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사는 게 지옥이다. 숨을 못 쉴 정도다. 사람 좀 살게 해달라."
"창문도 열지 못하고 매연도 심하다. 벽에 금도 가고 물도 샌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명서시장 앞 공영주차장에 고립된 개인주택 2채에 사는 주민들이 울먹이며 털어놓은 말이다. 두 가구 주민 모두 "이대로는 살 수 없다"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그동안 사정을 모르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보상 많이 받으려고 그런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그러다가 진보당 창원의창지역위원회를 비롯한 주민들이 '명서시장 제2주차장 고립주택 피해 해결을 위한 주민대책위'를 결성하고, 지난 8월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행정에 의해 고립된 주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주변 시선은 많이 달라졌다(관련 기사 :
공영주차장 속 주택 2채 덩그러니... '우째 이런 일이' https://omn.kr/29sn0 ).
그러나 생활 불편함은 여전하다. 이곳 공영주차장 조성 사업은 2019년부터 시작됐다. 창원시는 이듬해 7필지(6가구)에 대해 보상계획을 통보했으며, 2021년 3월 5필지에 대한 감정평가액을 통지하고 협의했다. 이후 2022년 10월부터 2023년 9월 사이 공사가 벌어졌고, 40면 주차공간이 만들어졌다.
창원시는 2가구에 대한 보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주차장 조성공사를 벌였다. 주택 2채는 주차장에 완전 고립돼 있는 형태다.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주민대책위는 "창원시 행정에 의해 고립된 집, 시민에게 막장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보도 이후 상황이 궁금한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지난 추석 전날 2가구 주민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기자회견 뒤 창원시청을 찾아가 대책을 물었지만 아직 뾰족한 대답을 얻지 못해 더 막막하다는 반응이다.
"집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사과 한 마디 없다"
두 주택에 사는 주민들은 모두 칠순, 팔순의 어르신들이다. 두 집 모두 벽에 금이 가고, 옥상 바닥을 통해 물이 샌다. 비가 오면 방에 양동이를 받쳐놔야 하고, 심지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 지내고 있다.
해당 주택에 사는 ㄱ씨는 "하루를 사는 게 지옥"이라는 말부터 했다. 그는 "이건 사람 사는 게 아니다. 우리가 무슨 죄가 있느냐.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라며 "얼마 전에 시청을 찾아가 언제까지 해결해 주겠다는 답을 얻고 싶었지만 못 듣고 왔다"라고 했다.
"2021년부터 집을 수용한다고 해서 그렇게 믿고 있었다. 공무원들이 노인들에게 거짓말 하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돈 많이 받으려고 한다는 소문을 내기도 했다. 그런데 집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사과 한 마디 없다."
1990년에 지은 지 1년된 집을 사서 살기 시작했다고 한 ㄱ씨는 주차장 공사로 주택에 금이 가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2층에는 시멘트가 떨어져 철근이 보일 정도이고, 주차장 공사할 때 옥상 유리창이 깨져 다시 해 넣기도 했으며, 화장실 타일이 떨어져 나불거릴 정도"라고 말했다.
ㄱ씨 집에는 베트남 출신 여성이 방을 얻어 살고 있다. ㄱ씨는 "세를 놔도 와서 보고는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데 베트남 여성이 와서 살고 있다. 비가 오면 물이 새서 양동이를 방에 대고 있다.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집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다 보니 생활하는데 불편함은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특히 햇볕과 소음, 매연이 심하다. 더군다나 집 바로 앞에 차를 대거나 사람이 다니기에 아무리 더워도 창문이나 대문을 마음대로 열 수 없다. ㄱ씨는 "아무리 더운 여름 날씨이지만 창문을 열 수조차 없다"라고 말했다.
겨울은 바람 때문에 고통이다. ㄱ씨는 "겨울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게 없으니까 바로 들어온다. 어떨 때는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여 놓으면 바로 꺼질 때가 많다"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 늙은 부부는 이 집이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다. 행정이 개인 재산을 이렇게 만들어놔도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차장 때문에 없던 병까지 생겼다는 증언도 나왔다. ㄱ씨의 말이다.
"바깥양반이 아파 쓰러져 밤에 119에 실려 병원 응급실에 갔던 적이 있다. 두 노인네가 병원에서 하루 종일 있다시피 하면서 이 검사 저 검사를 다 해봤는데,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의사가 하는 말이 마음에 병이 있는 것 같고, 안 좋은 일이 있느냐고 묻더라. 아픈 것도 다 주차장 때문 아니냐."
그는 "못 살겠다. 날만 새면 힘들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게 사람 사는 집이냐. 노인들 숨 좀 쉬게 해달라"라고 강조했다.
창원시 "민원 해결 위해 노력하겠다"
이런 사정이 알려진 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고 한다. ㄱ씨는 "기자회견을 하고 언론에 보도가 된 뒤부터 사람들이 달라졌다. 그동안 오지 않았던 친구들도 음료수와 과일을 사 가지고 와서는 억울하게 있는 줄 몰랐다고 하더라"라며 "주민대책위에 고맙다"라고 말했다.
ㄴ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991년에 집을 사서 입주했다고 한 그는 "주차장 때문에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창문도 마음대로 못 열고, 방을 세 놓으려고 부동산중개소에 말해도 와서 보고는 주차장 때문에 취소하는 사례가 많다.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집 바로 앞이 주차장인데, 특히 매연 피해가 심각하다"라며 "2층 바닥에 금이 가 있다. 지난해 여름에 비가 왔을 때 물이 새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주차장으로 인한 여러 어려움은 두 집 모두 같은 처지다.
ㄴ씨는 "지난해 여름 주차장 바닥을 까는 공사를 할 때 냄새가 심했고, 바깥양반이 구토질을 할 정도였다. 지금은 없던 마음의 병까지 생겨, 동네 병원에 다녀도 효과가 없고, 응급실에 실려갔던 적이 있다"라며 "지난 1월에 수도권에 있는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서 신경과 약을 처방 받아와 먹으니 좀 나아졌다"라고 했다.
두 집 모두 "창원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하루라도 이 집에서 살아 보면 얼마나 힘든지 알 것이다. 제발 바라건데 하루 빨리 해결이 됐으면 한다"라며 "노인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임시 거처라도 마련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창원시는 두 주택에 대해 2025년 '명서시장 주차 환경 개선사업'을 국비 지원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고, 이것이 되지 않으면 공모사업을 지속적으로 신청해 민원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