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윤종오 의원 : "(분류작업 영상틀고) 이거 분류작업 아니에요?"
쿠팡CLS 홍용준 대표 : "저희는 저거를 사회적 합의에서 얘기하는 분류작업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진보당 윤종오 의원 : "저도 현장에 가서 분류작업 해봤고요. A,B,C,D로 분류되어 있고, 노동자들은 A 또는 A, B를 가져다가 보니깐 실제적으로 한 차수 가져가는데도 1시간 넘게 걸리고요. 거기 대기시간까지 하면 2시간도 걸리고 이걸 3회전 하면 시간이 엄청나게 걸리는 겁니다."
지난 7일은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첫날이었다. 언론에서는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양평고속도로 등 소위 쟁점현안을 조명했지만, 이날은 쿠팡 과로사 중심에 있는 쿠팡CLS 홍용준 대표가 출석한 날이기도 했다.
지난 5월28일 로켓기사 고 정슬기님 죽음 이후 언론에서 확인되는 쿠팡 사망노동자만 3명이다. 쿠팡 과로사 해결을 위해 유가족과 시민사회는 환노위·국토위 합동청문회를 요구했지만 결국 불발되었다. 대신 홍용준 대표가 국토위와 환노위 국정감사에 각 하루씩 출석했다. 의원 개인이 증인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은 5분 남짓, 전국 1만 8천 로켓기사를 대신해 따져 묻기엔 참 짧은 시간이다. 여러 쟁점 중 실제 체험해본 '분류작업'에 관해 질의했다.
소위 '분류작업'은 2021년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이하 '사회적 합의') 당시 핵심 쟁점이었다. 코로나19 시기 택배기사 26명이 과로로 돌아가셨다. 당시 택배기사는 배송할 물품을 분류하는데 하루 평균 5시간을 썼지만, 대가는 받지 못했다. 공짜노동인 분류작업은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에 2021년 1월 정부, 택배업계, 과로사대책위 등이 모여 분류작업을 택배기사에게 전가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합의에 따라 현재 택배사들은 서브터미널에 분류인력을 투입하거나 분류작업에 대해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국토부가 실시한 <2023 생활물류 실태조사>을 봐도 분류작업 미수행 기사의 하루 평균 상차·적재시간은 1.7시간으로 부담이 대폭 줄었다. 하지만 쿠팡은 사회적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고 쿠팡 기사들은 공짜노동인 분류작업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다회전 배송을 강요하는 '클렌징 제도'에 따라 하루에 2번, 3번씩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쿠팡은 기사들 분류작업이 없다는 입장이다. 홍용준 대표는 국정감사에서 "사회적 합의에서 얘기하는 분류작업이라고 보지 않는다", "분류작업을 완료해서 전달하면 최대 2명의 기사가 롤테이너에서 가져가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소위 '소분류(통소분)'는 '분류작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는 '분류작업'에 대해 "택배 분류작업이란 다수의 택배에서 타인 또는 본인(택배기사)의 택배를 구분하는 업무", "차량별/개인별 분류작업 : 지역별로 기 분류되어 있는 택배를 배송차량 또는 택배기사의 배송구역별로 분류하는 업무"라고 정의한다. 즉, 롤테이너 물품을 차량별로 개인별로 분류하는 건 엄연히 '분류작업'이다.
대책위 실태조사 결과 쿠팡기사는 주 평균 64.6시간을 일한다. 분류작업은 일 평균 3시간 24분, 주6일 기준 20시간을 넘어간다. 전체 근로시간의 30% 넘는 시간이 분류작업에 투입되는 셈이다. 분류작업을 하지 않는 기사들 일 평균 적재·상차 시간이 1.7시간임을 감안하면, 쿠팡 기사들은 정확히 두 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이 시간만 줄여도 주 평균 근로시간이 54.4시간, 과로사 기준인 주 60시간을 넘지 않는다.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답은 이미 나와있다. 기사들에게 배송업무 외 작업을 전가하지 않고, 불가피하다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 된다. 단지 쿠팡이 '사회적 합의'에 들어오지 않기 위해, 기사들의 하루 3시간 24분 노동을 부정할 뿐이다.
홍용준 대표가 국토위 국감 증언에서 발언한 시간은 겨우 4분 30초가 채 안 됐다. 이 짧은 시간에 홍 대표는 사회적 합의문을 왜곡하고, 클렌징 제도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국정감사가 안되면 청문회를 통해서라도 쿠팡 기사들의 사라진 3시간 24분 노동을 되찾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