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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숲과 빨간 꽃무릇 초록숲과 대비되는 빨간 꽃무릇이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에 내 마음도 빨갛게 물든다
초록숲과 빨간 꽃무릇초록숲과 대비되는 빨간 꽃무릇이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에 내 마음도 빨갛게 물든다 ⓒ 박세원
살며시 피어난 꽃무릇 상림공원 코스 중 시냇물이 흐르는 숲 사이에 한 줄기 햇살과 함께 언뜻언뜻 보이는 빨간꽃무릇이 아름다운 오후
살며시 피어난 꽃무릇상림공원 코스 중 시냇물이 흐르는 숲 사이에 한 줄기 햇살과 함께 언뜻언뜻 보이는 빨간꽃무릇이 아름다운 오후 ⓒ 박세원

길고도 지루한 여름의 끝, 오래 기다렸다. 뜨거웠던 한 낮의 태양을 빛으로 빨아 들여 피워낸 꽃, 빨간 정열의 꽃, 꽃무릇이 마른 땅에 꽃대를 힘껏 밀어 올려 꽃을 피웠다.

전라도에서 함안 상림공원을 찾은 것은 올해만 두 번째다. 지난 7월에는 악양공원의 연꽃마당을 다녀가면서 연꽃을 카메라에 담았다. 싱그러움을 한껏 청아함으로 피워낸 백련은 함안 사람들의 순수함을 닮은 꽃이었다면 강주리 언덕의 노란 해바라기는 '나의 인생 꽃'이라 할 만큼 넉넉하게 품어 준 해바라기 꽃밭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다시 찾은 함안의 기온은 추석이 지난 날씨임에도 타로의 바늘 끝 인 양 살갗을 따갑게 태웠다. 뙤약볕은 온 힘을 다해 남은 열기를 쏟아내며 여름의 막바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함안 시내를 품고 피어난 꽃들 멀리 함안 시내가 보이고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안고 피어난 꽃들이 펼쳐져 있다.
함안 시내를 품고 피어난 꽃들멀리 함안 시내가 보이고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안고 피어난 꽃들이 펼쳐져 있다. ⓒ 박세원

비는 내리지 않은 채 뜨거운 태양 때문인지 내가 사는 고장 가까운 곳 함평 용천사와 고창 선운사의 꽃무릇 소식은 추석이 지나감에도 감감무소식이다. 앞으로도 일주일가량 더 기다려야 꽃을 볼 수 있다는 소식에 하루를 더 지체할 수 없어 120km가 넘는 거리를 무작정 달렸다.

상림공원에 도착해 제2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마주한 꽃밭은 넓게 펼쳐져 지루한 오후 시야를 시원하게 열어줬다. 구불길 사이로 보라색 버들마편초와 황색 코스모스, 베고니아 등 키 작은 노란 꽃들이 가을 단장을 한 파란 하늘과 장관을 품고 있었다.

상림공원은 면적 21ha로 신라 진성여왕 때 최치원이 이곳 천령군의 태수로 머물렀던 시기에 조성됐다. 역사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상림은 함양읍 서쪽을 흐르고 있는 위천의 냇가에 자리 잡은 호안림이며 신라진성여왕 시절,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함양태수로 있을 때에 조성한 숲이라고 전한다.

숲으로 이뤄진 상림공원에는 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 초록숲 속 꽃무릇이 빨갛게 단장을 한 채 기염을 토해내고 있었다. 상림경관 단지 내에는 물길을 따라 맨발 산책로를 다볕당 코스와 함화루 물레방아 코스 등 2개 코스를 조성 해 많은 사람들이 건강과 심신의 치유를 위해 삼삼오오 맨발걷기를 하고 있었다.

치유가 되는 마사토 길을 맨발로 걷다 다양한 종의 나무들 사이로 열린 길 양 옆의 꽃들이 맨발걷기를 하는 시민들을 반겨주고 있다.
치유가 되는 마사토 길을 맨발로 걷다다양한 종의 나무들 사이로 열린 길 양 옆의 꽃들이 맨발걷기를 하는 시민들을 반겨주고 있다. ⓒ 박세원

나도 덩달아 맨발로 몇 발자욱 걷자 발바닥을 자극할 만한 작은 마사토 분이 짜르르 간지르며 종아리의 핏줄을 타고 허리까지 시원하게 맛사지 해 준다. 숲 사잇길을 지나는 곳곳에 나무의자가 쉼터를 만들어 주어 숲속에서 쉬어갈 수 있다. 시냇물을 건너 갈 수 있도록 타원형 석물로 빚은 다리와 물 위에 놓여 진 돌다리 사이로 유년의 소녀 하나 물장구를 치고 있는 것 같았다.

초록 소나무와 120여 종의 나무가 우거진 숲에 오만한 자태를 뽐내고 피어난 빨간 꽃무릇이 군락을 이루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이곳 함안에 사는 사람들은 봄에는 연꽃과 팬지,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꽃무릇 까지 사철 꽃 속에 꽃에 취해, 행복에 취해 살고 있었다.

육교 위 시민들을 위한 쉼터 숲과 숲을 이어주고 바람과 햇빛을 머물게 하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육교 위로 꽃들이 지나간다.
육교 위 시민들을 위한 쉼터숲과 숲을 이어주고 바람과 햇빛을 머물게 하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육교 위로 꽃들이 지나간다. ⓒ 박세원

아름다운 상림공원 꽃무릇이 수를 놓은 듯 빨간 자태를 뽐내고 물가운데 유년을 떠올리게 하는 길 손 하나 서있다.
아름다운 상림공원꽃무릇이 수를 놓은 듯 빨간 자태를 뽐내고 물가운데 유년을 떠올리게 하는 길 손 하나 서있다. ⓒ 박세원

꽃무릇을 촬영하는 내내 온 몸은 땀으로 젖어 들었지만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간다면, 그리운 님과 함께 맑은 물속에 비친 꽃무릇의 반영을 보면서 이 길을 걷고 싶다. 빨갛게 고백한 꽃무릇 앞에서 이해인 님의 시 상사화가 떠오른다.

돌아오는 길 추석 한가위를 보낸, 여전히 큰 보름달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내일은 분명 시원하게 비가 내릴 것이라고. 비가 내린 뒤에는 한 뼘 쯤 더 자란 꿈과 함께 젖어 있을 그 꽃을 생각한다.

상사화/이해인

아직 한 번도 당신을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기다려 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 보지 않는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뜻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차마 떠나지 못하는 보름달 꽃무릇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벌써 날이 저물어 갈길이 멀다. 추석 이틀뒤 아직도 꽉 차 있는 보름달이 구름에 싸여 우리 일행을 호위한다.
차마 떠나지 못하는 보름달꽃무릇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벌써 날이 저물어 갈길이 멀다. 추석 이틀뒤 아직도 꽉 차 있는 보름달이 구름에 싸여 우리 일행을 호위한다. ⓒ 박세원


#함안#상림공원#꽃무릇#숲속#시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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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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