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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 구급대 차량 출동.
 119 구급대 차량 출동.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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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겁난다고 하는 구급대원들도 있다." (119 구급대원)

정부의 의대 2천명 증원으로 비롯된 의정갈등으로 특히 응급의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병원마다 의료진이 부족해 환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119 대원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명절에 응급환자가 평소보다 더 많이 발생하는 추세라 119 구급대원의 고충이 클 수밖에 없다.

119 구급대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평상시 같으면 도저히 발생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경남에서 응급환자를 받을 병원 응급실이 없어 부산·대구뿐만 아니라 대전까지 알아보고, 심지어 인천까지 환자를 보내는 사례도 있었다.

"너무 많아진 뺑뺑이"... 경남 발목 절단 환자는 대구로

 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 박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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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들이 환자를 받지 않아 다른 병원을 알아보는, 소위 '뺑뺑이'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ㄱ대원은 "이전에도 뺑뺑이가 간혹 있기는 했지만, 의정갈등 이후 너무 많아졌다"라며 "의료 인력이 없다 보니 (환자를)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경남에서 발목 절단됐던 응급환자가 경남지역 병원에서 받을 수 없다고 해 '뺑뺑이'를 돌다가 대구로 간 사례가 있고, 지난 8월 말에는 경남 지역에 사는 환자가 해당 지역에서 야간에 응급실 진료가 되지 않아 부산, 대구, 대전 지역 병원을 알아보다 결국에 인천 지역 병원으로 갔던 사례도 있다.

ㄱ대원은 "뇌졸증 환자는 빨리 진료를 해야 하는데, 경남에 있는 상급병원에 연락을 했지만 해당 과목의 의사가 없다거나 다른 환자 수술 중이라고 해서 난감한 사례도 있었다"라며 "하는 수 없이, 이전에 구급대원 교육하러 왔던, 마산에 있는 민간병원 의사가 생각이 나서 연락해 급히 그 병원으로 옮겼던 적이 있다"라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응급환자를 태우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이제 예사일이 됐다. ㄱ대원은 "응급환자들은 그야말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뺑뺑이를 돌리다 보니 멀리 있는 병원으로 갈 수 밖에 없다"라며 "얼마 전에는 경남에서 초등학생이 발가락 절단이 돼 빨리 접합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경남 지역 병원에 당시 치료할 의사가 없어 부산 쪽 병원에 전화해 이동한 사례가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병원 응급실은 전문의도 있지만 대개 전공의들이 많은 일을 해왔다. 그런데 전공의들이 사직하다 보니 응급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라며 "병원에 연락을 해도 환자를 받을 수 없게 되다보니 우리들도 너무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의정갈등이 빨리 수습되기를 바란다"라며 "그런데 119에 신고를 하는 많은 환자들은 상태를 보면 중환자라기보다 경증 환자가 많다. 응급 조치를 받지 않아도 되는 환자들까지 신고가 되는데, 꼭 필요한 응급일 경우에만 신고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하는 수 없이 전화 걸고 사정 할 수밖에..."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응급실에 한시적 축소 운영 안내문이 붙어 있다.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응급실에 한시적 축소 운영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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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뺑이' 상황에서 먼 병원으로 응급환자를 이송했던 여러 사례를 설명한 ㄴ대원은 "부산·대구 지역 병원에 알아보기는 예사고, 대전뿐만 아니라 심지어 경기도 일산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한 사례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다른 지역 병원 응급실도 비슷해서 환자를 잘 받지 못 하지만, 알면서도 하는 수 없이 전화를 걸고 사정을 할 수 밖에 없다"라며 "기본적으로 현재 응급실에 의사가 부족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가 크다. 명절에는 응급환자가 더 많은데, '다가오는 추석이 겁난다'고 하는 대원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구급대원 ㄷ씨는 "지금 병원에는 의사가 없거나 부족해서 응급환자를 제때 받을 수 없다"라며 "군의관을 배치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조금 사정은 나아지고 도움은 될 것이라 본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경남도의사회 관계자는 "경남에서 사직한 전공의가 많다. 무엇보다 응급의료 상황 심각하다는 것을 안다"면서 "정부가 의대증원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상급병원에 군의관 배치를 검토하는 가운데, 경상남도는 양산부산대병원‧경상국립대병원‧삼성창원병원에 근무할 군의관 16명의 배치를 요청해놨다.

경상남도 의료정책과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 요청을 한 상태이고, 현재 국방부와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선 경남에서는 3개 상급병원의 응급의료 과별로 필요한 숫자를 파악해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군의관 배치는 9일 정도로 예정돼 있다.

추석 대비 관련해 경남도 의료정책과 다른 관계자는 "시·군마다 추석 연휴 때 문을 여는 병‧의원과 약국 관련 자료를 취합하고 있다"면서 "추석 응급환자를 비롯한 여러 대책을 세워 도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응급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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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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