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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대 중·장년층에겐 유년 시절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 작은 다락방에 놓아둔 바구니에서 할머니가 꺼내주신 떡이나 엿을 맛있게 먹었던 추억일 수도, 빨기 힘든 두꺼운 이불에 지도를 그려 그 벌로 '키'나 '바가지'를 씌워 옆집에서 소금을 받아오라는 어머니의 불호령 등 잊고 싶은 기억일 수도 있다.

 전통 방식으로 버들공예를 이어가고 있는 김계일씨에게 여든이 넘어서 제자들이 생겼다. 왼쪽부터 신서희, 김계일, 배갑숙씨.
 전통 방식으로 버들공예를 이어가고 있는 김계일씨에게 여든이 넘어서 제자들이 생겼다. 왼쪽부터 신서희, 김계일, 배갑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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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이나 간혹 1970~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나 접할 수 있을 만큼 이젠 '키'나 '동고리'를 보고 싶어도 보기 힘든 시대가 됐다.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전통방식에 따라 키와 동고리 명맥을 이어가는 80대 버들공예가를 10년 만에 다시 찾았다. 처인구 양지면에 사는 김계일씨다.

김계일씨가 키와 동고리를 접한 것은 6.25전쟁 후 처인구 역북동 피난민 수용소에서 생활하던 때였다. 이웃집 중년의 남자가 풀로 무언가 엮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에 손을 댔는데, 눈썰미와 손재주가 좋아 중년 남자의 눈에 들어 시작한 것이 버들공예였다.

군에 입대하기 전인 18살 때까지 10년간 키와 동고리를 만들다 군 제대 후 타지에서 목수 등의 생활을 했다. 그러던 김씨는 다시 용인으로 돌아와 숙명처럼 처음 일을 배운 버들 키와 동고리 제작에 몰두했다. 그의 나이 일흔이던 2011년이다.

값싼 중국산 대나무 키나 담양 대나무로 만든 동고리가 대세였던 시기, 김씨의 버들공예품이 입소문이 나면서 지역언론 등에 소개된 이후 유명세를 탔다. 무엇보다 참버들을 소재로 동고리를 만드는 이는 김계일씨가 유일하다 보니 여든이 넘어서까지 키와 동고리 제작을 하고 있다.

 전통 방식으로 버들공예를 이어가고 있는 김계일씨.
 전통 방식으로 버들공예를 이어가고 있는 김계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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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수 도움을 받아 버들에 색을 입혀 제작해보기도 했는데, 결국 자연 그대로의 색과 공예품을 찾게 되더군요. 동고리는 참버들로 바닥을 엮고 신선한 우리 소나무와 칡만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가치를 알아보고 찾는 것 같아요. 오래 쓴다는 장점도 있고요."

김계일씨가 만드는 키와 동고리는 대나무로 만드는 공예품과 달리 고리버들과 참버들을 엮어 만든 버들공예품이다. 특히 전통 방식에 따라 버들로 한땀 한땀 엮어서 만드는 버들 동고리는 김계일씨에 의해 용인에서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참버들을 구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데다, 사계절 중 봄에만 얻을 수 있는 새순으로 공예품을 만들기까지 손이 많이 가는 특성 때문이다.

갈수록 고리버들 새순 재료를 구하기 쉽지 않은 게 흠이지만, 한국산 키와 동고리 맥이 끊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동고리 제작에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그냥 놔두질 않아요. 이걸 해서 꼭 돈을 벌어야겠다는 것보다도 공예품을 찾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 있어야지요. 예전에는 4~5개도 만들었는데, 이젠 2~3개 만들고 있어요."

그러던 2023년 초 그에게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고된 작업도 마다하지 않고 버들 공예를 배워보겠다고 나선 제자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버들공예를 배우고 싶다며 찾아왔는데, 험한 말을 하며 소위 면접이란 걸 봤는데 얼굴조차 찌푸리지 않더군요. 어찌나 반갑던지, 여든이 넘어서 나타나 아쉽긴 하지만 전통 공예를 배워보겠다고 오는 게 참 대견해요."

70대 중반이 돼서야 전시회에 초대되거나 공예품대전 등 각종 공모전에서 입상하기 시작한 버들공예가 김계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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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국립민속박물관과 제자들의 도움으로 경기도 무형문화유산 보유자(초고장 분야)를 신청해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뒤늦게나마 민속공예 전통을 잇는 김계일씨를 세상이 알아본 것이다.

하루에 한 개를 만들지, 두 개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만들 수 있는 데까지 하겠다는 김계일씨는 제자들보다 빠른 손놀림으로 동고리를 만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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