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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한동훈·조국 대표님, 만나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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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빈, 소중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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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0일은 우리 아들이 백두산 신병대대에서 훈련병 수료식을 받던 날인데, 그런 날 여기까지 와서 다시 기자회견을 한다는 게..." - 고 홍정기 일병 어머니 박미숙씨
군의 과실로 제때 급성 백혈병을 치료받지 못해 숨진 고 홍정기 일병의 유족이 군경 등에 이중 배상을 금지한 국가배상법 개정을 촉구하며 국민의힘(한동훈)·더불어민주당(이재명)·조국혁신당(조국) 대표 면담을 요청했다.
홍 일병의 어머니 박미숙씨는 10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정희 정부 시절 만들어진 괴상한 헌법 조항 때문에 군인이 국가의 과실로 사망해 보상금을 받으면 배상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이중 배상금지 원칙 때문에 수많은 군 사망 유족들이 보상과 배상 중 하나를 강요받는 황당한 선택지를 부여 받아왔다"고 비판했다.
박씨가 취재진 앞에선 이날은 9년 전 훈련병 수료식을 축하하며 아들에게 꽃다발을 건넨 날이기도 하다. 박씨는 "기자회견 참석하러 오는 길에 SNS에서 사진 알림이 떴는데 아들과 찍었던 사진이 올라왔다"며 "저 같은 평범한 엄마가 언제까지 이렇게 자식의 영정을 들고 다니면서 호소하고, 빌고, 실낱같은 약속이 지켜질지 마음을 졸이며 살아야 하나"라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많은 유족이 사과와 합당한 예우를 얻고자 국가를 상대로 송사를 벌이는 게 정상적인 나라 맞나"라며 "세 분의 당 대표님들께 요청한다, 유족을 만나달라"고 강조했다.
"여야 없다" 했던 한동훈, 그 법도 폐기
박씨는 "우리 가족은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 소송과 국가유공자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아들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다 군의 무관심, 훈련 지휘관의 무책임으로 사망했으니 국가유공자로 예우하고 배상·사죄를 하라고 요구했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둘 다 해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나라에서는 법도 군인의 편이 아니었다"며 "(유족이) 보상을 받았다고 해서 피해자가 겪은 손해를 물어주는 국가의 배상 책임이 사라질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지난 2023년 10월 13일 홍 일병 유족이 위자료 명목으로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법이 군인이 직무를 하다 숨지거나 다쳐 보상을 수령한 경우 국가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해서다(국가배상법 제2조 1항).
판결에 앞서 지난 2월 재판부가 유족에 대한 애도와 위로를 포함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담은 화해 권고를 결정했다. 그러나 대한민국(피고)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위 같은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유족은 항소한 상태다.
박씨는 "이 황당한 국가배상법의 문제를 지적해 온 지가 꽤 오래됐다"며 "지난해 12월 15월 면담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또한 '이런 법에는 여야가 없다'고 말씀하셨고, 법무부도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상정조차 안 된 채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그대로 폐기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사이 진행되고 있던 국가유공자 (인정) 소송에도 문제가 생겼다"며 "올해 3월 22일 법원이 우리 정기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라'고 국가보훈부에 조정권고를 했으나 지난 7월 17일 보훈심사위원회는 권고 수용이 어렵다고 결정했고, 법무부의 소송지휘에 따라 권고 불수용 의사를 법원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기가 제때 치료만 받았더라도 이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는 일은 없었을 텐데도 국가보훈부는 정기를 어차피 죽었을 사람 취급하며 국가의 과오를 덮기 급급하다"며 "이 소송을 (유족이) 포기할 수 없는 건 이런 국가의 태도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씨는 "정부는 올해 국군의 날(10월 1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서 군인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킨다고 했다"며 "나라를 지키다가 죽은 아들·딸들의 영정을 든 부모들이 길거리를 헤매게 하는 나라에서 쉬는 날이 하루 늘어난다고 무슨 자긍심이 생기겠나. 부디 안전한 군대와 희생에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국가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홍 일병은 지난 2016년 군 의료과실로 사망했다. 그는 2015년 8월 건강한 상태로 입대해 체력 검정에서 특급을 받을 정도로 신체에 문제가 없었으나, 2016년 3월 6일 처음 이상 증상을 느꼈다. 이후 구토를 하거나 몸에 멍이 드는 등 급성 골수성 백혈병 증세를 보였고 연대 의무중대와 사단 의무대에서 진료와 처방을 받았다.
같은 달 21일 민간 병원 의사는 홍 일병의 '혈액암 가능성' 소견을 밝혔으나, 군의관은 응급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그를 부대로 돌려보냈다. 고통을 호소하던 홍 일병은 국군춘천병원 검사에서 백혈병에 따른 뇌출혈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흘 뒤 결국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