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5일 오후 5시 50분]
검찰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를 소환 조사한다고 공개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대표 배우자까지 추석 제물로 올리려는 막장 행태"라고 비판했다. 야권에 대한 수사가 정치적 목적을 앞세운 '정치 검찰'의 과잉 수사라고 반발한 것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5일 서면브리핑에서 "수원지검이 오늘 오후 법인카드 사용을 문제 삼아 김혜경 여사를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라며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막장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비판했다. 조 수석대변인의 서면브리핑은 검찰이 김씨 소환 조사 사실을 밝히기 전에 먼저 나왔다.
"김건희 여사는 터럭 하나 건드리지 않으면서... 이러니 정치 검찰 소리 들어"
이날 조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이 집권 이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라며 "2022년 추석을 앞두고 경찰은 검찰 재수사 요구로 성남FC 사건을 다시 뒤졌고 연휴가 끝난 다음 날 이 대표의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며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대대적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벌였다. 불과 1년 전 불송치한 사건의 결론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추석도 마찬가지였다. 추석을 앞두고 검찰은 제1야당 대표에게 무도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추석 밥상에 '이재명은 범죄자'라는 그릇된 인식을 퍼트리려고 했다"라며 "검찰의 무도한 정치공작이 법원에 의해 기각 당하지 않았다면 이 대표는 범죄자 낙인을 뒤집어쓸 뻔했다"라고 말했다.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등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 수사가 더딘 데 비해 김혜경씨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만 검찰이 수사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조 수석대변인은 "살아있는 권력 김건희 여사의 범죄 혐의는 터럭 하나 건드리지 않으면서 야당 대표는 물론이고 배우자까지 먼지 한 올마저 털어댈 기세이니 정치 검찰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은 장보기가 겁나는 살인적 물가에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대란까지 해결해야 할 산더미 같은 민생 과제가 보이지 않느냐"라며 "정치 탄압의 북소리를 아무리 요란하게 울린들 국민의 성난 목소리를 덮을 순 없다. 야당 대표 부부를 공격한다고 참혹한 국정 실패가 가려지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검찰-김씨 측, 소환 시기 놓고 공방
김씨 소환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과 변호인 측 공방이 이어졌다. 사건을 맡은 수원지검은 "지난 7월 4일부터 8월 2일까지 3회에 걸쳐 김씨에게 출석을 요청하는 한편 김씨 변호인과 조사 일정을 협의했으나 최초 출석 요청일로부터 50일 이상 경과하기까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8월 26일 서면조사로 대체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으나 변호인은 이를 거부하고 9월 5일 출석해 조사받겠다는 의사를 밝혀 출석 일자를 직접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검찰이 의도적으로 추석 직전에 야당 대표 배우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려한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사실과 다른 허위"라고 밝혔다.
김혜경씨 측은 검찰 쪽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재반박했다. 김씨 변호인은 "공직선거법 선고 이후인 8월 29일 출석하기로 검사와 협의가 됐었는데 공직선거법 사건이 재개돼 그날 공판준비기일이 열려서 9월 19일로 출석 연기를 요청했다"라며 "검사는 이때까지 기다리기 어렵고 8월 29일 출석하지 않으면 조사 없이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오늘 검사와 협의된 대로 검찰에 출석한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후 1시 40분부터 3시 35분까지 변호인과 함께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지난 2018∼2019년 김씨가 당시 도청 별정직 5급 공무원인 배모씨 등에게 샌드위치·과일 등 개인 음식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사적 유용했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