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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묘한 곳이다. 서울과 가까워 서울의 위성도시처럼 여겨지지만, 일찌기 '개항장'으로 부터 시작해 인천상륙작전의 역사를 거쳐, 산업 도시로서의 전통을 가진 어엿한 '광역시'로서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서울 중심의 불균형적인 발전으로 규모 면 에서는 '광역시'들이라해도 그 혜택이 나눠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인 상황. 특히 문화적인 면에서는 그 편중이 극심하다.

그런 가운데 지난 7월 26일 인천역 인근 한국 관광 공사가 운영하는 '상상플랫폼'에 LG헬로비전이 '뮤지엄 엘'을 개관하며 아쉬웠던 인천 문화 발전에 교두보를 열었다.

 뮤지엄 엘
뮤지엄 엘 ⓒ 뮤지엄 엘

이곳은 1978년 건립된 아시아 최대의 곡물 창고였던 곳이다. 총 면적 7227㎡ 곡물 창고 답게 3층까지 시원하게 뚫린 중앙 공간에 들어서면 그 개방감을 한껏 누릴 수 있다.

1층에는 다감각형 미디어 아트 콘텐츠 '모나리자 이머시브('Mona lisa Immersive)와 알렉스 카츠(Alex Katz) 전, 이어 2층에 '위대한 농구 75인전'까지 순수 예술에서 트렌디한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들이 포진하고 있다.

1. 트렌디를 그리다

나는 스타일이 내 작품의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스타일은 패션에 속하고 패션은 바로 지금의 현재이며, 그것이야말로 내가 추구하는 것이다.

알렉스 카츠는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는 대표적인 현대 미술가다. 오스트리아 알베르티나 콜렉션으로 67점이 전시된 작품은 1960년대부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진행 중인 그의 작품 세계를 골고루 보여주고자 애쓰고 있다.

 알렉스 카츠
알렉스 카츠 ⓒ 뮤지엄엘

알렉스 카츠를 좀 안다 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그린 인물화들을 기억할 것이다. 까만 모자와 선글라스, 그리고 립스틱을 바른 입술, 그 선글라스와 모자 안에 숨겨진 인물이 누군지는 몰라도, 흡사 우리는 이 인물로 부터 영화 속 오드리 햅번을 연상한다. 그렇다. 알렉스 카츠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캡춰하듯이, 인물을 '평면'에 재현한다. 하지만 그 인물은 특정한 인물이라기보다는 산업자본주의 문명의 수혜를 담은 시대의 갑남을녀들이다.

1927년에 태어나 1950년대부터 본격 화가의 길에 들어선 알렉스 카츠가 맞이한 시대는 미디어 산업과 광고가 주류를 이루었던 시대이다. 길게 뻗어진 도로 한 편에 옥외 광고판 빌보드와 시네마스코프(가로:세로가 2.35:1)로 대변되는 시대였다. '지금 이 순간의 현재 외에 영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알렉스 카츠는 바로 그 '현재'를 고스란히 화폭에 담는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패션과 스타일로 자신을 드러낸다. 표정은 모호하고, 배경은 단색으로 처리되어 있다. 추상 미술이 대세이던 시절, 처음 평론가들은 그의 그림을 낮잡아 보았지만, 1977년 자신의 그림을 가장 번화한 뉴욕 타임스 스퀘어 광고들 사이에 오로지 클로즈업된 인물들만을 그린 그림들을 전시한 이 호기로운 화가에 대해 편견을 거두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네마스코프의 비율로 가장 트렌디한 모습만을 명징하게 드러낸 인물들에게서 화가 자신이 그 어떤 이면의 의미가 없다고 강조함에도 점차 '시대 정신'을 읽어내기에 이른다.

또한 일찍이 마인 주에 자리 잡은 그의 저택을 배경으로 그가 그려낸 일상의 풍경들은 그의 인물화 못지 않게, 시대의 주류로 등장하는 미국 중산층의 초상이 됐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은 커다란 화폭에 흩날리는 꽃잎들에서 21세기의 '모네의 수련'을 찾는다. 오늘날 영화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인물 입간판의 유래처럼 보여지는 판자에 인물을 입히고 입상으로 세운 '컷 아웃(cut-out) 역시 트렌디하다.

67전의 전시물은 인물화를 비롯하여, 풍경화, 판화, 조각에 이르기까지 아직까지도 생존 작가인 알렉스 카츠가 시도했던 온갖 미술적 시도를 보여주고, 설명하고자 애쓴다. 어마어마한 크라프트 지에 그려진 그의 밑그림 들을 통해 알렉스 카츠의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 하는 과정에 대한 배려 역시 빠지지 않는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 단조로운 알렉스 카츠의 그림에서 감동을 얻는가, 아니면 20세기의 미술은 이렇구나 하는 소회에 이를 것인가는 전적으로 감상자의 몫으로 남는다.

 모나리자 이머시브
모나리자 이머시브 ⓒ 뮤지엄엘

2. 모나리자가 세계적 예술품이 되기까지

직접 가서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는 전시를 즐기는 기자에게 미디어 아트 콘텐츠는 어쩐지 '야매' 미술전시회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그런 편견에 대해 '모나리자 이머시브'는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루브르 박물관과 디지털 전시 개발사 '그랑팔레 이머시브'가 공동 제작한 전시는 '모나리자가 왜 세계에서 유명한 그림일까'란 질문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전시는 6개의 테마관을 통해,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우선 전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활동하던 남유럽에서 주로 그려지던 여인의 초상화들을 보여준다. 한 눈에 비교해도 그녀들에 비해 '모나지라'는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명화'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활약하던 남유럽에서는 마치 주화에 인물을 새기듯 귀족들의 옆 모습을 그린 초상화와 유행이었다.

그런데 이들 초상화와 모나리자는 구도에서부터 달랐다. 그건 바로 신흥 부르조아의 발복과 함께 평민들의 초상화가 인기를 끌었던 플랑드르 지역의 초상화에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전시는 플랑드르 지방의 작품과 함께 비교하며 설명을 해주고 있다.

또한 젊은 시절부터 말면에 이르기까지 30 여년에 걸쳐 그가 가는 곳마다 작품을 동행하며 덧칠에 덧칠을 더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완성도에 대한 열의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명작이 탄생되기 위해서는 아름다움에 더해, 이른바 '콘텐츠로서의 마케팅'을 빼놓을 수 없다. 모나리자의 '노이즈 마케팅'에 한 몫을 한 것은 '도난 사건'이었고, 모나리자를 시대를 넘어선 미인으로 만드는데는 달리에서부터 피카소, 뱅크시에 이르기까지 후배 예술가들의 '오마주' 등을 빼놓을 없다는 것을 전시는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위대한 농수선수 75인전
위대한 농수선수 75인전 ⓒ 뮤지엄엘

3. 농구 덕후라면 빼놓을 수 없는

최다 올스타 르브론 제임스에서부터,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야오밍에 이르기까지 NBA를 빛낸 75인의 농구 선수들의 유니폼, 농구화, 농구공 등을 전시하는 '위대한 농구 선수 75인전'은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결코 빠질 수 없는 전시일 듯하다.

알렉스 카츠가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트렌디하게 대변하는 그림을 그렸다면, 위대한 농구 선수 75인 전은 또 다른 측면에서 현대적 콘텐츠를 대변한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유니폼, 신발, 그 흐름을 살펴보는 건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박물관의 도자기들을 마주하는 것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시간이 될 듯하다.





#뮤지엄엘#알렉스카츠#모나리자이머시브#위대한농구선수7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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