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바퀴인 1만 3천km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날아가는 도요새. 이 놀라운 새들을 사랑하는 연구자들은 고향을 떠나 새를 따라 정착하기도 한다. 1998년부터 한국에서 조류 연구를 하고 있는 영국 출신 나일 무어스(Nial Moores) 박사도 그 중 한 명이다. 서해 갯벌에 가득했던 도요·물떼새들이 사라져가는 현장을 기록하며, 지금도 묵묵히 이 생태 학살의 증인 역할을 하고 있다.
새만금사업으로 18년 전 붉은어깨도요가 대규모로 학살된 현장을 말할 때 여전히 눈물을 흘리는 무어스 박사가 새만금에 남아 있는 생명들을 위해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냈다. 그의 활동은 '새와 생명의 터(birdskorea.org)'에서 더 확인할 수 있다.
무어스 박사는 새만금 지역에 남아 있는 원형 갯벌 '수라갯벌'에 지으려 하는 새만금신공항이 거짓으로 쌓아올려졌다는 것을 조목조목 밝히는 의견서를 냈다. 새만금신공항 취소 행정소송에서도 2차에 걸쳐 증인으로 출석하였다. 무어스 박사 의견서의 내용을 정리하여 3회에 걸쳐 연재하며 이번 기사는 그 두번째다(
지난 기사: '생태 학살' 새만금신공항 막기 위해 법정 증언 나선 영국인 박사 https://omn.kr/28nv8).
무어스 박사는 새만금방조제 건설과 매립으로 생물다양성이 크게 훼손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람사르 협약 기준의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여전히 해당하며 보존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새만금 지역, 특히 신공항 지역의 조류 서식 형태와 조류 충돌 위험 연구는 유엔 산하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기준을 따라야 하는데, 새만금신공항의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그 기준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부실 보고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조류충돌 위험이 누락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하는 의견서 두번째 부분.
2.2 현재 진행 중인 새만금 사업으로 이미 –이른바 법적 보호종을 포함한- 국내 및 국제적으로 중요한 생물다양성이 감소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매립 이후 새만금에 서식하는 물새, 특히 갯벌 의존종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였지만, 환경부의 겨울철 조류 동시 총조사(센서스)에서 새만금이 여전히 람사르 협약 기준에서 정의하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물새 서식지임이 확인됩니다.
동진강 바깥쪽은 2018/2019시즌과 2022/2023시즌 사이 5년 평균 36,731개체의 겨울 물새가 찾아왔으며, 2020년 이후 물새 8종에서 전세계 개체수의 1% 이상이 기록되었습니다. 신공항 예정지 인근 습지 지역을 포함한 만경강 하류는 2018/2019시즌과 2022/2023시즌 사이 5년 평균 32,754개체의 월동 물새가 기록되었고, 2020년 이후 물새 8종에서 전세계 개체수의 1% 이상이 기록되었습니다.
표 11.1.1 – 51 및 11.1.1-52 (490-506쪽)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EIASS)는 월별 조류 수를 공항 예정지로부터 거리 구간별로 (예정지 3km 이내, 3-8km 범위, 8-13km 범위)로 나눠 제시하고 있습니다. 10개월 중 6개월 동안 이 구간 중 조류 개체수가 가장 많은 곳은 공항 예정지로부터 3km 이내였습니다 (485쪽). 담수를 선호하는 대형 물새인 민물가마우지Phalacrocorax carbo의 개체수는 공항 예정지 3km 이내에서 11월에 13,330개체에 달했고, 7월에는 16,353개체로 철새이동경로 개체수의 16%에 해당합니다.
같은 표에 제시된 공항 예정지 3km 이내에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물새 종의 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큰기러기Anser fabalis 12,776개체 ('한국에 비번식' 하는 것으로 알려진 serrirostris 큰기러기 개체군의 15%에 해당), 개꿩Pluvialis squatarola 2,260개체 (철새이동경로 개체수의 약 3%), 민물도요Calidris alpina 12,880 개체 (아종 sakhalina의 1% 또는 아종 arcticola의 3%), 저어새 110개체 (전 세계 개체수의 2%), 쇠제비갈매기Sternula albifrons 1,039 개체 (아종 개체수의 1%).
EIASS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 반복해서 주장합니다.
그러나 EIASS도 신공항 예정지에 여러 국가적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존재한다고 확정하였고 (11.1.1.1 – 100, 651쪽), 표 11.1.1.1 - 50(488쪽)에서는 2021년 4월과 5월에 공항 3km 내 지역에서 국제적으로 취약종이고 국가적으로 취약종인 검은머리갈매기 Chroicocephalus saundersi를 우점종으로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검은머리갈매기는 낮게 자라는 염습지 초목 사이의 땅에 둥지를 틀고 보통 5월에 알을 낳습니다. 이 종은 인간에 의한 교란에 매우 민감하고, 2014년에 국내에 군락이 1개만 남은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2023년 오동필(미발표 자료)에 의해 공항 예정지 3km 이내에서 40여 개체의 새가 관찰된 바 있지만, 새만금 번식지는 현재 기반 공사로 인해 사실상 파괴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2023년 5월, 저는 국가적 취약종인 쇠제비갈매기Sternula albifrons 다수가 둥지를 틀려는 장소를 산업단지 준비 중인 불도저가 활발히 밀고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는 "모니터링 중 법적 보호종이 발견되면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전문가 자문을 통해 적절한 대책을 수립한 후 공사를 재개한다"는 EIASS 833쪽의 문구와 모순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25년간 조류 보전을 위해 일해 온 저는 특정 개발 사업이 생물다양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할 때 '법적 보호종'이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는 점이 여전히 어리둥절합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종의 존재가 문서로 만들어져 있어도, 심지어 그것이 EIASS 연구자에 의한 것이라 해도, 원래의 개발 계획을 조금이라도 수정하는 결과를 낳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4조에는 해로운 개발을 수정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로 시행된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14조는 "개발 사업 등의 시행으로 인해 번식지 또는 야생생물 서식지가 대규모로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경우" 지정권자가 "생물다양성의 급격한 감소를 방지하거나 완화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현재 신공항 예정지 위치가 이에 해당합니다.
또한 EIASS는 공항 예정지 인근에 습지 보호 지역이 없으므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EIASS와 겨울철 조류 센서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공항 바로 인근 지역은 람사르 협약 기준에 따라 여전히 물새에게 국제적으로 중요한 지역임이 분명합니다. 이 지역이 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지 않고 공항 개발의 대상이 된 것은 전적으로 생태적 가치가 아닌 정치적 결정 때문입니다.
또한 분명한 것은 만일 공항 건설과 운영이 진행되면, 과거 인천국제공항에서 새를 겁줘서 쫓아내거나 고의적인 둥지 파괴, 심지어 제가 직접 목격했던 것처럼 일부 종에 대한 총격을 포함한 조류 충돌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 분명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조류 종을 괴롭히거나 죽이는 행위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정한 환경보호라는 목표에 크게 위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2.3 EIASS를 위해 수행된 조류 연구는 조류학자들의 관심사는 될 수 있으나 ICAO의 요구조건 충족에는 범위와 기간 면에서 부적절합니다.
ICAO의 주요 관심사는 야생동물과의 충돌('조류 충돌' 포함)로 인한 항공기 위험을 포함하여 상업용 항공기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조류 충돌(조류와 항공기 간의 충돌)은 조류와 더 드물게는 사람의 사망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상업용, 민간용 및 군용 항공기에 재정적 손실을 초래하는 광범위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조류 충돌과 관련된 연구는 ICAO에서 규정하는 대로 공항 야생동물 위험 관리 계획(Wildlife Hazard Management Plans) 개발의 필수 요소입니다.
ICAO(12에서는 어떤 종류의 연구가 필요한지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2.4.6절에서는 "야생동물 조사는 계절적 변화를 고려하기 위해 일 년 내내 이루어져야 하며, 하루 중 다양한 시간대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조사는 항공기 이동, 사용 중인 활주로 및 야생동물의 행동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2.2.4.3절에서는 "야생동물의 활동 및 이동 유형(예: 방향 및 고도)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며, 3.2.3절에서는 "양질의 충돌 데이터가 없는 경우, 비행장 및 그 인근의 표면 및 공중에서 야생동물의 존재와 움직임에 따라 결정되는 충돌 위험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계획 수립을 돕기 위해 ICAO는 "야생동물 종의 다양한 생물학적 및 행동적 특성에 따라 각 종을 특정 위험 수준으로 분류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피해 위험 매트릭스를 구축할 것을 권고합니다. ICAO 3.3.2절에서 언급되었듯 "심각도 척도는 기본적으로 동물의 크기와 무리를 짓거나 군집하는 경향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야생동물이 무거울수록 그리고 무리의 크기가 클수록 항공기를 손상하고 비행 성능에 영향을 미칠 심각 수준이 높아진다. 무리짓기 행동은 여러 차례 충격을 가하거나 충돌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EIASS의 조류 조사는 단 10개월(2020년 10월~2021년 7월)에 걸쳐 수행되었으며, 주로 5명의 조사원이 52개 지역(공항에서 가장 먼 곳은 13km 이상)을, 겨우 총 30일 동안 조사한 것으로 나타납니다(EIASS, 405쪽). 야간 조사는 고작 3번 실시되었습니다. 이 연구가 조류의 개체수와 분포, 종 다양성에 대한 기초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는 가치가 있지만, 조류 충돌로 인한 피해 위험을 평가하기에는 불충분합니다.
조사 빈도를 늘리는 것 외에 추가적인 방법이 요구됩니다.
ICAO 3.1.2절에 따르면 "야생동물 위험에 대한 안전 위험도 평가의 첫 번째 단계는 평가할 지역을 정의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체 비행장 및 그 주변, 특히 항공기 접근 및 이륙 구역이 포함되어야 한다."
전 세계 조류 충돌에 대한 메타 분석에 따르면, 관찰 기간 동안 기록된 전체 충돌 중 57%가 이착륙 중에, 39%가 상승 및 접근 중에, 약 1%가 비행 중에 발생했습니다. 나머지 3%의 충돌은 활주로 주행과 주차 중에 발생했습니다.
EIASS를 위한 조사 작업에는 이륙 시 사용할 항공기 접근 및 활주로 구역 상공에서 새들이 비행할 특정 고정점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활주로 예정지를 내려다보는 고정점에서 1년 전체에 걸쳐 조사를 빈번하게 시행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하며, 여기에는 활주로 예정지 위를 비행하는 조류의 수를 종으로 식별하고(각 개체의 질량을 추정하는 데 중요), 무리의 크기와 비행 방향을 자세히 기록하는 것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활주로 예정지 구역에 대한 고정점 개체수 조사 대신 EIASS는 야생동물 카메라 트랩(비행 중인 새 무리를 포착할 수 없음)과 GPS 원격 측정 또는 이와 유사한 원격 추적 방법에 의존했습니다(EIASS 11장 1.1.1 - 54). EIASS를 위해 표식이 부착된 새는 27개체에 불과했습니다. 공항 예정지 3km 이내에서 포획된 새는 한 개체도 없었습니다. 대신에 좌표를 기준으로 활주로 예정지에서 4.66km-12.5km 떨어진 곳에서 가락지가 부착되었으므로, 가락지 부착 장소가 선호 서식지일 것이라면 위치추적 역시 공항 예정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공항 예정지 안에서 포획되어 가락지가 부착된 새가 있어야 공항 예정지 안에서의 움직임이 포착될 텐데, 그러한 새가 없으니 움직임도 포착되기 어렵습니다.
다행히도 민물가마우지Phalacrocorax carbo 10마리에 가락지가 부착되었습니다. EIASS에는 공항 예정지를 직접 가로지르는 민물가마우지 5개체의 비행경로가 포함되어 있으며, 아마도 먹이터와 번식지 사이일 것로 추정됩니다. 민물가마우지는 몸무게가 2.6~3.7kg에 달하며, 수천 개체가 무리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IASS 501쪽의 표에는 공항 예정지 3km 이내에서 11월에 13,330개체, 7월에 16,353개체의 가마우지가 관찰되었고, 오동필은 38,000개체(미발표 자료)를 세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민물가마우지 떼와 군용기의 충돌이 2021년 10월 5일 35.92976111N, 126.60893611E(활주로 예정지로부터 약 700m 이내)에서 이미 기록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 종은 명백하게 항공기에 매우 높은 안전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EIASS(830쪽 이후)에 제시된 여러 종의 안전 위험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에는 민물가마우지가 제외되어 있습니다.
EIASS에서 거위/기러기와의 충돌 위험이 특히 새벽과 해질녘에(p. 830) 예상되는 것 같지만, 도요·물떼새에 관해서는 이 항목의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EIASS는 만조('봄 만조') 때 도요·물떼새 무리가 주요 휴식지가 모두 물에 잠긴 금강하구에서 수라습지로 쉴 자리를 찾아 날아든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EIASS에 실린 최대 395g(23)에 달하는 개꿩 2,000개체와 각 48–64g(23)의 민물도요 12,000개체 이상이 공항 예정지 3km 내로 날아온다는 개체수 조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입니다. EIASS는 봄철 만조 때와 비행시간이 겹치면 조류 충돌 위험이 커지므로 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합니다. 만조 시 금강하구에서 수라 습지로 날아드는 대규모 도요·물떼새 무리를 막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확실한 조치는 금강하구 자체에 더 많은 휴식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 3가지 주요 과제가 있습니다.
첫째, 계획안대로라면 항공기의 예상 비행경로는 현재 도요·물떼새들이 소조와 낮은 밀물 때 주로 이용하는 서천갯벌의 주요 지역을 직접 가로지르게 됩니다.
둘째, 조류 높이의 변화에 따른 금강하구/서천갯벌 내 도요·물떼새의 움직임은 썰물과 밀물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날아가는 등 매우 복잡하며, 바람에 의해 조수 높이가 불과 몇 cm 바뀌어도 휴식지의 위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셋째, 특히 공중 포식자가 근처에 있을 때 일부 도요·물떼새는 다른 곳에서 설명한 것처럼 만조 기간 내내 비행을 계속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대 무게가 248g에 달하는 붉은어깨도요 Calidris tenuirostris, 큰 개체의 무게가 720g에 달하는 큰뒷부리도요 Limosa lapponica, 최대 무게가 1350g에 달하는 알락꼬리마도요 Numenius madagascariensis 무리들이 각각 수백 개체~수천 개체가 활주로 예정지 북쪽 끝에서 약 7km 이내인 금강 수로에서 만조 (거의) 내내 비행하는 것을 필자는 여러 차례 관찰한 바 있습니다. 때때로 이 무리들은 해발 수백 미터 고도까지 도달하기도 합니다(높이 측정 시도는 하지 않았음).
공항이 제안된 대로 그리고 도착 때와 이륙 후의 비행경로가 제안된 대로 건설된다면, 주요 철새이동기간 중 매 24시간마다 몇 시간 동안 항공기와 대규모 도요·물떼새 무리 간의 충돌 위험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큰뒷부리도요나 특히 알락꼬리마도요처럼 무거운 종의 철새 무리가 대규모로 조류충돌에 연루되면 항공기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종의 대규모 사망을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