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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중순, 복수국적을 가진 이씨의 자녀 2명은 한국 여권을 소지하지 않아 출국할 수 없었다. 이들은 이틀 간 인천공항서 노숙해야 했다.
 8월 중순, 복수국적을 가진 이씨의 자녀 2명은 한국 여권을 소지하지 않아 출국할 수 없었다. 이들은 이틀 간 인천공항서 노숙해야 했다.
ⓒ 이아무개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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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거주하는 이아무개(50)씨는 지난 6월 노부모를 돌보기 위해 10대 자녀 2명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80대 부모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효도"라 생각해 "매년 허리띠를 졸라매서" 부모님에게 손자손녀를 보여드리고 시간을 보낸다.

짧았던 한국 방문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난 8월 11일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이씨 가족은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씨의 자녀 2명이 출입국 심사에서 거절당해 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 말이었다.

출입국 심사에서는 영국과 한국 복수국적자인 이씨 자녀들의 '한국 여권 기한 만료' 를 문제삼았다. 하지만 모친 이씨는 입국 심사 때와 법부무 외국인종합안내센터(1345 콜센터)에 문의했을 때 출국 시에 한국 여권이 필요없다고 안내받았다며 법무부 등의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늦은 시간이라 긴급 여권도 만들 수 없어서 결국 이씨 가족은 공항에서 노숙해야 했고, 이틀 후인 13일 저녁에서야 출국할 수 있었다.

"법무부 외국인안내센터가 잘못 안내해 출국 못해"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을 하지 않은 복수국적자가 한국에 90일 이내로 체류할 시에는 외국 여권만으로도 입출국할 수 있다. 다만, 입국시에 외국 여권과 한국 여권을 같이 제출하면 출국할 때도 반드시 한국 여권을 제출해야 한다. 이씨 자녀는 입국할 때 한국 여권을 함께 냈기 때문에 출국할 때도 유효한 한국 여권이 필요했다. 하지만 법무부 콜센터 등에서는 출국 시에 한국 여권이 없어도 된다고 안내했다는 게 이씨 주장이다.

이같은 정황을 이씨는 콜센터 통화 녹취본에서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씨에게 출입국에서 열람시켜준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이씨는 "출입국에서는 '콜센터 상담사가 내가 영국에 있다고 판단해 한국 여권이 필요 없다고 답변했다'고 주장했는데, 나는 분명 한국에서 전화를 걸었고 한국에 체류 중인 상태라 말했고 (콜센터 녹음본) 문서에서도 (내가 그렇게 말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계속 의문을 제기하니 나더러 '콜센터 상담사를 만나 물어보라'고 대응하더라"라고 허탈해했다.

콜센터 상담사는 이씨 가족이 한국 입국 전이라고 오인해, 자녀의 외국 여권만으로도 입출국이 가능하다고 안내한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내 한국 여권과 자녀 2명의 한국·영국 여권까지 총 5개의 여권을 들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입국 심사 때와 법무부 외국인 종합안내센터에도 전화로 문의했으나, 모두 '90일 이내로 체류하니 한국 여권이 필요 없다'라고 답변해 여권을 재발급받지 않고 공항에 왔는데 (자녀의) 출국을 거절 당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는 아이들을 공항 벤치에 머무르게 하고 이틀 동안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인천공항 출입국 사무실을 오갔다. 처음부터 출입국에서 한국 여권이 필요하다고 했으면 당연히 아이들의 한국 여권을 만들었을 것"이라면서 "내게는 80대 노부모가 있어 어려운 살림에도 매년 한국을 오가고 있다. 비행기표 추가 지출 때문에 생활비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유사사례 재발 않도록 직무교육 강화하겠다"

이씨가 국민신문고에 낸 민원에 지난 2일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상담원들이 (민원인이) '한국 여권으로 들어왔다'라고 인지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라고 해명했다. 또 "귀하께서 출국 시 겪으신 어려움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사과하면서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민원인의 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먼저 적극적으로 고려해 안내할 수 있도록 사례를 중심으로 직무 교육을 강화하겠다"라고 했다.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오마이뉴스> 취재에는 응하지 않았다.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당시 여권이 만료된 상황이라 인천공항 출입국에서 갈등이 있었던 건 사실로 확인된다. 그러나 사적인 일이고 개인 정보라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라면서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취재 요청을 해달라"라고 답변했다. 이후 법무부에 문의했지만 3일 오전까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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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출입국#복수국적자#출입국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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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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