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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전역에서 벌어지는 가자전쟁 휴전 촉구 시위를 보도하는 미국 CNN 방송
 이스라엘 전역에서 벌어지는 가자전쟁 휴전 촉구 시위를 보도하는 미국 CNN 방송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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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살해된 채 발견되자 이스라엘 전역에서 휴전을 요구하는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1일(현지시각)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등 주요 도시에서 고속도로를 점령하거나 총리 관저를 둘러싸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쟁 발발 후 최대 규모 시위... "더 이상 시간 없다"

이스라엘 인질·실종자가족포럼은 이스라엘 전역에서 최소 70만 명이 시위에 나섰고 텔아비브에서만 55만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으며, 주요 외신도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네타냐후 총리의 가면을 쓴 사람들 에워싸고 "우리는 인질이 살아있기를 바란다"라고 외쳤고,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들을 향해 "당신들은 누구를 보호하는 경찰인가"라며 "부끄럽다"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한 시위대는 영국 BBC에 "결정을 내려야 할 정부 관리들이 이제 깨닫기를 바란다"라며 "더 이상 시간이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인질로 끌려간 가족을 잃은 한 시민은 "총리를 지키기 위해 민간인이 죽어도 괜찮다는 사람은 집에 있어도 된다"라며 "그렇지 않은 사람은 거리로 나와달라"고 시위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텔아비브의 한 주민은 미국 CNN에 "우리는 정부가 인질들의 생명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명을 위해 이런 결정(휴전 지연)을 내리고 있다고 본다"라며 "우리는 그들에게 '그만둬!'라고 말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회원 수가 80만 명에 달하는 최대 노동운동 단체인 히스타드루트(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는 휴전 협상을 촉구하며 2일 하루 총파업을 선언했다.

아르논 바르-다비드 위원장은 "우리는 협상 대신 시신만 돌려받고 있다"라며 "무엇보다 협상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인 인질도 사망... 트럼프 "총체적 리더십 부재"

앞서 이날 이스라엘군은 지난 8월 31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한 땅굴에서 자국인 인질 6명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했을 때 가자지구에 끌려갔으며, 이스라엘군은 살해된 인질들의 신원을 모두 확인해 유족에게 통보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인질들은 우리가 도착하기 직전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됐다"라고 밝혔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부검 결과 이들 6명의 인질들은 이스라엘군에 발견되기 약 48시간 전에 살해된 것으로 추정
된다.

시신은 허쉬 골드버그-폴린(23), 카멜 가트(40), 에덴 예루살미(24), 알렉산더 로바노프(33), 알모그 사루시(27), 오리 다니노(25)로 확인됐다.

특히 골드버그-폴린은 미국과 이스라엘 이중국적자로 지난 4월 하마스가 공개한 영상에 나와 왼쪽 손목이 절단된 채 인질들을 구해달라고 이스라엘 정부에 호소한 바 있다.

그의 부모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명한 민주당 전당대회와 유엔에서 연설하며 아들의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아들이 살해됐다는 소식을 듣고 현재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일절 거부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으로 성명을 내고 "하마스가 다시는 이런 잔혹 행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모든 일을 해야만 한다"라고 규탄했다.

이어 "하마스는 작년 12월 이후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라며 "더 나쁜 것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 인질 6명을 살해했다는 것"이라고 휴전 협상 결렬의 책임을 하마스에 돌렸다.

바이든 대통령도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격노한다"라며 "하마스는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하마스는 사악한 테러 조직"이라며 "이번 살인으로 하마스는 더 많은 미국인의 피를 손에 묻히게 됐다"라고 썼다.

또한 "하마스가 이스라엘 및 이스라엘에 있는 미국인에게 가하는 위협은 제거되어야 하며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통치해서는 안 된다"라며 "가자지구에 억류된 미국인을 비롯한 모든 인질을 석방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과 나의 약속은 흔들림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하마스의 통치 아래 거의 20년간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아왔다"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분명히 말하건대 이번 일은 해리스와 부패한 바이든이 형편없는 리더라서 벌어졌다"라며 "리더십의 총체적인 부재"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최대 노조 '총파업' 선언... 외신 "결정적"

 이스라엘 전역에서 벌어지는 가자전쟁 휴전 촉구 시위를 보도하는 영국 <가디언>
 이스라엘 전역에서 벌어지는 가자전쟁 휴전 촉구 시위를 보도하는 영국 <가디언>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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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대 규모의 이번 시위가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P통신은 "6명의 인질이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분노한 이스라엘인들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하마스와 즉각 휴전하고 남은 인질을 데려오라고 요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스라엘 최대 노조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총파업을 선언하며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라며 "이는 은행, 의료시설, 공항 등 국가 주요 부문을 폐쇄하거나 교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이번 시위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광범위한 반정부적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지도부가 하마스와 신속하게 휴전에 합의하기를 꺼리는 가운데 이스라엘 국민들 사이에서 분열이 깊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라고 분석했다.

영국 <가디언>은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휴전 협상을 지연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라며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이번 시위가 휴전과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움직임과 네타냐후 정권을 전복하고 새로운 선거를 요구하는 운동을 되살리는 불꽃이 될 수 있다"라고 짚었다.

특히 "히스타드루트의 총파업은 결정적"이라며 "이들은 지난해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 정비 입법에 반기를 들었던 갈란트 장관을 해임하려고 했을 때도 대규모 시위를 벌여 막은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끌고 갔다.

이 가운데 109명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임시 휴전으로 풀려났고, 8명은 이스라엘군에 의해 구조됐다. 37명은 시신으로 발견됐고 아직 97명이 억류되어 있으며 33명은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스라엘이 보복 군사 작전에 나서면서 가자지구에서 4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가자전쟁#네타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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