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갱죽해는 산 전체가 대나무 숲으로 2000년 개봉한 와호장룡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죽림에서 이모백(주윤발)과 옥교동( 장쯔이)이 격투를 벌인다. 대나무를 타고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떨어질 듯하다가는 튕겨 오르며 격투하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황산 4박 5일 여행 3일 째다. 항저우에서 다시 안후이성으로 향했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산골 모습이 전형적인 우리나라 농촌 풍경이다. 안후이성은 산이 70여% 인 산악지대다. 죽세품, 약초, 대리석 등을 생산한다. 아열대 기후 탓에 산 중턱까지 대나무가 자란다.
안후이성에서의 첫 번째 관광지는 '묵갱죽해'다. 안후이성 에 있는 대나무 숲으로 계곡의 깊이가 6km이며 사방이 대나무로 둘러싸여 글자 그대로 대나무 바다다. 영화 촬영지를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산 길을 5분여 걸었을까. 엄청난 굉음이 들린다. 인부들이 대나무를 운반하는 소리다. 경사를 이용하여 대나무를 아래로 내려 보낸다. 대나무끼리 닿는 소리가 산울림이 되어 골짜기를 진동한다. 뗏목을 강으로 떠내려 보내는 모습과 겹친다.
대나무 박물관을 지나 계곡 다리에서 되돌아왔다. 계곡이라야 개울물 정도지만 운치가 있다. 바람에 대나무 부딪히는 소리, 매미 울음소리... 자연이 들려주는 음악이다. 박물관에서 용호장룡 영상, 죽세품 등을 감상했다. 고향을 찾은 듯 반가웠다.
최우수 관광마을 된 사연
서체촌은 명나라 때 마을로 UN세계관광 기구 '베스트투어리즘빌리지'로 선정된 곳이다. 안휘성 남부 고대 마을의 건축과 생활풍습 등 예술적 가치를 느껴 볼 수 있다. 한국의 하회· 양동 한옥마을과 비슷하다고 할까.
서체촌은 많은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중국인 여행객이 대부분이다. 예전과 달리 중국인들도 여행을 우선으로 여긴다고 한다. 자전거 동호회원들인듯 젊은이들의 모습이 활기차다.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오케이다.
마을 패방을 지나 골목길에 들어섰다. 골목길은 겨우 사람이 왕래할 정도로 비좁다.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가게에서는 기념품, 먹거리, 약제 등을 판다. 길바닥은 청색의 자연석으로 포장했다. 반들반들 닳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을까.
휘상들은 밖으로 나가 돈을 벌어 고향에 집을 지었다. 도적을 막기 위해 대리석·벽돌담장을 쌓고 창문을 작게 하거나 아예 없앴다. 내부 벽은 나무로 장식했다. 남편이 없는 동안 아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여기 가슴 아픈 사연도 전해진다. 남편이 밖으로 나간 사이 아내는 쪽방에 갇혀 지낸다. 여성에게 전족을 하게 했다. 발을 천으로 칭칭 감아 발이 자라지 못하게 했단다.
가옥은 'ㅁ' 자형이라고 해야 할까. 한옥이 사랑방, 안채, 마당, 행랑채를 둘러싼 넓은 공간인데 반해 한 개의 건물이다. 지붕에는 마두장을 설치했다. 마두장은 지붕에 2개의 벽을 세워 말머리 형태로 만든 것을 말한다. 용마루는 피슈로 장식했다.
용마루를 장식한 피슈(貔貅)는 용의 9번째 아들로 항문이 없는 상상의 동물이다. 주식은 금은보화다. 먹기만 하고 배설하지 못한다. 부자 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깔린 것 같다. 천정은 구멍을 뚫어 하늘이 올려다 보인다. 갇혀(?) 지내는 여인에게 숨통이라도 터주려 했을까.
일반 살림집, 부잣집, 사당의 내부 구조는 비슷했지만 대들보·기둥 등 규모 면에서 차이가 난다. 부를 과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크고 화려하게 짓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마을 외곽은 한적한 농촌의 예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고택과 호수, 황금들녘, 호수를 가로질러 놓인 징검다리가 함께 어울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호수가에서는 마을과 고택을 배경으로 학생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