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카페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한 성범죄 사건의 가해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 7년을 선고한 가운데, 여러 여성단체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9개 단체는 공동으로 낸 성명에서 "(낮은 형량으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봤다"라며 사법부의 판결을 규탄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 부산여성단체연합, 부산여성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등은 12일 부산지법 서부지원의 선고 결과에 대한 비판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알바사이트를 통해 스터디카페에 갔던 여성이 성폭력·성착취로 목숨을 잃었다. 이런 죽음에 법조차 응답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비통한 심정"이라고 반발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서부지원 형사1부는 401호 법정에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계 등 간음, 성매수 등), 성매매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뒤 10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시설 취업제한, 신상 공개를 함께 명령했다. 유사 성행위 업소인 키스방의 운영자 B씨와 C씨에게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 원이 내려졌다.
키스방과 공모한 A씨는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구인 사이트를 통해 스터디카페 면접이라고 속이고 유인한 여성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 가운데 한 명은 정신적 충격으로 고통을 받다가 숨지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량 선고... "이게 나라인가? 참담한 현실"
여러 차례 공판기일에서 A씨는 합의된 관계였다면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판결에서 재판부는 "피해자들을 추행 내지 간음 목적으로 유인해 성적 욕망을 충족했고 이에 따라 일부가 성병에 걸리거나 사망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라며 "범행 동기와 방법, 기간, 횟수, 피해자의 수와 피해 정도를 볼 때 죄질이 극히 나쁘다"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불특정 다수의 어린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치밀하고 계획적인 범행이라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판시했지만, A씨가 범행 일부를 인정하는 점 등을 종합해 검찰 구형(12년)보다는 낮게 선고 형량을 정했다. 키스방 업자들에 대해선 일부가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양형 참작 사유로 삼았다.
그러나 여성단체는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성명에 동참한 9개 단체는 "이게 나라인가? 여성에게 나라는 있는가? 참담한 현실"이라며 무력감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에 다시 엄벌을 촉구하는 한편, 윤석열 정부와 부산시를 향해서도 "여성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