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이곳저곳에서 축제가 한창이다. 지역 축제장을 방문할 때 가족 간 세대가 다른 만큼 다 같이 만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함께 갔지만 따로 노는 동상이몽 여행이 걱정이라면 예산 대흥면 의좋은 형제 축제에 가보자.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축제로
예산 대흥면에서 '의좋은 형제 축제'가 열렸다. 지난 5일, 가을처럼 넉넉한 이야기가 있는 축제장을 찾았다. 의좋은 형제 공원 일대부터 대흥초등학교 운동장까지 넓은 구간에서 각종 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행사장의 첫 코너는 볏짚 미로였다.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논밭 사이사이에 볏짚단이 깔려 있어 신발에 진흙을 묻히지 않고 걸어 다닐 수 있었다. 노란 들판 가득 다 자란 벼들이 향긋한 짚내음을 풍기며 볕을 쬐고 있었다. 허수아비는 햇볕이 알곡에 부딪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움찔대는 듯했고 알알이 곡식을 매달고 있는 벼들 위로 가을바람이 흘렀다. 잠자리는 투명한 날개를 분주히 움직였다.
볏짚 미로를 빠져나오자 행사 안내서를 받아 온 아이가 먼저 내 손을 끌고 체험장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바로 '라면 재료 구하기 선택형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휴일 달콤한 늦잠을 반납하고 온 여행이어서 재미없다고 투덜대면 어쩌나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행사에 참여하며 맛있는 재료 획득
첫 번째 관문인 '이심전심 윷놀이' 코너에서는 두 명이 각각 대형 윷을 던지면 같은 모양이 나와야 했다. 물론 윷은 이심전심이 될 때까지 던질 수 있었다. 이 미션에 성공하면 라면에 넣을 만두를 받을 수 있다. 아이와 함께 던진 윷에서 같은 모양이 나왔다. 첫 번에 성공했고 만두 미션을 통과했다.
다음 코스는 '의좋은 핀볼' 게임이었다. 직접 게임 도구를 만든 것 같았다. 초등학교 발명대회에서 비슷한 게임 도구를 많이 보았던 것 같다. 나무 상자에 작은 못을 박아 미로를 만들고 탁구공이 튀어 나갈 수 있도록 용수철 장치도 달아 놓았다. 약간 뻑뻑한 누름판을 누르니 공이 골인 지점에 도달했다. 누가 봐도 수제품인 정감 가득 담긴 핀볼 게임을 완수하고는 햄을 받을 수 있었다.
미션 수행 도장을 두 개 받고 나니 배가 출출해져 얼른 라면을 먹고 싶었다. 다음 재료를 구하기 위해 대흥초등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합심일체' 코너에서는 쌀떡을 넣을 수 있었는데 줄이 길었다. 배가 고팠던 탓에 쌀떡은 포기하고 계란을 받을 수 있는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 코너 앞으로 갔다. 서리태가 담긴 접시와 비어 있는 접시가 있었다. 젓가락으로 30초 안에 8알을 옮겨 담으면 미션 완료였다. 콩이 생각보다 미끄러웠기 때문에 겨우 미션을 완료할 수 있었다. 젓가락질을 잘하니 맛있는 계란이 생겼다.
라면에 김치는 국룰이다. 한 접시의 김치 획득을 위해 '몸으로 말해요' 코너로 향했다. 아이는 좀 고민을 하는 눈치였다. 2인 1조가 되어 한 명이 몸으로 설명하면 다른 한 명은 맞추는 것이었는데 좀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가 뽑은 질문지의 주제는 야채, 과일이었다. 나는 몸으로 설명하기 어려워 조금 말도 섞었는데 옆에서 진행하시는 분이 또 부연 설명을 해주셨다. 서로 합심해서 문제를 풀다 보니 마주 보고 웃으며 기뻐하게 되었다. 이렇게 획득한 김치는 나의 힘, 단 한 번도 라면에 김치를 빠뜨린 적은 없었노라.
이제 대망의 '볏단 나르기 코너'였다. 이곳에서는 라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필수 코스라고 봐야 한다. 지게는 성인용과 아동용이 있었다. 아이가 지게를 메어보고 싶다고 했다. 볏단을 두 단이나 올려놓고 끙끙대며 걸어가는 모습이 영락없이 의좋은 형제의 모습이었다. 아이는 지게가 생각보다 무겁다며 돌고 와서는 활짝 웃었다.
이렇게 라면 재료를 모두 획득하고 신이 나 있는데 위쪽에서 떡 메치는 소리가 들렸다. 체험으로 떡메를 칠 수 있었고 어르신들이 인절미를 만들고 계셨다. 얼른 하나씩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으니 쫄깃쫄깃 달콤한 맛이 최고였다.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거냐고 여쭤보며 떡을 하나 더 입에 넣었다. 서리태 콩을 갈아 만들어서 그렇다는 답을 들었다. 콩가루에서 밤 맛이 나고 꿀이 더해진 것처럼 달았다.
의좋은 형제 라면 제작소에서 인정이 모락모락
이제 라면 제작소로 향했다. 넓은 행사장에는 라면을 끓여 주시는 분들이 따로 계셨다. 미션지를 보여주면 노란 냄비에 라면을 끓여 그릇에 담아 주셨다. 커다란 솥에는 물이 끓고 있었고 하얀 김이 번지는 천막 안의 모습이 푸근한 옛 장터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재미로 해본 미션에서 만두, 햄, 계란, 라면을 획득했고 한 그릇의 푸짐한 추억이 완성됐다. 호로록 호로록 라면을 먹으며 미션을 수행하느라 애썼던 서로의 모습이 생각나 웃음이 났다. 이렇게 사이좋아지는 라면은 처음이었다.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의좋은 가족을 만들고 사이좋은 친구를 만드는 것 같았다. 그동안 서먹한 사이가 있다면 의좋은 형제 축제에서 서먹함을 풀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짚공예 체험과 볏짚 미끄럼틀 타기, 벨 누르고 뛰기 체험 등도 인기가 많았고 벽화그리기, 민화그리기, 우드버닝 등 다채로운 체험 부스가 있었다. 행사 기간이 4일부터 6일까지다. 라면제작소 체험은 5일과 6일 이틀간 진행된다.
스토리가 있으며 가족과 지인 간에 화목을 다질 수 있는 행사가 기간이 짧아 아쉽지만 내년에 다시 방문해 달라는 뜻이리라. 마을을 빛나게 하는 힘은 화려한 시설이 아니라 이런 참신한 아이디어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