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건 참 불편한 일이다. 하루 중, '자 이 시간에는 오직 글만 쓰면 됩니다, 아무도 누구도 어떤 것도 당신을 건드리지 못해요'라는 이런 시간이 있다면 모를까 - 그런 시간은 애초에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 거의 대부분은 어떻게든 시간을 짜내는 구조 속에서 해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요즘 같이 일 속에 많이 머무르는 구간에 잠시 숨 고르기 하듯 브레이크를 밟고 글을 쓴다는 것은 상상으로는 가능하나 실제로는 쉽지 않다.
그나마 만만한 순간이라면, 모든 일과가 다 마치고 하루 끝자락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쓰는 것이다. 약간의 피곤함에 대해 저항할 힘만 있다면 더이상 어떤 것도 쫓아오지 않으니 그때가 적시이다.
그조차도 너무 불편한 일임은 분명하다. 늦은 밤에 퇴근하고 돌아와서 장대 끝에서 한발 더 나아가듯 글을 쓰는게 도대체 어딜 봐서 좋은 일일까. 1분 1초라도 얼른 씻고, 침대로 풍덩 해서, TV 프로그램이나 보다가 자는 게 더 편하지.
단 며칠만 글을 쓰지 않아도 안다. 편함이 온몸을 감싸 안는 것을 느낀다. 쓰는 것 보다, 쓰지 않는 것이 편하다.
이 사실에 취해있었나, 아니면 늘 속에서는 뭔가를 쓰고 있어서 썼다고 믿었나, 문득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것을 확인하니 무려 10일이 지나있었다.
다시 쓰기 위해서는 도화선이 되는 명제가 필요했다. 다행히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편한 것들은 나를 끝내 불편함으로 이끌 것이고, 불편한 것들은 나를 끝내 편함으로 이끌 것이다'
거의 매일 운동을 한 게 벌써 2년이 넘어간다. 고백하자면 불편하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운동을 하는 건, 매일같이 사서 고생, 몸을 사서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나이에, 지금의 이 일상들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에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그 매일의 불편함이 편함으로 이끌어준 것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이 해석을 붙일 수 있는 구석들이 합쳐진 것이 곧 현재의 내 삶을 만들었다. 특별히 글쓰기는 그토록 매일의 불편함 속으로 다이빙 하는 일이지만, 글쓰기가 없었다면 내 존재는 마침내 편안함에 이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종극에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들은 결국 불편함을 추구하는데 있음을 믿어야 한다.
불편함으로, 매일매일 한발 한발 걷는 것이 절벽으로 떠미는 것처럼 보여도, 막상 떨어져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 모든 불편함들이 그동안 얼마나 한땀 한땀의 깃털이 되어, 단단한 날개를 만들었는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