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가 하천 준설이 마치 홍수예방에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앞 다투어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는 전혀 효과가 없는 예산 낭비사업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따라서 현재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3대 하천 준설사업도 중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11일 오후 대전NGO지원센터에서 '기후위기시대 하천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제로 생태하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윤석열 정부 환경부가 그 동안 지양해왔던 하천 준설을 다시 장려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각 지역마다 갈등을 일으키고 있어 준설 효과에 대해 점검해 보기 위해 마련됐다.
대전시도 올해에만 42억 원의 예산을 투입, 대전천과 유등천, 갑천 등 3대 하천에서 대규모 준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와 토론에 나선 토론자들은 준설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예산만 낭비하는 사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하천 준설과 횡단구조물에 대한 평가 및 대안'이라는 주제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경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백경오 교수는 "이번 정부 들어서 하천 준설이 전국적으로 행해지고 있는데, 절차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준설이 불필요한 이유로 ▲상위계획인 하천기본계획에 위배되고 ▲제방이 규격(설계기준)에 맞는다면 제방관리만 잘 해도 준설은 필요 없으며 ▲준설하면 재퇴적이 되기 때문에 준설은 지속가능하지 못한 임시 대책에 불과하다는 등 3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특히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갑천 준설 계획을 사례로 소개하면서 '금강 수계 하천 기본 계획(2011.8.)'과 '대전시 국가하천 재해예방 정비사업 실시설계보고서(2024.04.)'를 비교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상위 계획인 금강 수계 하천 기본 계획에는 계획홍수위 홍수량(만년교)은 1745㎥/s인데, 대전시가 준설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하위계획인 대전시 국가하천 재해예방 정비사업 실시설계보고서에서는 계획홍수량을 3000㎥/s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
"대전시 하천 정비사업 보고서는 엉터리... 홍수량 엄청나게 부풀려져"
백 교수는 "계획홍수량은 상위계획을 따라야 한다. 변하면 안 된다. 그런데 대전시의 보고서는 홍수량이 엄청나게 부풀려져 있다"며 "이러한 엉터리 보고서를 근거로 준설이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설령 하상퇴적으로 계획홍수위가 상승했더라도 상위계획을 보면 제방고+여유고를 상회하지 않으므로 갑천은 준설을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며 "만일 대전시가 그렇게 준설을 하고 싶다면, 국가하천(갑천) 관리를 위임받은 대전시는 관리주체인 환경부의 허가를 받아 상위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그런데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 교수는 "현재 세계적인 하천 정책은 하천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두고 있다. 자연의 역동성을 그대로 두는 방법인 NbS(Nature based Solution)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NbS는 직선화된 하천을 구불구불하게 놔두고, 물 흐름대로 하천을 두는 것"이라며 "기후대응댐 이런 정책은 말도 안 되는 계획이다. 중앙정부에서 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제대로 된 원인 분석이 적절한 대책을 만든다. 쌓이기 때문에 준설이 필요하다는 근거는 잘못된 것이다. 하천은 깎임과 쌓임이 평행상태다. 따라서 준설은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대전시 하천정비 계획은 하천복원 명분의 토목건설 사업일 뿐"
두 번째 발제는 당초 대전시 관계자를 초청, 대전시의 하천정비계획을 들을 예정이었으나 초청에 응하지 않아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국장이 나섰다. 그는 대전시의 준설계획에 대해 설명한 뒤 "민선7기 허태정 대전시장 시절 추진한 '3대 하천 그랜드 플랜'은 민선8기 이장우 시장의 '3대 하천 그린 뉴딜'로 바뀌었을 뿐, 하천 토목건설 확장판이라는 본질은 변한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전시의 하천정책 속내는 ▲수질회복 명분의 수질정화 시설물 설치 ▲생태복원 명분의 여울형 보 등 설치 ▲재해예방 명분의 준설사업 진행 ▲시민건강 명분의 홍수터(둔치) 체육 시설 설치 ▲시민참여 명분 들러리 거버넌스 운영 등 '하천복원 명분 토목사업 추진'이라고 비판했다.
발제에 이어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를 좌장으로 진행된 토론에서도 토론자들은 대전시의 준설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은 "홍수가 나는 이유는 빗물이 스며들거나 흘러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금강 유역에서는 대전시가 불투수 면적이 가장 많다"며 "금강유역 내 137개 표준유역 중 불투수면적율 25%초과 유역은 8개인데, 대전시는 갑천하류, 유등천하류, 대전천 등 3개 유역이 26%이상으로 조사됐다. 비가 내리면 대전시 3대 하천의 홍수량이 근본적으로 급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대전시는 홍수대책의 강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과 확대, 홍수관리 안전망 운영 및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전문 인력 확보 등에 힘을 쏟지 않고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할당한 공사량을 채우느라, 홍수에 침수를 반복하는 천변시설 공사에 세금을 낭비하고, 하도만 파헤치고 편평하게 긁어내며 준설하는 구태를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준설은 예산 낭비일 뿐 아니라 실효성은 낮고 폐해는 크다"
김병기 오마이뉴스 대기자도 토론에 나서 환경부가 홍수예방을 명분으로 준설을 하고 있지만 효과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현 환경부의 물 정책 주요 기조의 하나는 준설이다. 명분은 홍수예방이다. 소위 '물그릇'을 키워서 기후위기에 따른 이상 기후 현상으로 하천이 범람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재퇴적 등으로 무용지물"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 해 정부 예산을 보면, 국가하천 정비에 6627억 원이 책정됐는데, 이는 작년에 비해 47%(2117억 원)가 늘어난 액수라며, 여기에 유지·보수예산 2614억 원을 더하면 9200억 원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이 예산으로 국가하천 19곳을 준설(준설규모 192만2천㎥)할 계획인데, 이렇게 정부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준설 등의 토목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홍수와 가뭄 등은 줄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올해 대전시에서 발생한 수해는 준설의 단기 효과조차 의심케하는 사례"라면서 "대전시는 국비 42억 원을 들여 '국가하천 재해예방 정비공사'란 사업명으로 갑천, 유등천, 대전천에 대규모 준설을 진행했다. 그러나 준설에도 불구하고 작년보다 적은 강수량에 3대 하천의 둔치는 모두 잠겼고, 준설 구간들의 교량들은 통제됐다. 심지어 유등교는 교각이 침하되어 붕괴 직전까지 갔고, 기성동에서는 수해 이주민이 발생하는 피해가 속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윤석열 정부는 하천 준설을 재해 예방의 만병통치약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만 낭비할 뿐 아니라 실효성은 낮고 그 폐해는 크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문지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이희예 성남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토론자로 나서 전주시의 전주천 준설사업과 성남시의 탄천 준설사업의 문제점 등에 대해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