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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동이면 우산1리에서는 비포장도로를 후진해서 내려오던 경운기가 전복되면서 60대 운전자가 사망했다. 지난해 6월 청성면 구음리의 한 농로에선 경운기가 밭으로 추락해 80대 운전자가 사망했고, 12월엔 군서면 월전리에서 경운기를 몰던 70대 운전자가 하천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올해도 지난 4월 안내면 오덕리의 한 농로에서 50대 운전자가 경운기 전복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달 1일에는 이원면 지정리에서 가파른 경사 구간을 내려가던 경운기에 호스 줄이 걸려 제동이 안 되면서 80대 운전자가 부상을 입었다.

반복되는 경운기 사고, 고령농에겐 운반 대체할 운반차·트럭 마련도 어려워

 고령 농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경운기와 관련한 사고가 지역에서 꾸준히 발발하며 우려를 낳고 있다.
 고령 농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경운기와 관련한 사고가 지역에서 꾸준히 발발하며 우려를 낳고 있다.
ⓒ 옥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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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부터 매년 경운기와 트랙터 전복사고로 우리지역에서 꾸준히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고령 농민들이 주로 운용하는 경운기의 경우 사고를 막거나 조기에 발견할 대책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래 경운기는 밭을 가는 데 주로 쓰여 왔지만, 최근에는 그 역할이 트랙터나 관리기 등으로 농기계의 세대가 교체되고 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전수조사 결과 트랙터나 관리기, 스피드스프레이어(SS기) 등은 그 수가 증가한 반면 경운기의 수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다만 오래전부터 경운기를 사용해 온 고령 농민들은 트레일러를 장착해 농작물이나 농약통을 옮기고 이동하는 용도로 주로 쓰는 상황. 문제는 주행형 농기계의 경우 넘어졌을 때 피해 정도가 심하고,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논밭이나 축사에서 사고 발생률 43.5%) 응급조치가 어렵다는 점이다. 주행 중 교통사고 치사율도 일반에 비해 8배 가까이 높았다. 옥천경찰서에 따르면 농기계 교통사고 피해 건수는 작년의 경우 사망 2건에 부상 3건, 올해의 경우 부상 3건을 기록하는 중이다.

이처럼 지역에서 사고가 반복되면서 이동이 주목적이라면 운반차 같은 다른 농기계로 대체하는 방법이 제안되기도 했다. 농민 A씨는 "운반차도 농약통 정도는 실을 수 있고, 긴 줄을 활용해 농로에 세워두고 작업을 할 수 있을 테다. 특히 복숭아나 옥수수 등 박스를 실을 때는 운반차의 높이가 낮아서 일하는 데 수월한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고령농민들이 이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를 두고 효과가 모호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농민 B씨는 "운반차도 여러 종류가 있을텐데, 속도가 느린 것은 이동용으로 쓸 수가 없는 데다 경운기에 비해 땅이 진 곳을 가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활용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옥수수를 수확하려고 논밭에 들어가야 하는데, 경운기는 되지만 운반차는 그게 안 되는 거다. 빠른 종류는 빠른 대로 속도가 위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농민 C씨는 "경운기를 모는 농민들이 거의 고령인데, 무슨 소득이 있다고 자부담을 들여서 새로운 운반차를 사겠냐. 그걸 물려줄, 농사짓는 다음 세대도 없는 상황인 데다 조작을 하는 것도 익숙한 경운기에 비해 어려울 거라서 오히려 더 위험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짚었다.

농촌에서 주 운반책으로 사용하는 트럭을 대용으로 쓰기는 더욱 어렵다. 농민 D씨는 "시골엔 대부분 농민들 연세들이 많으시다. 우리 마을에서도 경운기 운행하다 전복되면서 부상 입은 경우가 있었는데, 자동차 면허를 반납해야 하는 연세에 포터를 새로 사고 또 운전하기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고령농 농사 이어갈 서비스 확대로 해결 도모할 필요"

사고가 나면 부상의 정도가 치명적인 농기계 운용의 특성상, 기계가 전복되면 관리시스템으로 연락이 가도록 하는 감지센서 시스템이 있기도 하다. 실제 옥천군농업기술센터 임대농기계센터는 지난해 9월부터 조달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혁신제품인 센서 25대를 지원받아 농기계에 부착한 상태다. 엔진이 달려있는 농기계에 부착할 수 있는 해당 센서의 경우, 기계가 15도 이상 기울어지면 센터로 연락이 가도록 고안돼 있다. 이와 함께 농기계 이동 경로와 지역을 벗어났는지의 여부, 현재 위치 등 다양한 정보를 관리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센서 또한 주 사용군인 트랙터와 굴착기 위주로 운영 중인 상황으로, 경운기는 사각지대에 처한 터다.

군 농업기계팀 박상욱 팀장은 "올해만 해도 시스템을 통해 4건의 전복사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제일 중요한 안전확인과 함께, 사고 후 농기계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나 보험을 처리하는 것 등에 있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라면서 "다만 센터에선 경운기에 트레일러를 연결할 경우 운행이 위험해진다고 판단해, 경운기는 밭 가는 용도로만 임대하고 있다. 따라서 경운기 대여 자체가 적고, 센서도 트랙터와 굴삭기 위주로 부착했다. 향후 공모사업 같은 것으로 센터를 넘어 관내에 운행하는 관리기 등 다양한 농기계에 센서를 달아서 통합관리 해 볼 수는 있겠지만 구체화 된 건 아니고, 특히 이 경우 주 관리주체는 누가 할 것이며 협업체계는 어떻게 마련해 갈 것인지의 과제들이 주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농촌진흥청은 지난해까지 총 14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농업기계 전도 전복사고 감지 알람 시스템' 보급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주 내용은 트랙터와 경운기에 센서와 경광등을 함께 설치해 전복됐을 시 시스템으로 알림이 가게 하고, 일정 경사 이상으로 주행할 때 경광등에서 경고음이 울리게 하는 것 등이었다.

국립농업과학원 안전재해예방공학과 김인수 연구사는 "원래 전복 시 보호자, 마을 이장, 농기센터로 연락이 가던 것에서 나아가 119와 연계해 응급출동하는 시스템을 올해 시범운영 해 볼 계획이다. 사업은 마무리됐어도 경기도나 강원도 등에선 지자체 차원에서 보급사업을 이어받아 진행하며, 한 세트(센서와 경광등)당 설치 비용은 50만원대로 설치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다 근본적인 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결국 고령농민이 나이가 들었을 때도 적절한 도움을 받으며 농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활성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윤섭 의원은 "예전엔 무거운 짐을 싣거나 농작업에 적극적으로 사용됐지만, 요즘은 운반의 경우 웬만하면 트럭을 사용하는 등 경운기의 필요성이 많이 축소된 상태다. 고령자들의 경우 트럭이 없거나, 작업요건 상 힘이 부침에도 경운기를 이용하면서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결국 농작업대행서비스의 본래 취지대로 작업 내용을 꾸준히 확대(고령 농민이 무리하게 경운기를 쓰지 않을 수 있도록)하고, 나아가선 지역 내에서 협동조합 등이 만들어져 고령농민들이 농사를 이어갈 수 있게끔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갈 필요가 있다"라고 짚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옥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경운기#고령화#농촌#농업#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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