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민을 위해 공적 업무를 처리하는 기관이고 비용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무슨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국민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아래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하여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제3조)는 원칙을 천명하면서, 예외적인 비공개 대상 정보(제9조)를 명시해 두고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예외가 원칙을 뒤집는 일이 더 보편화된 듯도 하다.
하나의 예로, 박정희 동상 건립 논란을 들 수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호남에는 김대중 동상이 곳곳에 있으니 대구에도 박정희 동상이 필요하다며 사업을 추진하였고, 대구 시의회는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아래 '기념사업 조례')를 제정했다. 8월 14일에는, 명칭 변경을 위한 절차도 밟지 않은 채,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광장'이라는 표지판을 세우기까지 했다. 이런 조치를 비판하는 시민단체는 여러 차례 집회도 하고, 9월 5일에는 야권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 및 토론회('박정희 동상 건립, 어떻게 볼 것인가')를 열기도 했다.
홍준표 시장의 박정희 기념사업 정보는 비공개
기념사업 조례에 의하면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아래 '추진위원회')는 "심의과정에 필요한 경우 여론 수렴,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제3조 제3항). 그렇다면, 지금처럼 지역 내외의 비판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는 당연히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시민은 기대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대구시에 정보공개를 요청하였더니, 추진위원회 회의를 네 차례 열었으나 공론화 과정은 거치지 않았으며(9월 10일 기준), '대구광역시 각종 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조례'(아래 '위원회 조례') 제11조에 따라 심의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다.
위원회 조례 제11조는, 정보공개법처럼, 위원회 회의의 공개 원칙을 명시하면서 예외적으로 비공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또 제12조에서는 위원회 회의록 공개의 원칙도 명시하고 있다. 회의 종료 후 7일 이내에 회의록을 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야 하며,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에도 공개 가능한 부분은 공개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도 그저 '비공개'라는 것이다.
추진위원회는 위원 과반수를 민간위원으로 위촉하게 되어 있고(기념사업 조례 제4조), 현재 위원 총수 11명 중 7명이 민간위원이다. 그래서 필자는 민간위원과 의논해볼 작정으로 대구시에 위원의 명단과 소속을 알려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위원회 조례 제8조에 따라 비공개라는 회신을 받았다. 제8조는 "심의의 공정성을 매우 중대하게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원의 명단을 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공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추진위원회 위원의 명단을 공개한다고 해서 "심의의 공정성을 매우 중대하게 해할 우려"가 있을까? 공정하게 심의하면 홍준표 시장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올까 봐 비공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또 공공업무를 심의하는 위원이라면 자신이 어떤 의견을 제시했는지 시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지 않나?
논란이 많은 안건일수록 정보공개와 공론화가 더 필요하다. 그러나 행정 당국은 오히려 그 반대로, 논란이 많을수록 결정 과정을 감추고 싶은 모양이다. 이쯤 되면 정보공개법 제3조를 이렇게 바꾸어야 할 판이다.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이 궁금해 하지 않거나 찬반 의견이 없는 경우에만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소극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국민의 입을 대통령 경호원이 틀어막은 후 윤석열 정부는 '입틀막' 정부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보공개를 피하는 홍준표 시장은 '눈틀막', '귀틀막' 시장이 된 듯하다. '○틀막'은 독재정권의 특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구지역 인터넷 매체 <평화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