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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 흑산도는 문화생태자원이 빼어난 섬으로 꼽힌다. 홍어로 유명한 섬이지만, 국내 최초 해양생물학 백과사전인 '자산어보'의 산실이자 국내 최대 철새 중간 기착지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일제 강점기에 대형고래 1464마리가 학살된 고래의 바다이기도 하다. 정부는 흑산도 관광자원에 주목해 2023년 'K관광섬 육성사업' 대상지로 선정, 세계인이 찾는 섬으로 가꿔나가고 있다. 흑산도 대표 문화자원 ‘자산어보’를 열쇳말로 흑산도 답사기 3편을 송고한다.[기자말]
세상에서 2번째로 전망 좋은 화장실 흑산도 고갯길 전망대 너머로 펼쳐진 다도해(多島海). 전남 신안 흑산도 12굽이고갯길 정상부에 설치된 '세상에서 2번째로 전망 좋은 화장실' 바로 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담았다. 눈앞엔 장도, 그 뒤로 멀리 홍도가 보인다. 2024. 7. 31
▲ 세상에서 2번째로 전망 좋은 화장실 흑산도 고갯길 전망대 너머로 펼쳐진 다도해(多島海). 전남 신안 흑산도 12굽이고갯길 정상부에 설치된 '세상에서 2번째로 전망 좋은 화장실' 바로 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담았다. 눈앞엔 장도, 그 뒤로 멀리 홍도가 보인다. 2024. 7. 31
ⓒ 김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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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黑山島)는 전남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93㎞ 떨어진 섬이다. 섬 면적은 19.7㎢. 서울 여의도(2.9㎢)보다 6배쯤 큰 섬이다. 약 2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곳엔 해상왕 장보고(? ~ 846년)가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한 이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며, 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검다 해서 흑산도로 불렸다고 한다. 혹자는 섬의 95%가 상록수로 덮여있어 멀리서 보면 검게 보인다고 해서 흑산(黑山)으로 불려졌다고도 한다.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7월 31일 오후. 답사 길잡이 이영일(57·자산어보 마을학교 대표)씨가 섬 해설을 이어가다 차를 세웠다. 하차 지점은 흑산도 명물 고갯길 '12굽이도로' 끝자락. 앞쪽은 '흑산도아가씨 노래비'가 세워져 있고, 반대편엔 '세상에서 2번째로 전망 좋은 화장실'이 자리했다.

눈앞의 화장실 간판 이름을 보니 절로 코웃음이 나왔다. 웃음을 참고 전망대로 향하는 계단을 대여섯 개 올랐는데, 순간 절로 숨이 멈춰진다. 압도적인 풍광 때문이다. 말과 글, 사진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다 해서 섬 이름을 흑산으로 지었다는 말처럼 눈앞의 바다 모습이 푸르름을 넘어섰다.

 흑산도 고갯길 전망대 너머로 펼쳐진 다도해(多島海). 전남 신안 흑산도 12굽이길 정상부에 바다를 향해 설치된 '세상에서 2번째로 전망좋은 화장실'에서 바라본 풍경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담았다. 2024. 7. 31
 흑산도 고갯길 전망대 너머로 펼쳐진 다도해(多島海). 전남 신안 흑산도 12굽이길 정상부에 바다를 향해 설치된 '세상에서 2번째로 전망좋은 화장실'에서 바라본 풍경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담았다. 2024. 7. 31
ⓒ 김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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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산도 고갯길 전망대 너머로 펼쳐진 다도해(多島海). 전남 신안 흑산도 12굽이길 정상부에 바다를 향해 설치된 '세상에서 2번째로 전망좋은 화장실'에서 바라본 풍경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담았다. 2024. 7. 31
 흑산도 고갯길 전망대 너머로 펼쳐진 다도해(多島海). 전남 신안 흑산도 12굽이길 정상부에 바다를 향해 설치된 '세상에서 2번째로 전망좋은 화장실'에서 바라본 풍경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담았다. 2024. 7. 31
ⓒ 김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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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신안 흑산도 12굽이길 정상부에 바다를 향해 설치된 '세상에서 2번째로 전망좋은 화장실'(작은 사진). 고갯길 정상부(큰 사진 오른쪽 아래)에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세워져 있고, 노래비와 약 30m 거리에 전망 좋은 화장실이 장도와 홍도를 바라보며 설치돼 있다.
 전남 신안 흑산도 12굽이길 정상부에 바다를 향해 설치된 '세상에서 2번째로 전망좋은 화장실'(작은 사진). 고갯길 정상부(큰 사진 오른쪽 아래)에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세워져 있고, 노래비와 약 30m 거리에 전망 좋은 화장실이 장도와 홍도를 바라보며 설치돼 있다.
ⓒ 김형호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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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그리고 그 하늘보다 더 짙게 푸른 바다 뒤로 흑산도에 딸린 다도해의 섬들이 펼쳐졌다. 바로 앞은 대장도와 소장도, 쥐머리섬, 내망덕도가 늘어서 있고 하얀 구름 너머 저 멀리 홍도가 희미하게 육안으로 보였다.

이 풍경들을 배경 삼아 삼삼오오 기념사진을 남기는 모습을 지켜보며 답사 길동무 이영일 대표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세상에서 2번째로 전망이 좋은 화장실... 맞죠?"

이 대표와 함께 주마간산하듯 흑산도 명소·명물을 보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유배문화공원, 손암 정약전 동상, 자산어보원, 사촌서당, 지도바위, 지피미 마을(深里·심리, 상어 마을)···.

'자산어보 산실' 사리마을... '상어마을' 심리

명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체로 손암 정약전, 그리고 그가 쓴 자산어보와 관련된 곳들이다. 유배문화공원과 정약전 동상, 자산어보원, 사촌서당은 모두 사리마을에 자리한다. 사리마을은 19세기 초 손암이 유배 왔을 당시 머물던 곳으로 그는 이 마을에서 자산어보를 썼다. 사촌서당은 그가 섬 아이들에게 글공부를 가르쳤던 곳이다.

지피미 또는 심리로 부르는 마을 역시 자산어보와 관련된 곳이다. 이 마을이 과거 상어로 유명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마을사람들이 비석 옆면에 "상어마을"이라고 새긴 이유다.

돌묵상어(물치) 해체작업하는 흑산도 어민들 1990년대 전남 신안 흑산도 예리항에서 어민 여럿이 달려들어 돌묵상어를 해체하는 모습. 흑산도 홍어잡이 어선 천사2호 선주 이승호(56)씨는 "흑산도 사람들은 돌묵상어가 아니라 '물치'로 불렀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흔하게 잡혔던 어종인데 요즘은 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돌묵상어 대가리 위에 올라선 이가 청년 시절 이승호 선주다. 1801~1814년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손암 정약전(1758~1816)은 자산어보에서 상어 관련 기록을 다수 남겼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흑산도는 상어 잡이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 돌묵상어(물치) 해체작업하는 흑산도 어민들 1990년대 전남 신안 흑산도 예리항에서 어민 여럿이 달려들어 돌묵상어를 해체하는 모습. 흑산도 홍어잡이 어선 천사2호 선주 이승호(56)씨는 "흑산도 사람들은 돌묵상어가 아니라 '물치'로 불렀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흔하게 잡혔던 어종인데 요즘은 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돌묵상어 대가리 위에 올라선 이가 청년 시절 이승호 선주다. 1801~1814년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손암 정약전(1758~1816)은 자산어보에서 상어 관련 기록을 다수 남겼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흑산도는 상어 잡이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 이승호 선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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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산도 심리마을 표지석. 옆면에 '상어마을'이라고 써져 있다. 심리(深里)는 1960년대까지 상어잡이로 유명했던 마을이다. 심리는 지피미라고도 부르는데 마을 앞 바다가 깊다(짚다, 전라도 방언)는 데서 유래한 마을이라고 한다. 2024.7. 31
 흑산도 심리마을 표지석. 옆면에 '상어마을'이라고 써져 있다. 심리(深里)는 1960년대까지 상어잡이로 유명했던 마을이다. 심리는 지피미라고도 부르는데 마을 앞 바다가 깊다(짚다, 전라도 방언)는 데서 유래한 마을이라고 한다. 2024.7. 31
ⓒ 김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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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신안 흑산도 사리마을에 복원, 조성된 사촌서당. 자산어보를 남긴 손암 정약전(1758~1816)은 흑산도 유배 생활을 하면서 사리마을에 사촌서당을 열고 섬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2018. 4. 16
 전남 신안 흑산도 사리마을에 복원, 조성된 사촌서당. 자산어보를 남긴 손암 정약전(1758~1816)은 흑산도 유배 생활을 하면서 사리마을에 사촌서당을 열고 섬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2018. 4. 16
ⓒ 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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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흑산도 상어잡이'(조숙정,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2020)에 따르면, 20세기 흑산도에서 상어잡이를 많이 했던 마지막 시기는 1950~60년대였고, 심리는 이웃마을 사리와 함께 상어잡이를 가장 왕성하게 했던 곳이라고 한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백상아리·철갑상어를 비롯해 모두 14종의 상어를 기록했다. 생김새와 크기, 활용법, 먹는 방법 등이 세세하게 담겨 있다.

"넷이 먹기엔 너무 많아요"... 식당서 엿 본 흑산도 인심

흑산도를 찾은 여행객들은 2번 놀란다고 한다. 우선 섬이 크고 활기차서 놀라고, 먹거리에 또 놀란다는 것이다.

목포-흑산도를 오가는 쾌속선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7~8월 기준 아침 7시 50분부터 오후 4까지 1시간~1시간 30분 간격으로 목포연안여객터미널에서 흑산행 쾌속선이 모두 7편 출발한다. 배마다 350석 안팎의 좌석이 거의 만석을 이룬다. 섬주민을 제외하더라도 1000명을 훌쩍 넘어선 방문객이 매일 같이 흑산도를, 혹은 흑산도를 거쳐 홍도를 찾는 셈이다.

일반 관광지와 달리 성수기라는 개념 없이 사시사철 연중 여행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낚시꾼, 답사객, 일반 관광객 등 적지 않은 관광객을 수용할 만한 호텔과 모텔, 펜션, 민박 등 갖가지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다. 농협마트에선 육지와 큰 차이 없는 가격에 식재료와 공산품을 구매할 수 있다. 신용카드 결제가 막히는 곳도 찾기 힘들다.

음식 맛과 가격도 매력적이다. 흑산도 횟집 한 곳에 들어가 3만 원짜리 문어 숙회와 3만 원짜리 제육볶음을 시키고 홍어회를 추가로 시켰더니 "4명이 먹기엔 많다"고 말린다. 그런 뒤 홍어회 여섯 점을 서비스라며 따로 내줬다.(③편에 계속)

[관련기사]
['자산어보' 유산답사①] 섬 중의 섬, 흑산도... 고래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https://omn.kr/2a0qg

 흑산도 횟집 1만 원짜리 해물라면. 2024. 7. 31
 흑산도 횟집 1만 원짜리 해물라면. 2024. 7. 31
ⓒ 김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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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산도 횟집 물회. 자연산 재료로 만들어 2~3인분 짜리를 3만 원에 내놓는다. 2024. 7. 31
 흑산도 횟집 물회. 자연산 재료로 만들어 2~3인분 짜리를 3만 원에 내놓는다. 2024. 7. 31
ⓒ 김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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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 산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전남 신안 흑산도 사리마을. 정약전(1758~1816)은 흑산도 유배생활(1801~1814)을 하면서 사리마을에 거처를 잡고 자산어보를 썼다. 2018.07.08
▲ 자산어보 산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전남 신안 흑산도 사리마을. 정약전(1758~1816)은 흑산도 유배생활(1801~1814)을 하면서 사리마을에 거처를 잡고 자산어보를 썼다. 2018.07.08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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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자산어보#홍어#상어마을#정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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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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