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모임에서 따로 독서법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하루에 딱 30분이면 충분해 독서법'입니다,라고 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매우 오글 거리는 저 말을 실제로 하지는 않았고 그런 맥락으로 답했다.
독서를 한다고 생각하면 각 잡고 굉장히 많은 시간과 집중력을 쏟아 부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어떤 책들은 그렇게 하는 게 예의라고 여겨지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그밖에 있는 더 많은 영역의 책들은 그냥 유투브 보듯이 잡고 읽으면 그만 인 것이 대부분이다.
30분 동안 읽을 수 있는 양이 적지 않다. 나 같은 경우는 어떤 책이든 - 특별한 목적과 이유가 없는 이상 - 한 챕터 이상을 읽지 못한다.
결국 한달에 한 10권을 쌓아놓고 한챕터씩 돌아가면서 읽는다. 그렇게 해야지 책에서 책으로 넘어갈 때 집중력도 흐트러지지 않고, 소화도 가능하고, 환기까지 된다.
딱 30분만 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하니 30분이면 적어도 5-7권 정도의 책을 한챕터씩 읽을 수 있다. 하루 딱 30분 + 그러나 매일 이 합쳐지면 250-300p의 책을 한달에 7권 정도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일년이 되면 생각보다 멋진 결과물이 나온다.
실제로 올 해 작년보다 두배 가까운 책을 읽었다. 작년보다 두세배 바쁘고 정신 없는 환경과 상황 속에서 말이다. 딱 30분만 하면 된다는 가벼운 목표가 묵직한 결과를 주었다.
이 경험이 삶 속에 숨겨진 보물상자를 여는 열쇠 같은 것을 만들게 해줬다. 30분에 집중했다. 시간을 주워담든, 쥐어짜든, 활용하든, 30분 만 만들어 내서 무언가를 해보자는 심보였다.
주말 빼고 매일 운동했다. 30분만 하면 된다 생각하니 편했다. 그런 마음으로 가도 하다 보면 40-50분 하게 되니 더 좋았다. 다이어트도 성공하고 건강해지고 몸도 많이 좋아졌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한 해 기준으로 글을 쓴 총량이 올 해가 제일 많았다. 매일 글 쓸 수 있는 시간 30분만 마련해서 쓰자를 실천했을 뿐이다. 헤아려보니 출간 될 책 원고까지 해서 거의 300편이 넘는 글을 쓸수 있었다.
아이와 놀이터에서 함께 놀아주는 시간도 30분이면 충분했다. 가족들과 함께 식사 하면서 핸드폰 따위를 보지 않고 이야기하며 고스란히 보내는 것도 30분이면 충분했다.
출근을 해서 내면세계를 단단하고, 침착하게 만드는 것도 그 30분의 철저한 개인 시간 속에 있었다.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에서 정지우 작가는 '시스템이 삶을 지켜낸다'라는 주제로 이런 말을 한다.
'아무런 형식도 없이 매일 되는 대로 살다보면 삶이 무너지는 때가 있다. 되는 대로 살지 말고 형식을 갖추어 살아야 한다. 형식이 삶의 내용을 실제로 만들어낸다.
시스템은 어른이 되어가는 일과도 관련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단순히 나이가 드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자기만의 '시스템'을 가지는 일에 가깝다. ...사람은 시스템을 통해 어른이 된다. (p53,55,58)'
이 '30분의 시스템'을 만들고, 처음에는 내가 이 30분을 지키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갈수록 이 30분이 나를 지켜주는 것을 발견한다. 생물학적 나이로 도달한 '어른'이 아닌, 의미적으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나를 끌어준다.
그러므로 나는 30분 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행여나 고작 30분 가지고 뭘 한다고 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당장 플랭크를 1분만 실천해보자. 그걸 30번 할 수 있는 시간이 30분이다.
30분은 사랑이다. 매년 반복되는 동일한 목표가 있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30분과 사랑에 빠지겠노라 라고 답하는 것.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오글거릴 것 같으니, 이 맥락을 듬뿍 담아 '그저 30분만 하세요'라고 말하겠다.
그러니 시작해보자, 딱 30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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