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주민설명회가 군산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전북도민 및 전국에서 온 시민들은 주민설명회 시작 전 <새만금신공항은 허구다! 실재하는 진실, 수라갯벌을 보존하라!>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김연태 공동대표는 새만금신공항이 미군 제2활주로를 위해 준비되고 있다고 주장했고, 김나희 홍보국장(필자)은 9월 말까지 지속되는 폭염에서 알 수 있듯 기후위기가 이미 진행되는 와중에 이를 가중시키는 공항을 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단장은 "생명을 지키는 문제에서는 한 발자국도 물러날 수 없다, 왜냐하면 죽음은 그 자체로 끝이며 적당히 죽거나 아름답게 죽는 것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원세현 활동가는 "졸속 환경영향평가, 공정하지 못한 행정 절차가 국책사업이란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전국의 신공항들을 함께 연대하여 막아내자"라고 힘주어 말했다.
14시부터 시작된 주민설명회는 사복경찰이 빼곡히 들어섰고, 주민들에게 배포된 자료는 짤막한 A4 한 장 뿐이었다.
주민설명회 참가자들은 사복경찰 다수가 들어와 있어 오히려 주민들이 앉을 자리가 없고, 민주적인 주민설명회를 방해하는 위협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경찰들이 설명회장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하며, 주민설명회 및 새만금신공항 사업 자체가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주민들의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박탈되었다는 항의가 이어졌지만, 주최측은 10여분 만에 설명회를 서둘러 마치고 "퇴장해 달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주민설명회가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면, 그 이유만으로도 이 사업은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환경영향평가의 원래 의의는 숨어 있는 문제를 드러내고(upstreaming), 비주류인 문제를 주류화하며(mainstreaming), 그것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쉽게 제시하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잘 모르던 문제마저 낱낱히 드러내고 공유하여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환경영향평가의 목적이다.
환경영향평가가 한국사회에서 워낙 요식행위로 여겨졌기 때문에, 원래 목적마저 생소할 지경이지만 원래는 문제를 최대한 드러내고 공동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환경영향평가의 정의상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목소리가 합의를 통해 통합되지 않았다면 목적 달성에 실패한 것이고 절차는 마무리될 수 없다.
이러한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면, 민주적 의견수렴이 부족하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공항 추진에 제동을 거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2019년 11월 24일 스위스 제네바주 주민투표 결과, <제네바 공항의 민주적 관리를 위하여 - 우리의 공항을 되돌리자> 법안이 통과되었던 것이다. 주민투표 결과 56.27%의 제네바 주민이 제네바 공항에 대한 더 많은 민주적 논의를 지지하는 쪽으로 투표했다. 이 법안은 경제적, 환경적 필요와 더불어 거주민도 고려하여 공항 발전을 조절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원세현 활동가의 발언처럼,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국민의 뜻과 동일시되는 비민주적 행태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