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컨대 중앙정부가 미온적이거나 퇴행적이거나 역주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경제적 과제를 경기도가 정주행하면서 경기도가 앞장서서 대한민국을 바꾸겠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4일 임기 후반기 핵심과제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도담소(옛 경기도지사 공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출생, 돌봄, 기후대응과 같은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민선 8기 임기 후반기 중점과제로 '사람중심경제'(휴머노믹스)를 제시하고, 4개 경제 분야 신규 사업 구상을 밝혔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산하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한 '주 4.5일 근무제' 실시, 저소득층 노인에 대한 간병비 지원, 재생에너지 이익 공유제 등 새로운 혁신 정책을 추진한다.
김 지사는 또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오는 31일까지 중앙정부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경기도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김동연 지사는 "임기 전반기 동안 경제, 기후, 외교, 민생 등 다양한 분야에 더 많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후반기에도 사람을 중심에 놓은 '휴머노믹스'를 통해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경제, 저출생, 기후 문제를 풀어낼 '경제해결사'로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사람중심경제(휴머노믹스)는 기존 경제학의 맹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국내총생산(GDP) 위주의 양적 성장전략 속 사회 불평등, 양극화 등 기존 경제학에서 비롯된 문제를 삶의 질, 개인의 역량 제고, 행복 등을 실현함으로써 극복하자는 정치철학이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2월 경기도의회 시정연설에서 '휴머노믹스'를 도정 핵심 전략으로 제시한 후 이에 기반한 경기도 정책들을 구체화하고 있다. 경기도는 민선 8기 전반기 핵심 사업인 기회소득의 경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촉진하는 경제적 투자라는 점에서 '휴머노믹스' 철학이 반영된 대표적인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연 지사는 "기회, 돌봄, 기후, 평화 등 4개 경제 분야 신규 사업을 중심으로, 주거, 교통, 청년 문제, 저출산 문제 등을 함께 해결하면서 '경기도가 하면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광복절 앞두고 벌어진 비정상, 세습 경제, 불균형... 바꿔야"
김동연 지사는 이날 책 <피크 재팬,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브래드 글로서먼 저, 2020)을 언급하면서 "외국에서 나오는 '피크 코리아'에 대한 생각(우려)을 우리가 진지하게 하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최근 경제 상황이나 (윤석열) 정부의 대처를 보면서, 지금의 한국 사회와 정치판을 보면서, 책의 저자가 얘기한 한국의 긍정적인 면도 이제는 많이 퇴색하거나 위협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이어 "저자는 '한국의 대중들이 목소리가 크고 적극적이어서 정부에 공세적인 위기 대응을 요구한다'고 했고, 그런 점이 분명히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거의 오불관언(吾不關焉, 어떤 일에 상관하지 않고 모르는 체함)으로 이런 욕구와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고, 심지어는 이와 같은 현실 인식을 정부가 하고 있지 못하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어 "경기도민이나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으로 정상 국가, 사람중심경제, 균형 사회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김 지사는 우선 "최근 광복절을 앞두고 벌어진 건국 이념, 광복절의 의미 등을 둘러싼 비정상적인 것들, 대통령을 포함한 지도자들의 비정상적인 모습들, 정치판의 비정상, 외교의 비정상, 역사에 대한 인식과 해석에 있어 비정상, 이런 것들을 고치는 정상 국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세습 경제 또는 지나친 능력주의에서 비롯된 우리의 경제 틀과 운영의 방식을 중산층을 확장하는 데 목적을 둔 중산층경제, 사람중심경제로 바꿔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가 너무나 불평등, 불균형하기 때문에 균형 사회로 가야 한다. 그것만이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갈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행복을 위한 세 가지 사회적 조건' 가운데 하나인 '사람중심경제'에 대한 비전과 핵심 과제를 중점적으로 발표했다. 슬로건은 '경기도의 길이 대한민국의 길이 됩니다'였다.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경기도가 선도적으로 나서서 '새로운 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주 4.5일제', 국가 아젠다로 하기 위해 경기도가 먼저 실시"
첫 번째 기회경제 분야에서는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 근무제' 도입과 경력 단절 없는 '0.5&0.75잡' 프로젝트를 신규 사업으로 추진한다.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는 저출생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정책으로 도내 민간기업 50개 사와 도 산하 공공기관 일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①격주 주 4일제 ②주 35시간제 ③매주 금요일 반일 근무 가운데 하나를 노사 합의로 선택해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근무시간 단축에 필요한 임금은 공공이 지원하기 때문이 임금은 줄지 않는다.
김동연 지사는 "경기도의 노동시장은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축소판이자 테스트 베드"라며 "앞으로 산업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서 일자리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일하는 사람이 줄고 일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사회로 가는 속에서 '주 4.5일제' 프로젝트를 국가 아젠다로 하기 위해 경기도가 먼저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력 단절 없는 '0.5&0.75잡' 프로젝트는 기존 저출생 대책인 육아휴직과 출생지원금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으로 경력 단절을 우려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정책이다. '0.5잡'은 하루 4시간 근무(주 20시간. 주 2~3일 근무), '0.75잡'은 하루 6시간 근무(주 30시간, 주 3~4일 근무)하는 일자리를 말한다. 도는 공공기관, 민간기업 가운데 가족친화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할 방침이다.
두 번째 돌봄경제 분야에서는 더 고른 기회 제공을 목표로 '경기도 간병 SOS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작한다.
이 사업 역시 국가적인 간병 지원체계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경기도의 시범사업이다. 경기도에 주민등록을 둔 저소득층이면서 상해·질병 등으로 인해 병원급 의료기관 이상에 입원해 간병서비스를 받은 65세 이상 노인이 지원 대상이다. 1인당 연간 최대 120만 원까지 간병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6인 공동병실 간병비 2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1일 2만 원 × 60일)
김동연 지사는 "어르신들의 입원과 간병 수요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특히 간병에 대한 부담이 커서 고통을 받는 분들이 많다"면서 "대한민국 최초로 의료수급권자와 차상위를 대상으로 해서 65세 이상인 어르신 중에 입원해서 간병 지원이 필요한 분들에게 저희가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기후경기 3대 프로젝트' 국내 최초 추진... "경기도가 유일한 희망"
세 번째 기후경제 분야에서는 신규 프로젝트로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인 '경기 RE100 펀드', '경기 기후위성 발사', '기후보험 가입' 등을 추진한다. 이와 같은 '기후경기 3대 프로젝트' 역시 국내에서는 최초로 추진하는 사업들이다.
경기 RE100 펀드는 경기도 내 미활용 국공유지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고 생산 전력은 RE100 기업에 공급하면서, 발전 수익 일부를 펀드에 참여하는 도민들에게 환원하는 정책이다.
사업 기간은 2025년부터 2045년까지로 주차장, 도로 유휴부지, 자전거길, 대학교 부지 등에 15M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립을 추진한다. 경기도는 경기도주식회사에 재생에너지 전문 특수목적법인(SPC)을 별도 설립해 발전소 건립과 펀드 운용 등 사업을 담당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경기 기후위성은 독자적 기후 데이터 확보로 차별화된 경기도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추진된다. 민관 협력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으로 2025년부터 준비에 들어가 2026년 기후위성 발사가 목표다. 경기도는 기후위성을 통해 고해상도 데이터를 확보, 도의 기후 위기 대응 역량을 높일 방침이다.
경기 기후보험은 기후변화에 따른 기후격차(클라이밋 디바이드) 해소와 건강피해 구제를 통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목표다. 기후격차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정보 격차)'처럼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준비된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에 발생하는 격차를 말한다. 2023년 8월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클라이밋 리얼리티 리더십 트레이닝'에서 김동연 지사가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김 지사는 "경기도민이 기후재해에 따른 질병(감염병, 온열, 한랭질환) 진단 시 일정액을 지급하고 취약계층의 경우 추가 지원할 계획으로,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면서 "기후변화나 감염병, 인류가 공동으로 대처할 위험에 대해서 적극 대응함으로써 우리 시대와 후세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하고 더 나은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연 지사는 "대한민국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후행적, 퇴행적으로 가고 있다"면서 "이 분야에 관해서 관심을 두고 걱정하시는 분들은 경기도가 유일한 희망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중앙정부가 가지 않는 길을 경기도가 가고, 경기도가 바뀌어서 대한민국이 바뀌는 좋은 선례를 기후경제를 통해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네 번째 평화경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공존과 협력의 경제 전략이다. 이를 위해 도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함께 경기북부 대개발 신속 추진에 주력한다.
특히 김동연 지사는 "중앙정부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 요청을 받고도 그야말로 깔아뭉개고 있는 것에 대해서 대단히 개탄스럽다"면서 "경부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추진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책임은 전적으로 중앙정부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면서, 이달 말까지 중앙정부에서 어떠한 답이 없다면 경기도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추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기도는 오는 31일까지 정부의 주민투표 의사가 없다면 공공기관 이전, 규제 완화 및 SOC 투자 확대 등 경기도가 할 수 있는 '경기북부 대개발'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