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일 부산 지역의 정당, 시민사회 등 64개 단체가 모여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일 부산 지역의 정당, 시민사회 등 64개 단체가 모여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보성

관련사진보기


아파트 건립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려는 부산 구덕운동장 복합 재개발사업 논란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서구청장이 반대 의사를 피력했고, 지역의 수십 개 단체까지 힘을 싣고 나섰다. 결국 부산시가 입장문을 내어 "시민 의견을 반영해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어 파장이 이어질 분위기다.

"아파트 세워 구덕운동장에 축구장 짓겠다고? 안 됩니다"

지역의 정당·시민사회 등 64개 단체로 부산시청 광장이 떠들썩해진 20일 오전 11시. 이들이 다 같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건 '구덕운동장 아파트 개발 반대'였다. 환경단체인 (사)부산그린트러스트의 이성근 상임이사는 최근 부산시가 제시한 수정한 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청을 키웠다.

구덕운동장 도시재생혁신지구 사업과 관련한 주민 운동 등 파장이 커지자 시는 이달 초 아파트 규모를 49층에서 36층으로 조정하는 등 사업 계획을 일부 변경했다. 그러나 이 상임이사는 '조삼모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대의 근본적 이유는 운동장을 팔아서 고층 아파트를 짓고 새 축구장을 만드는 그 자체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주민의 뜻에 반하는 처사라고 입을 모았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주민들 자체 설문조사에서 87%가 반대했고, 국토교통부에 낸 민원에는 2만 명이 참여했다"라며 "이뿐만 아니라 부산시의회의 제동에 이어 서구의회는 결의문을, 여당인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주민 동의 없는 재개발을 반대하고 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기자회견 명단에는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조국혁신당, 정의당 등 지역의 야당도 대거 이름을 올렸다. 참석자 중 한 명인 최형욱 민주당 서동구지역위원장은 "의견 수렴 과정이 제대로 없었다. 무언가 조급하게 만들어 낸 사업"이라며 전면적인 중단이 우선이라고 촉구했다.

 부산시가 공개한 구덕운동장 복합재개발 조감도. 시는 아파트(공동주택) 건립으로 수천억 원의 사업비를 충당하려 한다.
 부산시가 공개한 구덕운동장 복합재개발 조감도. 시는 아파트(공동주택) 건립으로 수천억 원의 사업비를 충당하려 한다.
ⓒ 부산시

관련사진보기


광장에 모인 단체들은 구덕운동장 사업이 난개발에 해당한단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함께 낸 성명에서 "전용 축구경기장을 짓기 위한 사업이었지만, 아파트가 67.3%를 차지하는 데다 이후 변경된 비율을 봐도 이 사업의 본질이 '아파트 개발'이라는 것을 지울 수 없다"라고 규탄했다.

축구전용구장 건립비 880억여 원, 야외체육공원 철거 및 실내체육센터 조성비 600억여 원으로 1500억 원을 투입하면 안전진단 C등급 판정을 받은 구덕운동장의 탈바꿈이 가능한데도 수천억 원 규모 사업으로 부풀려 아파트를 지으려고 한다는 비판이다. 이들 단체는 나란히 "절대 용납 불가"를 외쳤다.

논란 끝에 부산 서구청장은 기존 태도를 뒤집었다. 하루 전 공한수 구청장은 "찬성하는 건 구덕운동장 재개발이지, 아파트 건립이 아니"라며 사업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지금껏 부산시의 사업계획에 힘을 보탰지만, 거센 비난에 주민소환제 청구까지 이루어지자 공 구청장은 '반대'로 의견을 선회했다.

강경한 여론에 사업을 밀어붙여 온 부산시도 반걸음 물러서는 모양새다. 시는 이날 "시민 의견을 직접 듣는 수렴 과정을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르겠다"라며 별도의 언론 자료를 발표했다. 시는 "신속한 절차 이행과 사업비 조달을 위해 불가피하게 주거시설이 일부 포함됐다"라고 해명하면서 "앞으로 시민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박 시장이 "합리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내세웠지만, 주민들은 좀처럼 공감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원점 논의가 아니라면 시가 제시한 건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보는 탓이다.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이를 지적한 임병율 구덕운동장 아파트건립 반대 주민협의회 회장은 "주민 요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파트 건립은 안 된다는 것"이라며 "사업 철회 뒤 백지 상태에서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구덕운동장#난개발논란#부산시#아파트#축구전용구장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