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여전히 강이 흘러서 좋군요."
세종시가 3차 계고장을 보냈다는 소식에 새벽부터 부산에서 달려온 활동가가 금강을 보더니 말한다. 계고장이 날아올 때마다 잊지 않고 먼 길을 달려와 줬는데, 낙동강에서 주로 활동하다 보니 녹조 강을 보며 안타까워하던 차에 금강에 오게 된 것이다. 시원한 바람이 금강을 스쳐 가고 있었다.
쉽게 물러서지 않는 폭염으로 낙동강 녹조가 9월에도 계속 창궐하고 있어 '낙동강 녹조재난'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원래 8월 말 9월 초에 내리는 비나 태풍으로 녹조가 사그러들었지만 지속되는 폭염에 아직도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다.
환경부는 무엇하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저 비에 쓸려가기를 바라는 건지, 침묵하며 요행을 바라는 것이 환경부 공무원이 할 짓인지 답답할 뿐이다. 대책 마련은커녕 댐 짓겠다고 환경부 직원들이 국토부 직원마냥 순회하고 다니는 꼴을 보면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지. 지금 환경부가 그러고 있을 땐가. 이 지속되는 폭염을 보고도 댐 짓자는 소리가 나오는가 한심할 뿐이다.
강 곁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 강을 막는 것이 불법
'신이 허락한 생명의 순환을 고작 콘크리트 따위로 막으려는 것이야 말로 불법'
지난 9월 9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세종시가 지난 2일 전달한 3차 계고장에 세종시와 환경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성서대전 김기중 목사는 세종보를 재가동하려는 세종시야 말로 불법을 행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시는 9일까지 천막농성장을 철거하고 원상복구 하라고 통보했고 고발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보 철거 시민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세종보 재가동 중단 결사 투쟁은 4대강 회복의 최전선'임을 강조하며 "우리는 이곳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정부의 폭력에 맞설 것"임을 선언했다(관련 기사 :
세종보 농선 3차 계고장 "알량한 하천법으로 겁박" https://omn.kr/2a4ck).
보 처리방안 취소 과정은 우리 물 정책을 막장으로 몰아가는 윤석열 정부의 탈법, 편법과 민주주의 훼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과정이었다. 세종보 수문이 닫히면 우리 국민들은 12년 전, 4대강 살리기 사업 당시로 고스란히 회귀하는 일이기에 행정의 계고협박에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금강 녹조 WHO 기준치의 68배… 녹조 문제 방치하는 환경부
지난 9월 10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아래 시민행동)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해철 국회의원과 공동주관으로 금강 녹조 저감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대청호, 금강권역의 박정현, 강준현, 박수현 국회의원이 함께 주최했다. 이들은 금강 녹조 조사결과를 함께 발표하고 윤석열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8월 26일, 시민행동은 대청호, 세종보, 강경포구에서 녹조를 채수해 부경대학교에 그 결과를 의뢰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현재 금강의 녹조는 WHO 기준치의 68배, 조류경보제 상으로 최악의 단계인 '조류대발생' 3배 수준이었다. 대청호, 강경포구에서 발견된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의 6200배에 달하는 극독성 물이다(관련 기사 :
금강 녹조 WHO 기준치 68배… "재앙적 상황" https://omn.kr/2a50g).
채수 당시 문의취수장 인근의 온도는 29도, 대청호의 수온은 31도로 달궈져 있었다. 대청호 남세균 세포 수는 108만셀/ml 였고,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1221ppb였다. 같은 날 환경부 조사결과는 36분의 1 수준인 3만셀/ml 이었다. 계속 되는 폭염으로 뜨거워지는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녹조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녹조는 '먹는 물 안전' 에 직결된 문제로 국민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문제 지만 환경부는 대책수립에 나서지 않고 녹조제거선과 수차를 돌리는 등 대응하는 척만 하고 있을 뿐이다. 즉각적으로 4대강 수문을 개방하고 녹조 저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하지만 댐 건설에 목을 매고 지역설명회를 다니니, 과연 환경부는 무엇을 하는 부서인지 알 수가 없다. 당장 수문을 열고 녹조 저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처음 왔는데 너무 좋네요.'
3차 계고 소식에 대전의 몇몇 활동가들과 청년들이 천막농성장으로 달려왔다. 그중 한 청년이 집에 간다면서 한 이야기다. 강에서 새도 관찰하고 바람도 쐬며 말 없이 앉아 있었는데 책 읽기 너무 좋겠다며 또 오겠다고 한다. 강이 주는 생태적 이익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얼가니새(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사무처장)가 한참 새를 관찰하더니 망원경을 고정한다. 좀도요새라고 한다. 원래 바다에서 서식하는 친구인데 이동 중에 금강에서 잠시 쉬는 중인 것 같다고 한다. 금강이 새들에게 어떤 곳인지, 도요새의 휴식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만약 담수되어 금강이 물로 가득했다면 좀도요새는 쉴 곳도 없이 먼 길을 가다가 낙오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금강을 지키는 이유는 한 마리의 도요새를 위해서다. 그 작은 생명의 쉼을 위해서라도, 금강은 흐르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