나눔의 기쁨을 함께하고 있다.
윤여창 자원관리본부장은 "푸드마켓을 제 위치에 올려놓으려고 하다 보니까 나눔냉장고를 활성화할 수 있는 푸드뱅크가 지금 소강상태"라면서 보다 많은 취약계층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산행복나눔푸드마켓은 여느 마켓처럼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이곳은 사랑과 희망이 숨 쉬는 공간이다. 물품을 손에 쥔 이용자들의 미소 속에는 감사함이, 그리고 봉사자들의 땀 속에는 진정한 나눔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 공간이 계속해서 채워지기를, 그리고 그 채움이 또 다른 이들의 희망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곳에 모인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서산의 작은 마켓은 오늘도 그 희망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