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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버그' 등 곤충 대발생 시 방제를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조례안이 서울시의회에 발의됐다. 그러나 환경단체 및 관련 전문가들은 익충·해충 분별 없이 민원과 단순 불편을 근거로 곤충 방제를 허용할 경우 생물다양성에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문제의 조례안은 '서울특별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으로 윤영희 국민의 힘 의원이 발의했다. 최근 도심 내 대량 발생하여 논란이 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나 팅커벨(동양하루살이) 등을 각 지자체가 방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 이 조례안의 골자다.

'불편'하면 익충도 해충처럼 방제?

한편, 환경단체 및 전문가들은 '감염성 병원체가 아닌데도 단지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방제를 허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서울환경연합 등 8개 환경·동물권단체는 지난 23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러브버그 조례안 긴급 대응 집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인간의 불편함을 기준으로 해충의 범위를 확대해도 되는가"라고 조례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환경연합 등 8개 환경·동물권단체가 '러브버그 조례안 긴급 대응 집담회'를 진행 중이다.
서울환경연합 등 8개 환경·동물권단체가 '러브버그 조례안 긴급 대응 집담회'를 진행 중이다. ⓒ 조해민

러브버그는 현재 법령상으로 해충이 아니다. 국내 법에서는 질병을 매개하거나 산림에 병해를 유발하는 등 명백히 해를 끼치는 곤충을 해충으로 규정하는데, 러브버그는 독성이 없고 인간을 물지 않으며 질병을 옮기지 않아 해충 범주에 들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시 시민건강국은 "러브버그 유충은 낙엽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성충은 꿀벌처럼 수분매개를 하기 때문에 이로운 곤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사철나무 꽃에서 꽃가루를 옮기고 있다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사철나무 꽃에서 꽃가루를 옮기고 있다 ⓒ 서울환경연합

허나 본 조례안이 제정되면 '많다'거나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러브버그 등 대발생 곤충을 방제할 수 있게 된다. 이윤주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민원이 5천 건 들어오면 해충이 아니고, 6천 건 들어오면 해충이라고 할 것인가?"라며 대발생 해충을 규정하는 기준의 모호성을 꼬집었다. 이 캠페이너는 "단순 스트레스를 이유로 방제한다면 도시 생태계 유익한 곤충이 방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을 경고했다.

'친환경' 방제는 불가능하다

환경 논란을 의식하고 있던 걸까. 해당 조례안에는 친환경 방제 권고 조항이 포함됐다. 제3조 2항에 따르면 대발생 곤충 방제 시 생태계 교란 및 인체에 미칠 악영향을 방지하기 위하여 친환경적 수단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하지만 친환경 방제가 가능한지, 단지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친환경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지역정당인 은평민들레당 나영 대표는 러브버그 발생의 진원지로 알려진 은평구 봉산 사례를 들어 '친환경 방제'의 실태를 고발했다. 은평구는 2023년 친환경 방제로 대벌레가 전년에 비해 52% 감소했다는 보도자료를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이는 정확한 연구가 없는 추측성 통계일 뿐이며" 실상 친환경 방제라고 부를 수 없는 끈끈이롤트랩, 직접 포획, 낙엽 정비였다.

봉산에 설치된 끈끈이롤트랩에는 대벌레 뿐만 아니라 애벌레, 노린재, 나방, 무당벌레 등 각종 벌레가 끈끈이에 붙었다. 심지어 나영 대표는 끈끈이에 뒤덮이고 꼬리깃을 잃은 박새를 발견하기도 했다. 게다가 수많은 끈끈이롤트랩을 커터칼로 강하게 끊어 제거하는 과정에서 나무 수피에 긴 칼자국이 남았다고 전했다.

 봉산에 설치된 한 끈끈이트랩에 박새 깃털이 붙어있다.
봉산에 설치된 한 끈끈이트랩에 박새 깃털이 붙어있다. ⓒ 봉산생태조사단

"바다를 싹쓸이하는 저인망어업을 친환경이라고 부르지 않듯 비선택적 사냥인 끈끈이롤트랩도 친환경이라고 불러서는 안된다"고 나영 대표는 말했다. 또한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은 "친환경 방제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화학약품이 무분별하게 남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생태계 이해 결여된 조례안, 폐기돼야

집담회에 참여한 조현정 동물권행동카라 정책기획팀장은 "심각한 피해를 주는 곤충이라고 하더라도 철저한 연구 후에 결정해야 하는데 이 조례안은 근거가 없다"며 당혹스러움을 표했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도 "심지어 미국 방제회사인 PMP에서도 러브버그가 생태계에서 제 기능을 한다고 말한다"며 "서울시의회가 방역회사보다 못한가" 지탄했다. 또한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어떤 곤충도 죽일 수 있는 '데스노트'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린피스 최태영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이번 조례안은 빈대 잡다가 초가삼간 잡겠다는 격"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영민 생명의숲 후원팀장은 혹파리, 깍지벌레, 재선충병 사례를 들어 "인간이 곤충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이윤주 캠페이너도 "러브버그는 일주일에서 열흘이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며 이제 많은 시민들도 이를 이해하고 있다" 말했다. "약을 치면서 일주일을 겪는 것과 그냥 일주일을 겪는 것이 큰 차이가 없다면 세금을 들여 방제할 필요성이 없다"며 조례안 폐기를 요구했다.

 시민 약 300여 명이 서울시의회 입법예고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시민 약 300여 명이 서울시의회 입법예고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 조해민

'서울특별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현재 입법예고 단계에 있으며, 오는 27일 개회하는 제326회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심의 절차를 거친 후 통과 또는 폐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24일 현재 약 300여 명의 시민이 이 조례안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러브버그#동양하루살이#대발생곤충#방제#붉은등우단털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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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조해민 기자입니다. 서울환경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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