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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요산 입구, 주차장 우측 숲속에 있는 옛 성병관리소 전경
 소요산 입구, 주차장 우측 숲속에 있는 옛 성병관리소 전경
ⓒ 최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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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동두천 기지촌 옛 성병 관리소 철거 문제로 동두천시가 시민단체와 갈등을 겪고 있다. 시의회 역시 철거에 찬성하고 있어, 철거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반면 시민단체는 결사적으로 철거를 저지하고 있어, 강제 철거 진행시 격한 충돌이 예상된다.

시민사회는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를 꾸려 철거 저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기민중행동,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경기여성단체연합 등 63개 단체가 대책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5일 현재 동두천 시청에 이은 옛 성병 관리소 앞 천막농성을 28일 째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 23일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옛 성병관리소를 보존, 경기도 근현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여성평화 인권박물관으로 활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경기도의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경기도 기지촌 여성 피해자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조례 통과'를 환영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조례안이 기지촌 여성을 피해자로 명확히 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애초 포함됐던 인권피해 진상 파악과 명예 회복 등이 최종안에서 빠진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옛 성병 관리소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과거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게 대책위 바람이다. 역사와 문화 예술이 깃든 평화와 인권의 기억공간으로 활용돼야 하고, 미군 위안부 여성들에 대한 국가 차원 사과와 배·보상 및 지원, 인권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1970, 1980년대 군사독재정권은 기지촌 여성들을 '애국자' 혹은 '민간외교관'이라 치켜세우며 성매매를 독려했다. '성병 없는 깨끗한 몸'을 미군에게 '제공'하기 위해 성병 관리소를 운영했다. 주 2회 정도 검사를 실시, 성병 검진에 합격하지 못하거나 성병 감염자로 의심되는 '낙검 여성'들을 관리소에 강제로 가뒀다. 치료를 한다면서 약물을 과다 투여해 사망자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재정권, 기지촌 여성에 '애국자' '민간외교관'로 치켜세워

 동두천옛성병관리소철거저지를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 23일 경기도의회 기자회견
 동두천옛성병관리소철거저지를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 23일 경기도의회 기자회견
ⓒ 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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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두천 시청 앞 천막농성장. 설치한 지 21일 만에 소요산으로 옮기기 위해 철수했다.
 동두천 시청 앞 천막농성장. 설치한 지 21일 만에 소요산으로 옮기기 위해 철수했다.
ⓒ 고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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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2022년 9월 '기지촌 성매매는 정부 주도의 국가폭력이었고 기지촌 여성들은 그 폭력의 피해자'라고 판결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24일과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옛 성병 관리소에 대해 "군사 정권 시절, 미군 위안부 여성을 강제로 수용했고, 몸에 잘 맞지 않는 약물을 투여해 생명에 위해를 가한 곳"이라며 "이러한 국가폭력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존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동두천시는 소요산 관광지 확대 개발의 이유로 옛 성병 관리소 철거를 결정했다. 시의회는 지난 9일 옛 성병 관리소 철거 비용이 포함된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동두천시는 지난 11일 철거 실시설계용역을 수의 계약하는 등 철거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10월 철거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해 대책위 관계자는 "소요산 개발을 위해 철거한다고 하는데, 그건 표면적 이유이고, 속내는 역사 지우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닐까"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어 그는 "만약 동두천시가 강제로 철거하면 몸으로라도 막아 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동두천시 관계자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런 것(역사 지우기)을 염두에 두고 땅을 매입한 것은 아니다"라며 "소요산 관광지 확대를 위해 시가 매입했고, 관광지 확대를 위한 개발을 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역사 지우기'라는 시민사회의 의심에 선을 그었다.

 낙서로 방치된 성병관리소
 낙서로 방치된 성병관리소
ⓒ 최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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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옛성병관리소#역사지우기#기지촌#미군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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