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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관련 청사 문제로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가운데 대구시가 경상북도에 오는 28일까지 시한을 정하고 합의하지 못할 경우 장기과제로 넘기겠다고 최후 통첩을 했다. 하지만 경상북도는 대구시의 방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혀 통합 논의는 결국 결렬 수순을 밟고 있다.

대구시는 26일 오후 황순조 기획조정실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3일 경북도에 최종 합의안을 제시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28일까지 합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장기과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합안을 중앙부처와 협의하고 국회 입법절차 등의 후속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8월을 넘기게 되면 물리적으로 오는 2026년 7월 통합자치단체 출범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다.

대구시는 경상북도와의 협상에서 걸림돌이 돼 왔던 통합청사 문제 등 7가지 쟁점안에 대한 합의안을 제시하면서 경상북도를 압박했다.

우선 통합 특별시의 청사 문제와 관련 논란이 되는 동부청사에 대해 법안에 명기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당초 관할구역을 명기하기로 했으나 이를 삭제하고 향후 조례로 규정하는 대신 기능별 사무분장으로 시행령에 반영하자고 밝혔다.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 방안에 대해서는 경상북도가 주민투표 및 공론화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이자고 주장한 데 대해 대구시는 시·도의회 의결로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중앙부처의 권한을 추가 이양해 시·군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경북도의 주장에 대해 대구시는 현행 서울시 체계로 조정하자고 맞서왔으나 도의 의견을 반영해 시·군의 권한 축소를 방지하고 특별법으로 확대되는 권한 중 시군에 적합한 사무는 시·군에 추가 위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의회 소재지의 경우에도 대구시는 대구에 두도록 법안에 포함했지만 경상북도가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경북도의 의견을 반영해 시·도의회가 자율적으로 합의해 결정하면 시행령에 반영하겠다고 제안했다.

소방본부장의 직급과 정원 관련 대구시는 소방정감을 대구소방본부에 두고 경북소방본부와 동부소방본부에 소방감을 배치하도록 제안했으나 경북도의 의견을 반영해 법안에는 소방정감 1명, 소방감 2명으로 명기하고 소방정감 근무 위치는 행안부와 소방청이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했다.

대구시는 "행정통합은 지역의 성장과 쇠퇴의 기로에서 시·도민들의 미래 먹거리, 생존, 삶의 질이 달린 중차대한 사항"이라며 "대구시가 제안한 합리적·상식적인 합의안을 경상북도가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상북도 "일방적으로 제안하고 수용하라면 할 수 있겠나"

 김호진 경상북도 기획조정실장이 26일 오후 경북도청 브리핑룸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진 경상북도 기획조정실장이 26일 오후 경북도청 브리핑룸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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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상북도의 입장은 달랐다. 김호진 경상북도 기획조정실장은 대구시의 기자회견이 있기 30분전 경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군·구 자치권은 반드시 행정통합안에 포함되어야 한다"며 대구시의 일방적 입장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김 실장은 "경상북도는 자치재정권과 권한 같은 특례 보장에 중점을 두고 있고 대구시는 시종일관 청사 위치나 배치 업무, 관할 범위 같은 행정적 사항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대구나 경북의 일방에서 제안하고 상대방이 그걸 검토해 수용한다는 구조 자체가 형성될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발했다.

이어 그는 "경북도의 입장에서는 시·군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광역시의 자치구 같은 체제를 지향하는 대구시의 행정체제 모델이 시·군·구 강화라는 기본 원칙에 반하기 때문에 수용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시는 중앙으로부터 넘겨받은 권한을 특별시에서 이행한다고만 계획 대상을 명시하고 있다"며 "시·군의 기능을 자치구처럼 위축시킨다는 통합의 기본 체계와 방향에 대해 경북도의 어느 시군이 동의할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동부청사와 관련해서도 "청사와 관할 범위의 문제를 경북도와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고 어느 시·군에 물어보지도 않았다"면서 "일방적인 의견과 합의안으로 종용하고 있는 부분들은 절차적으로도 수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구청사와 경북청사, 동부청사를 두도록 하면서 대구청사에서 20개 시·군의 366만 인구를 관할하도록 한 데 대해 "생활의 편의성과 시민의 서비스성을 제시하면서 2시간 거리의 청송도 대구시 본청 관할로 제시했다"며 "생활권이나 선거구역, 주민들의 정서가 있는데 이런 관할의 주장이라면 경북도가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주민투표와 관련 김 실장은 "시도 간에 행정합의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시도민의 공감도와 수용성이 높아진다면 시도의회 의결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경상북도의 판단이고 이철우 지사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며 "주민투표는 경북의 시군에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한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가 오는 28일을 합의의 시한으로 못박은데 대해 김호진 실장은 "중앙부처와 국회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는데 산 입구는 고사하고 산을 바라보면서 출발선 앞에까지가 데드라인이라고 얘기를 해버리면 어떻게 시·도민이 수긍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시한을 정하고 장기 과제로 돌리거나 결렬시키지 말고 우선 절차를 진행시키고 조금 더 머리를 맞대고 지역과 시·도민에게 물어보자는 게 경북도의 제안"이라고 했다.

결국 대구시의 일방적인 시한 통보와 대구시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경북도의 입장이 맞서면서 오는 2026년 7월 목표로 한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사실상 무산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구경북행정통합#대구시#경상북도#무산#행정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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