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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로 특징지워지는 사회 전반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교통분야의 공공성이 다시 중요한 문제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GTX나 철도 지하화와 관련한 논란은 우리 사회의 교통에 대한 논의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촌극임을 보여줍니다.이에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해결하는 공공 철도-지하철'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철도-지하철 중심으로 동시대의 교통 공공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당대의 논쟁을 앞서가는 사회적 공론장 형성이 필요합니다. 올해 첫 번째 '공공 철도-지하철 정책대회'를 준비하면서 공공 철도-지하철을 가로막는 민자 철도-지하철이 점차 확대되어온 과정을 검토하고, 이를 역전시켜 새롭게 철도-지하철 공공성의 의제를 확대 강화하는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 올해 9월 5일·6일 열리는 2024 공공철도지하철 정책대회의 주요한 내용을 전합니다.[기자말]
올 여름나기는 사상 최장기 폭염과 열대야 기록을 경신하면서 정말 힘겹게 진행 중이다. 기후재난의 강도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하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신체적, 사회적 약자는 물론이고 우리 국민 모두가 기후재난에 의한 생존 위협에 노출되었음을 실감하고 있다. 살기 위해 더 비상하게 더 전방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 이는 국민의 생명 보호와 안전 확보를 존재 이유로 하는 국가에 최우선적 책무가 되어야 한다.

수송 부문은 우리나라 전체 탄소배출량의 13.7%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전환에서 주요한 부문이다. 수송 부문 탄소배출량의 96.5%가 도로운송에서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수송부문에서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방향은 도로운송에서 철도운송으로의 교통수단 전환이다. 한 사람을 1km 수송하는 데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철도는 비행기의 1/26.9, 자동차의 1/42.8에 불과하다. 이때 소비되는 에너지양 또한 철도는 버스의 1/3.3, 택시의 1/16.7, 항공기의 1/95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철도는 압도적 비교우위의 친환경 교통수단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도로운송에서 철도운송으로의 교통수단 전환보다는 전기자동차로의 전환 중심 정책을 펴면서 수송 부문에서 탄소배출 감축 선도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기후재난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산업의 이해관계를 우선하여 그동안 견지해 온 도로운송 중심 정책에서 탈피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의 획기적인 공공성 강화 필요

'별내선 첫 출근길' 북적이는 구리역 12일 오전 경기도 구리시 지하철 8호선 연장 별내선 구리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열차에 오르고 있다.
'별내선 첫 출근길' 북적이는 구리역12일 오전 경기도 구리시 지하철 8호선 연장 별내선 구리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열차에 오르고 있다. ⓒ 연합뉴스

근래 기후재난만큼이나 민중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고물가, 고금리와 실질임금 감소로 누적된 민생위기이다.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민생재난으로 규정해야 할 상황이다. 물가를 반영한 노동자 실질임금은 2022년 -0.2%, 2023년 -1.1%로 2년 연속 줄었고 올해 1분기 역시 1.7% 감소했다. 2024년 2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896조 2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였다. 이런 가운데 대중교통 요금을 지원하는 K패스 교통카드 이용자가 출시 3개월 만에 2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교통비 부담 감소가 민생에서 차지하는 절실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이동권 보장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스페인, 독일을 필두로 각국에서 무상 대중교통이나 파격적으로 저렴한 대중교통패스 도입이 확산해 왔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토교통부나 지자체에서 발행하고 있는 대중교통패스는 지원 수준이 한참 뒤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라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대중교통 요금정책이 불평등 완화에 매우 소극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살펴본 것처럼 기후위기와 불평등은 이제 당면 재난 수준에서 비상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과제가 되었다. 그리고 그 방향은 교통부문에서 도로운송에서 철도운송으로의 신속한 교통수단 전환이고, 대중교통의 획기적인 공공성 강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에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공공성에 역행하는 민자철도 확대까지 사회적 합의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기존 철도와 지하철의 인력감축 및 외주화 확대와 함께 새로운 광역급행철도 건설을 중심으로 한 민자철도의 전면적 추진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민자철도 활성화 정책을 수립하고 한국교통연구원에 민자철도 관리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사회여론 조성 및 정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역 간 철도가 일반철도에서 고속철도 중심으로 재편되었듯이 광역철도 역시 이후 급행철도 중심으로 이후 재편될 것이라는 점에서 민자광역급행철도의 전면화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 시절 수서고속철도 분리민영화 시도는 노동자 시민의 저항에 의해 사회적 쟁점이 됐지만, 이에 준하는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광역급행철도의 민자철도 추진은 아직 사회적 검증에서 비켜나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민자철도란 철도의 신규노선 건설이나 기존선 개량 시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재정이 아닌 민간자본투자로 건설하여 민간자본이 운영권 또는 수익권을 갖는 철도를 말한다. 그동안은 2010년에 개통된 인천공항철도에서 시작하여 신분당선, 서해선, 서울지하철 9호선, 경전철 등 일부에서 보충적으로 확대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인 GTX A, B, C 노선이 민자로 건설되고, 논의 중인 GTX D, E, F 노선과 지방광역급행철도 역시 모두 민자로 추진되면서, 민자철도가 그야말로 다수의 중심적 지위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민자철도는 철도민영화의 한 형태로서 지난 15년간의 운영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이 수많은 폐해를 경험했다. 비싼 요금은 물론이고 민간투자자의 운영수익 보장을 위한 과다한 재정지출로 세금 먹는 하마로 불리었으며, 인건비를 빼먹기 위한 열악한 인력운영 등 안전투자 소홀로 인한 안전위협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민자사업에 대한 수많은 평가보고서는 지속적인 재정지출을 촉진하고, 민자사업의 적격성이 조작될 수 있으며, 민자사업의 높은 금융비용이 운영효율성으로 상쇄되지 않았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민자철도의 원조 격인 영국에서도 일찍이 의회가 민자사업 성과 평가를 통해 실패한 사업을 인소싱할 것을 제안한 바 있으며, 얼마 전 정부는 철도분할민영화 정책 자체를 폐기하고 국영철도로의 전환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많은 문제점으로 민간자본투자사업이 전 세계적으로 퇴조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은 이에 역행하며 실패한 전철을 따라가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기반시설 수요 대비 재정이 부족하여 민간투자 유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 또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기반시설의 적정한 공급은 국가의 책무인 만큼 재정조달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재 교통시설특별회계 재정에서 불용처리되는 예산이나 도로투자 조정을 통해 철도투자를 확대할 수도 있고, 채권이나 공공자금을 통해 민간투자보다 낮은 금융비용으로 필요자금을 조달할 방안도 있기 때문이다.

오는 9월 5~6일 22대 첫 정기국회를 맞이하여 철도지하철 노동자들이 시민사회 및 전문가와 함께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해결하는 공공철도지하철 정책대회를 개최한다. 한국 사회 교통의 미래를 가장 위협하는 것으로 광역급행철도를 필두로 한 민자철도의 본격 확대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철도지하철 노동자부터 민중의 교통기본권을 보장하는 공공철도 지하철 확대 강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선언하고자 한다.

안전하고 저렴하며, 지역과 계층 간 차별이 없으며, 재정이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철도지하철은 민간이 아닌 공공이 소유하고, 민자가 아닌 공공재정으로 조달하며, 노동자와 이용자가 참여하여 민주적으로 운영될 때 실현 가능하다. 철도지하철 이용자 및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 의견 개진을 기대한다.

 2024 공공철도지하철 정책대회 포스터
2024 공공철도지하철 정책대회 포스터 ⓒ 공공운수노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조상수는 2024 공공철도지하철 정책대회 준비위원장입니다.


#공공운수노조#철도#지하철#교통공공성#정책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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