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19일 오후 3시 53분]
추석 연휴 직후 국회는 빠르게 '특검 정국'으로 진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주도로 일명 김건희 특검(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19일 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했다.
국힘 "국민 여론 안 좋다고 기소? 인권 침해"... 민주 "부끄럽지 않나"
야권은 특히 '김건희 특검'에 최근 공천개입 의혹까지 더해 특검의 당위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다시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데다, 국민의힘 또한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터라 이날 야권의 메시지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법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재석의원 167인 중 찬성 167인으로 가결됐다.
이날 법안 찬성 토론에 나선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 주가조작 의혹 ▲ 명품가방 수수의혹 ▲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의혹 ▲ 공천 개입 의혹 등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들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은 거부권 꿈도 꾸지 마라, 당신 부인에 관한 것이고 윤 대통령 장모에 관한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 추진이 인권침해라고 엄호했다. 반대 토론대에 선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일반인이라면 무혐의 종결 처분될 사건을 대통령 배우자라고 해서,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고 해서 수사, 기소해야 한다고 몰아치는 건 옳지 않다"면서 "(이미 수사를) 진행 중인 사건을 중지하고 새 특검에서 진행한다는 것은 이중 수사고 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의 발언마다 야권 의원 석에서 "부끄럽지 않습니까!"라는 고성이 나왔고, 조 의원은 "부끄럽지 않다"고 맞받았다.
우원식 '두 특검' 처리에 "국민 갈등 높아 국회 판단 필요"
이날 본회의에선 채상병 특검(재석 170인 중 찬성 170인)과 민주당 주도의 지역사랑상품권 법안(재석 169인 중 찬성 166인, 반대 3인)도 통과됐다. 채상병 특검의 경우 국민의힘 의원 중 유일하게 안철수 의원이 기존 입장 그대로 찬성표를 던졌다. 지역사랑상품권 법안의 경우 이준석, 이주영, 천하람 등 개혁신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한편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발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황운하 원내대표 등 일부 의원들은 10.16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선거를 위한 지방 일정 때문에 표결에 참석하지 못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열 번 찍습니까?"
야권 의원들 : "네~"
국민의힘은 표결 직전부터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장 의사진행 발언에서 이날 회의를 '막무가내 하명법안 처리 회의'로 규정하고 "오늘 단행된 법안은 재의 요구를 거쳐 소멸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국민의힘은 (야권의) 얄팍한 이간질에 넘어가지 않는다"며 '단일대오'를 강조하기도 했다.
배 의원은 특히 두 특검 법안을 언급하며 "당위와 요건, 목적 뭐 하나 못 세우는 묻지마 특검을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정말 민생을 생각한다면 이런 허무한 본회의를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우원식 의장은 이날 표결 처리에 앞서 두 특검법안을 처리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여러 의혹을 둘러싸고 국민의 갈등과 긴장이 높게 조성되고 있기에 국회로선 가부 판단을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