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26일 오후 5시 20분]
"여야 협의를 파기시켰어요!"
"어디서 야바위짓을 하고 있어!"
"에잇 양심 불량들!"
26일 국회 본회의 첫 안건으로 여당인 국민의힘이 추천한 한석훈 국가인권위원(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출안이 부결되자 여야가 충돌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장석을 향해 "정회"를 거듭 외치면서 "입 다물어", "박찬대 아바타가 맞네"라고 소리치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자리에 앉아 박수를 쳤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한석훈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은 재석 298명에 찬성 119표, 반대 173표, 기권 6표로 부결됐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야권 추천 이숙진 국가인권위원(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찬성 281표, 반대 14표, 기권 3표로 선출된 것과 대조적이었다.
한 교수는 인권위 비상임위원 시절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에 반대하고 이태원 참사 원인을 피해자 책임으로 돌려 비판을 받아 왔다.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한석훈 인권위원 선출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서미화 의원은 반대 토론에 나서 "한석훈 위원은 검찰 출신 인권위 비상임위원으로 다음 달 임기가 종료되지만 국민의힘이 연임 지명을 하겠다고 오늘 본회의에 상정시켰다"라며 "제가 인권위원으로 있을 때 그는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과 함께 노란봉투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극구 반대해 인권위를 초토화시킨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또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오늘 상정되는 한석훈 비상임위원 선출 건을 반드시 부결시켜주시길 바란다"라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인권위에 전면 배치하려는 국민의힘의 무도한 행태를 막아주시길 바란다. 또 인권의 최후 보루마저도 검찰공화국으로 만들려는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국정운영을 반드시 막아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반대 토론이 이어진 이후 본회의 표결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은 결국 한석훈 인권위원 선출안을 부결시켰다.
항의와 고성이 계속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재표결을 시작하기도 전에 본회의를 정회했다. 우 의장은 이날 오후 3시 15분께 정회를 선포했고, 본회의는 3시 50분이 다 되어 속개됐다.
국힘 "사기 당했다"... 민주당 "잘못된 인사 견제"
속개 이후에도 여야 충돌은 지속됐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기를 당할 줄 몰랐다"라며 "민주당 수석부대표와 의사일정과 인권위원 선출에 대해 상세히 협의해 선출하기로 합의했는데 민주당이 약속을 어겼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발언에 나선 박성준 민주당 수석부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잘못된 인사에 대해서는 국회가 당연히 견제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맞섰다. 박 수석부대표가 발언하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 수석을 향해 "사기꾼"라는 단어를 입을 모아 반복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사기꾼"이라는 연호에 맞춰 "윤석열"을 외쳤다. 박 의원의 발언은 여야 의원들의 구호에 묻혀 본회의장에서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한편 국회는 이날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재표결을 진행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재의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야당 국회의원 전원(192명)이 출석할 경우 국민의힘에서는 이탈표 8표가 나와야 재표결 문턱(200명)을 넘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