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기자말] |
카니(Connie Randall Hamlin)씨는 42년간 교사로 근무했다. 중학교에서 근무했던 2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그녀는 미국 미시간의 이스트르로이와 인근 동네에서 줄곧 살았다. 그녀에게는 3명의 여동생과 2명의 남동생이 있다. 모두가 지척에 산다. 그중 두 여동생이 먼저 하나님 곁으로 떠났고 뒤 이어 어머니가 떠났다. 어머님의 나이는 89세였다. 그녀의 나이 66세 때인 작년 일이었다.
그녀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처음 만났던 원룸스쿨하우스가 주택으로 개조된 집에서 홀로 살고 있다. 목사였던 아버지는 48세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홀로 된 어머니는 그녀가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아이들을 돌보아주었다. 그녀는 엄마의 노년을 보살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생각하니 자신이 가장 잘 한 일은 2년 전에 은퇴해서 어머니 곁을 지켜드렸던 것이다.
'할머니 R 추모 트라이애슬론'의 시작
유난히 정이 많고 감수성이 예민한 그녀는 기일이 있는 달이면 더욱 감정을 다스리기가 어렵다. 그런 감정을 누구에게라도 고백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8월은 작은 동생과 어머니가 떠난 달이다. 동생의 기일에는 이런 마음이었다.
"나의 다정한 자매 캐럴(Carol). 5년 전 하나님께서는 천국에서 그녀가 필요하다고 결정하셨다. 이 땅의 우리들이 캐럴을 그리워하는 동안 그녀는 엄마와 아버지와 또 다른 자매 안드레아(Andrea)와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하나님은 우리가 상심 속에 있는 중에도 선하게 모두를 인도하고 계실 것이다. 그 약속의 하나님 말씀으로 고양된 마음을 추스른다. 모두 사랑해!"
카니는 어머니가 천국으로 떠난 직후, 여전히 혼란한 마음 중에도 어머니를 슬픔으로가 아니라 축제로 추억할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생각했다. 카니에게는 자신의 손자 손녀를 비롯해 15명의 조카들이 있다. 할머니의 손길을 거친 그들 모두에게 더 건강한 방식으로 할머니를 기리는 방식을 생각했다. 그것은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이었다.
어머니께서 살아생전 달리기를 지속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사이클링, 달리기, 수영을 하는 것은 할머니가 거쳐 온 시간 동안의 고난과 기쁨을 절로 체험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했다. 다행히 이 경기를 하기에 적합한 헛간이 있는 넓은 땅을 아들이 가지고 있었다. 연못이 있고 숲으로 난 길이 있는 땅이었다.
카니는 작년 어머니의 장례를 마친 2주 뒤 손자손녀들 6명에게 의사를 물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흥미로워 했다. 6명 모두 3종목 5km를 완주했고 그 결과에 만족해했다. 그 직후 모두의 뜻으로 '할머니 R 추모 트라이애슬론(Grandma R Memorial Day Triathlon)'라고 그 행사의 이름을 정했다. 아버지 이름인 제임스 랜달(James Randall)과 어머니의 이름 다를린 랜달(Darlene Randall)의 성 이니셜 'R'를 차용해 네이밍을 했다.
그리고 그때 이 행사는 연간 행사로 매년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에 합의했다. 이 기념대회야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추모하기 위해서도, 남은 사람들의 화목과 건강을 위해서도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는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두 번째 기일을 앞둔 올해는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체계화 한 다음 참가 범위를 확대해 모든 조카들을 대상으로 했다. 증손자들까지 포함한 15명의 참가대상 중 멀리 여행 중인 두 사람을 제외하고 13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3살부터 14살까지 참여
경기 하루 전날, 13명을 대상으로 '제2회 할머니 R 추모 트라이애슬론(2nd Annual Grandma R Memorial Day Triathlon)'의 경기규칙과 코스를 설명하는 현장에서 카니를 만났다. 그리고 경기를 마친 뒤 다시 만나 그 경기에 대해 물었다.
- 참가자들의 나이 범위는 어떻게 되나요?
"가장 어린 선수는 3살이고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는 14살이었어요. 유치원생 2명, 초등학교 1학년 1명, 2학년 1명, 3학년 3명, 나머지는 4학년, 7학년, 8학년, 그리고 10학년이 었었죠. 3살짜리도 자갈길 자전거타기, 크로스컨트리 달리기, 연못 수영까지 마쳤습니다. 그의 자전거는 보조바퀴가 필요했고 수영에서 구명조끼를 입었지만요."
- 아마 3살 증손자는 세계 최연소 트라이애슬론참가자이지 않나 싶어요. 3살과 14살이 함께 뛸 수는 없으니 팀을 나누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2학년 이하를 노란색 그룹으로, 3학년 이상을 녹색그룹으로 했습니다."
- 경기는 몇 시에 시작했고 몇 시까지 계속되었나요?
"노란색 그룹이 아침 9시에 경기를 시작해 9시 30분에 경기를 마쳤습니다. 녹색그룹은 10시에 시작했습니다. 녹색그룹에서 제일 일찍 완주한 사람은 29분 56초였고 가장 늦게 도착한 사람은 50분 3초였습니다. 그래서 9시에 시작해 11시 30분에 두 그룹 모두의 경기를 종료할 수 있었습니다."
- 그리고 가족들과 즐거운 긴 파티시간이 있었겠군요.
"물론이죠. 형제들, 조카들 모두가 함께 우의를 나누는 긴 시간이 있었죠."
- 우승자에게 상장과 부상이 있었나요?
"사실 이 경기는 기록이나 등수보다는 완주하는 것이 중요한 행사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남을 이기는 것보다 자신의 지난 기록을 깨는 것이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경기이므로 1, 2, 3등을 선발, 메달을 시상했습니다. 사실 메달은 참가자 모두에게 주었어요. 각자가 최선을 다했으므로 모두가 상을 받을 만했으니까요."
- 메달 제작과 여타 행사 비용이 들어갔을 텐데요?
"크게 비용이 많이 들 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메달은 제가 제작하고 파티는 각 부모들이 준비했으니까요."
- 참가자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던가요?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죠. 그들은 나를 할머니(Grandma)라고 부르는 대신 미마(Mema)라는 애칭으로 부르는데 그들 중 일부는 '미마!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들은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고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을 기뻐했어요. 아이들이 어느 부분에서 특히 힘들어하는지를 반영해서 점진적으로 각 코스의 길이를 늘여나갈 예정입니다."
- 이번 행사에서 부모들의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부모들도 바빴습니다. 코스의 중간 중간에 배치되어 코스에 혼란이 없도록 하고 넘어지거나 부상당하는 아이가 없는지를 살피는 응급조치팀이 있었습니다. 수영에서는 배를 타고 안전요원 역할을 수행했어요. 몇 번 넘어지고 긁혔지만 부상 없이 일어나서 완주했으므로 부모들은 대부분 아이들을 응원하고 그들의 레이스를 사진 찍는 역할로 바빴습니다."
내년에는 성인팀도 신설
- 이처럼 친인척들이 같은 지역에서 이웃으로 살고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행사가 아니더라도 형제자매들이 쉽게 오갈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있는 것은 큰 행복입니다. 여동생의 딸 가족이 인디애나에 살고 있지만 2주 후에 다시 미시건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 이런 행사가 가능할 만큼 이렇게 많은 남매와 손자들이 있는 것 또한 부러움입니다. 저의 두 딸은 결혼 의사가 없어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결혼해도 자녀를 낳지 않는 추세입니다.
"저도 한국의 출산율이 많이 낮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하지만 이런 대회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식구들이 적더라도 이웃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될 것입니다. 이 대회의 경험이 쌓이면 제가 40년을 가르쳤던 이곳 이스트르로이초등학교의 학생들 중에서 R 할머니와 추억이 있거나 알고 있는 학생들 중에서 함께 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초대할 것입니다."
- 내년 제3회 대회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큰 변화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부모들도 참가하는 성인팀도 신설하기로 했거든요. 날짜까지 확정했습니다. 2025년 8월 10일, 오후 2시입니다."
- 이 행사를 2번 치르고 보니 어떤 생각이 드나요?
"엄마는 주님품에 안길 때까지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던 분입니다. 정말 경주를 좋아하셨거든요. 엄마의 모든 자녀들이 엄마가 좋아했던 방식대로 즐겁게 경주하고 놀았으니 분명 기뻐하셨을 거예요."
- 행사를 모두 마치고 모든 식구들에게 엄마의 맏딸로서 형제자매, 손자손녀, 증손자증손녀들에게 무슨 말을 들려주었나요?
"제가 분명히 확신하는 말을 했습니다. '할머니 R은 여러분 모두들 정말 자랑스러워하고 계실 것이다.'라고요. 그리고 이사야 40장 31절 말씀을 들려주었습니다. 'But those who wait for the Lord will renew their strength; they will mount up on wings of eagles; they will run and not be weary; they will walk and not faint.(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하지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하리로다.)'"
'제2회 할머니 R 추모 트라이애슬론'대회가 있었던 며칠 뒤인 8월 16일은 어머니 다를린 랜달의 기일이었다. 그날 카니는 어머니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엄마가 주님의 품에 안기기 위해 이 땅을 떠나신 지 1년입니다. 당신이 안 계신 이 세상이 좀 외롭지만 당신이 제 정신이 아닌 이 세상으로 다시 돌아오시길 바라지는 않습니다. 전 천국이 훨씬 더 좋은 곳으로 확신하기 때문이에요. 엄마가 이 땅에 계신 동안 저희와 함께했던 모든 시간과 저희를 위해 해주신 모든 것들에 감사드립니다. 그 모든 것을 좋은 추억으로 우리에게 남겨주셨습니다. 사랑해요. 엄마!!!"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모티프원의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