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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충남도의회에 해당 조례안이 발의됐다.
 지난 13일 충남도의회에 해당 조례안이 발의됐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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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의회가 이른바 도서관에서 '유해자료'를 배제하겠다며 낸 조례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조례안이 헌법 취지와도 어긋나고, 도서관 반입 서적을 결정하는 사서의 고유업무도 침해할 수 있다는 경고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논란이 일자 충남도의회는 "수정해 재상정하겠다"면서 한 발 물러선 상태다.

앞서 지난 13일 충남도의회는 이상근 도의원(홍성1·국민의힘)의 대표발의로 '충남도도서관 및 문화진흥조례일부개정 조례안'을 발의했다. 해당 조례안은 '건전한 독서자료' 제공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또 '충남도서관장은 매년 1회 이상 유해자료의 반입 여부를 점검하는 등 유해 자료가 반입되거나 이용자에게 제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제보자 A씨는 "도서관에서 책의 유해성을 임의로 판단하고 금서를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도서선정 위원회를 둔다고는 하지만, 특정 보수 세력들의 입김(민원)이 반영될 경우, <아이는 어떻게 태어날까>, <꽃할머니> 등과 같은 책들이 도서관에서 배제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헌법 제 21조 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에도 위배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충남도의 책 열람 제한 조치, 금서축제로 맞선 시민들

실제로 과거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충청남도(지사 김태흠, 국민의힘)는 지난해 7월 도내 공공도서관에서 < Girls' Talk 걸스 토크 >를 비롯한 10권의 책에 대해 열람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일부 도의원과 개신교 및 보수단체들이 선정적이라며 도서관에서 해당 책들을 빼라고 했는데, 충남도가 이를 받아 들인 것.

하지만 당시 홍성군 홍동면 홍동밝맑도서관과 예산, 천안 등지에서는 '내가 직접 읽고 판단할게'라며 금서축제와 금서 도서전를 열었다. 충남도의 '금서' 조치를 우회적으로 풍자·비판한 것이다.

 지난해 충남 예산군 성공회 예산성당에서는 금서 도서전이 열렸다. .
 지난해 충남 예산군 성공회 예산성당에서는 금서 도서전이 열렸다. .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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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이번 조례안이 지난해 있었던 충남도 금서조치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고 있다. 자칫 해당 조례안이 '금서 조례'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해서 임가혜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지난해 특정 도서에 대한 악성민원이 있었다. 충남도에서 이를 받아들여 열람 제한 조치까지 취했다. 그 연장선이라고 보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사전에 (민간)위원회를 두겠다는 것 또한 출판물에 대한 사전검열(금서 지정)로 볼 수 있다. 상위법인 헌법과도 배치되고, 일반 상식에도 어긋나는 내용"이라며 "이를 조례로 만들겠다는 발상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미 도서관에서는 사서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도서를 선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남도내 공공기관 소속의 한 사서도 "유해성 판단을 누가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미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유해성 판단을 하고 있다. 건전 도서를 판단하는 전문기관이다"라며 "게다가 도서관 자료선정위원회에서 그 많은 책을 심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소모적일 뿐 아니라 다른 업무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아이들에게 종이접기 책이나 보게 하란 뜻인가. 사서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도서관에서는 매달 신속하게 도서구입을 하고 있다. 불필요한 위원회를 거칠 경우, 책을 빠르게 보고 싶어하는 시민들이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라며 "현재 도서관 유해도서 논란은 대부분 정치적, 종교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옳지 못한 소수 의견에 국민 다수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 임시 회기에 개정안 재상정할 것"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상근 도의원은 논란이 되는 부분을 검토한 뒤 재상정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상근 충남도의원은 2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개정안 재상정 내용을 전화상으로 일일이 밝히기는 어렵다. 어쨌든 내가 (애초에) 준비한 개정한 내용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조례 개정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일부 내용이 추가된 것이 있다. 다음 임시회 회기 때 다시 개정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의원은 '추가된 내용이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개정안 골자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의원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살펴 보겠다"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금서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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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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