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속 세포는 매일 분열하며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냅니다. 상처가 나면 새 살이 돋아나는 것도 세포가 분열하는 덕분이죠. 그런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중요한 변화가 하나 일어납니다. 바로 염색체 끝에 있는 텔로미어라는 부분이 짧아지는 것입니다.
텔로미어는 이름에서 그 기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텔로'는 '맨 끝'을, '미어'는 '실'을 의미합니다. 즉,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을 감싸 보호하는 '실 같은' 구조로, 마치 신발끈 끝에 있는 플라스틱 캡처럼 염색체가 손상되지 않도록 막아줍니다.
하지만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는 조금씩 닳아 없어지게 됩니다. 이 현상은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왜냐하면 세포가 분열하면서 DNA가 복제될 때, 염색체의 맨 끝부분은 완전히 복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세포가 계속 분열할수록 텔로미어는 점점 짧아지며, 결국에는 염색체가 손상될 위험이 커지게 되죠. 텔로미어가 닳아 없어지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할 수 없고, 세포의 노화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세포의 분열이 멈추면 신체 조직이 손상되기 쉬워지고, 결국 우리 몸 전체의 노화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텔로미어를 길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세포의 건강과 수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그렇다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길면 더 오래 살 수 있을까요? 사실 텔로미어의 절대적인 길이가 수명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쥐의 텔로미어는 사람의 텔로미어보다 약 10배 더 깁니다.
하지만 쥐의 수명은 약 2년에 불과한 반면, 사람은 평균적으로 약 70~80년 가까이 삽니다. 이처럼 텔로미어의 절대적인 길이만으로는 수명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텔로미어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보호되고 있느냐입니다.
텔로미어는 그 자체로 염색체의 끝을 접어서 텔로미어 고리(t-loop)라는 구조를 형성합니다. 이 고리 구조는 염색체의 끝을 더욱 강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만약 이 고리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염색체는 손상되기 쉽고, 이는 세포 기능의 저하와 노화를 촉진하게 됩니다. 따라서 텔로미어의 절대적인 길이보다도 이 고리 구조가 잘 형성되고 유지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도록 유지하고 고리 구조가 손상되지 않게 하는 것이 세포의 건강과 노화 속도를 늦추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그럼 이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게 도와주는 뭔가가 있을까요? 있습니다. 바로 텔로머라제라는 효소입니다. 텔로머라제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해주는 효소로,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막아주거나 심지어 다시 길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텔로머라제가 활발하게 활동하면 세포는 더 오래 분열하고, 더 오래 건강하게 기능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텔로머라제는 모든 세포에서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생식세포, 줄기세포, 그리고 암세포에서 활성화됩니다. 생식세포는 다음 세대를 이어가기 위한 세포로,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도록 텔로머라제가 필수적입니다. 줄기세포는 쉽게 말해 우리 몸의 '만능 세포'입니다. 줄기세포는 필요에 따라 피부 세포, 근육 세포, 심장 세포 등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텔로머라제가 이 세포들의 분열과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암세포에서도 텔로머라제가 과활성화되어 계속해서 분열하고 퍼지는 힘을 얻게 됩니다. 암세포는 텔로머라제 덕분에 끝없이 분열할 수 있습니다. 텔로미어가 닳아 없어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지만, 암세포는 텔로머라제에 의해 텔로미어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면서 계속해서 증식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모든 암세포가 텔로머라제에 의존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암세포는 텔로머라제 외의 다른 방법으로 텔로미어를 보호하며 분열을 지속하기 때문에, 암세포에 대한 치료는 다양한 전략이 필요합니다.암세포가 텔로머라제를 이용해 계속해서 자라나는 것을 막기 위해, 텔로머라제를 억제하거나 차단하는 약물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 약물들은 암세포의 텔로미어를 짧게 만들어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연구되고 있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텔로미어를 짧아지지 않게 유지하고 건강한 상태로 보호할 수 있을까요? 다행히도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몇 가지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과식을 피하고 적절한 양의 음식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소식은 세포의 건강을 유지하고 텔로미어가 빠르게 짧아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텔로미어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우리몸은 다양한 원인으로 염증성 물질이 분비되고 이는 면역세포를 자극해 과다한 유해산소(활성산소)를 생성하게 합니다. 항산화 성분은 활성산소에 의한 세포 손상을 막아주기 때문에 텔로미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매우 유익합니다. 완도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해산물의 보고입니다.
예를 들어, 미역, 다시마 같은 해조류는 항산화 성분과 미네랄이 풍부해 텔로미어 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둘째, 오메가-3 지방산은 세포막을 보호하고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완도에서 잡히는 광어나 전복 같은 해산물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텔로미어를 보호하고 노화를 늦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셋째, 스트레스는 텔로미어를 빠르게 짧아지게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상이나 요가, 취미생활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낮추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넷째, 술과 담배를 끊고 그 시간을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하는 시간으로 채워주세요. 흡연과 술은 텔로미어를 닳게하는 핵심 주범입니다.
완도의 맑은 공기와 해안을 따라 걷는 산책은 텔로미어 보호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에도 매우 유익합니다.
다섯째, 매일 7~8시간의 충분한 수면을 취해주세요.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텔로미어를 보호하는데 큰 도움이 될 뿐만아니라 세포가 회복하고 재생하는데 중요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텔로미어는 마치 우리 몸 세포의 '수명 시계'와도 같습니다. 평소 긍정적인 암시를 주는 명상을 하고 꾸준한 운동을 겸비한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것만이 텔로미어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고 그 생활습관이 진시황제가 찾던 불로초라는 점을 잊지마세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약사입니다.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