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둔 9월 초를 지나며 대구경북의 반윤석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월 6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9월 1주차 정기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평가는 대구경북에서 긍정 37%, 부정 49%를 기록하였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13일에 나온 9월 2주차 정기여론조사에서는 긍정 35%, 부정 57%를 기록했다. 한 주 만에 부정은 8%가 늘어났으며, 긍정은 2%가 줄어든 것이다.
이런 변화는 비단 여론조사 수치만은 아니다. 대구 곳곳에서 반윤석열의 여론을 보여주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윤석열퇴진대학생운동본부 계명대학교 지부와 경북대학교 지부가 9월 4일부터 6일까지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대자보 8장(계명대 2장, 경북대 6장)을 부착하였다.
한 대자보는 "이 정부는 대체 어느 나라의 정부인가!"라고 외치며 "윤석열 탄핵이 이 시대의 자주이고 독립"이라 썼다. 또한 마지막에는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해달라는 부탁의 말을 남겼다.
9월 7일에는 대구촛불행동의 주최로 제80차 대구촛불대행진이 대구 한일극장 앞에서 열렸다. 대구촛불행동 2주년을 기념하기도 했던 이 집회에는 100여 명의 시민들이 집결하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참석자는 "이전에는 40여 명 정도의 인원이 참석했었는데, 오늘 집회에는 100명 이상 참석했다"라며 놀라워했다.
이 집회에는 대구촛불행동을 비롯하여 대구경북대학생진보연합, 대구평화합창단 등이 참석하여 발언과 공연을 맡기도 했다. 포항촛불행동에서 동참하고자 집회에 깃발을 들고 참석했으며, 박정희 우상사업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의 집행위원장이 연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집회 이후 참석자들은 대구 동성로를 30분 정도 행진하였다.
추석 연휴 직전인 13일에는 기자회견과 선전전, 서명운동 등이 진행됐다. 윤석열심판대구시국회의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오전 10시 동대구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윤석열 정권을 "퇴행과 폭주의 정권"이라 규정하며 윤석열의 퇴진을 요구하였다. 기자회견 이후에는 1시간 정도 현수막과 피켓을 들며 선전물을 배부하였다.
대구촛불행동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2시간 동안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앞에서 윤석열 탄핵 서명운동을 벌였다. 또한 윤석열 탄핵과 촛불집회에 대한 내용이 담긴 쪽지가 들어가 있는 반창고도 배부하였다.
많은 시민들이 반창고를 받고 서명에 동참하였다. 한 시민은 "윤석열 꼭 좀 탄핵시켜달라"라며 당부의 말을 남겼다. 경주 출신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서명 후 김건희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또 한 시민은 다량의 음료수를 전하며 응원을 전하기도 했다.
이렇게 탄핵 분위기로 고조되는 대구의 최근 분위기에 대해 민소현 대구촛불행동 운영위원장은 13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전했다.
"집회 때 서명하시는 분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그리고 가판대 하나만 놓고 하는 선전전 때도 지나가는 길목이 아닌데 일부러 찾아와서 서명해 주십니다. 연령대가 높은 부부 분들이 적극적으로 해주시면서 대구에 이런 게 있냐고 놀라시기도 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멈춰서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반창고를 나누어 드리면 큐알코드를 바로 찍어보시기도 합니다."
민소현 운영위원장은 지지층의 변화를 체감한다며, "중도적인 사람들이 많이 돌아섰습니다. 어떤 남성 분이 자신은 대선 때 윤석열이 잘할 거 같아서 뽑았는데 정말 실망이라며 끌어내려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강성 지지자 분들도 전에는 지나가면 툭툭 던지듯이 한마디 하셨는데, 요즘은 분노를 표출하며 극렬하게 반응하십니다. 위기의식의 반증이라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민소현 운영위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대구가 워낙 보수의 성지처럼 여겨져서 구제 불능이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구의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도 적지 않고 그런 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또한 민주노총이나 시국회의를 비롯한 지역의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퇴진운동에 나서고 있습니다"라며 대구의 변화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