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를 선출하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막을 올렸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12일 자민당은 총재 선거에 출마할 9명의 후보를 고시했다.
오는 27일 치러질 선거에 이시바 시게루(67) 전 자민당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43) 전 환경상, 다카이치 사나에(63) 경제안보담당상, 하야시 요시마사(63) 관방장관, 고노 다로(61) 디지털상, 고바야시 다카유키(49) 전 경제안보담당상, 가미카와 요코(71) 외무상, 모테기 도시미쓰(68) 간사장, 가토 가쓰노부(68) 전 관방장관이 출마했다.
이는 자민당 총재 선거 입후보에 추천인이 필요해진 1972년 이후 가장 많은 후보가 출마하는 것이다.
'40대 기수' 고이즈미, 역대 최연소 총리 될까
<아사히신문>은 후보가 늘어난 요인으로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에 따른 파벌 해체를 꼽았다.
지난해 연말 자민당의 불법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주요 파벌 6개 중 5개가 해산을 선언했고, 이에 따라 파벌 단위로 후보자를 옹립하던 관행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파벌을 유지하고 있는 '아소파'에서 고노 전 디지털상이 출마를 선언했으나, 파벌을 이끄는 아소 다로 부총재는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용인하겠다는 방침을 나타냈다.
NHK는 "대부분의 파벌이 해산했기 때문에 각 의원의 투표 의향을 읽을 수 없고, 끝까지 결과를 전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은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다. 5년 넘게 장기 집권한 고이즈미 준이치로(2001~2006년 재임) 전 총리의 차남으로 2009년 중의원으로 처음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장래 총리 후보감으로 불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과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40대의 젊은 나이와 준수한 외모로 대중적 인기가 높고 과거에도 파벌에 몸담지 않아 자민당을 개혁할 인물로 꼽힌다.
그가 총리에 오르면 만 44세 3개월이던 1885년 12월 초대 총리에 오른 이토 히로부미의 최연소 총리 기록도 깨지게 된다.
다만 환경상으로 재임하던 2019년 "기후변화 같은 커다란 문제는 즐겁고 멋지게, 섹시하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가 가벼운 언행이라고 비판받았고,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하며 우익 성향도 드러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만약 총리가 될 경우 참배를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앞으로 적절히 판단하겠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극우' 다카이치 "총리 되어도 야스쿠니 참배할 것"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1986년 중의원 선거에서 당시 최연소 기록(만 29세) 당선 기록을 세우며 연속 12선을 기록하고 있는 자민당 중진이다.
방위상, 농림수산상, 지방창생담당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과 간사장 등을 지냈으나 자민당 주류인 '아베파'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당내에서는 대표적인 비주류로 평가받고 있다.
이 밖에도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 하야시 관방장관, 가미카와 외무상 등 기시다 내각의 현직 각료도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지지를 얻으며 자민당에서도 우익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야스쿠니신사는 내가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곳"이라며 총리가 되어서도 참배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함께 40대 후보인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담당상도 지난달 15일 패전일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면서 '젊은 극우'로서의 보수 성향을 드러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 367표와 당원(당비 납부 일본 국적자), 당우(자민당 후원 정치단체 회원) 367표를 합산해 결과를 내고, 과반 득표 후보가 나오면 총재가 확정된다.
국회의원은 1명이 1표를 행사하며, 약 105만 명인 당원과 당우가 던진 표는 367표로 환산해 적용된다.
다만 과반 득표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결선 투표를 치른다. 결선은 국회의원 367표, 지방당원조직 47표를 놓고 대결하는 만큼 전국 여론보다는 당내 민심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민당은 비자금 스캔들로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는만큼 이번에는 '돈 안 쓰는 선거'를 하겠다며 각 후보의 인터넷 유료 광고나 정책 팸플렛 배부, 자동전화 선거 운동을 금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