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중유세에 나선 지난 9일 부산도시철도 1호선 구서동역에 부착된 여당의 윤일현, 야당의 김경지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현수막.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중유세에 나선 지난 9일 부산도시철도 1호선 구서동역에 부착된 여당의 윤일현, 야당의 김경지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현수막. ⓒ 김보성

"마 거리를 둘러보소. 저래 사람이 없다 아입니까. 관심이 없어요."

당대표들의 동시 출격으로 요란한 유세 현장과 달리 9일 오후 부산 금정구 서동 골목길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작은 옷가게로 들어간 기자가 '10.16 재보궐선거 분위기가 어떻냐'라고 묻자 60대 후반인 이영자씨는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과거 선거 때와는 확실히 공기가 다르다"라고 말했다.

선거 유세장은 '열기', 동네 분위기는 '차분'

한글날이었던 9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일현 후보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경지 후보에게 화력을 쏟아부었다. 서로가 당력을 집중하면서 구서동 이마트 금정점, 장전동 부산대학교 유세장은 빨갛고 파란 색상의 옷이 넘쳐났다. 집결한 인파에 고무된 후보들은 지역경제 살리기나 폐쇄된 침례병원을 공공병원화할 적임자가 자신이라며 공약을 쏟아냈다.

전국적 격전지 급부상에도 이영자씨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모습이었다. 그는 "자기들만 시끄럽고, 뽑아봐야 싸우기만 한다. 난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거를 외면했다.

이씨만 그런 게 아니었다. 투표 이야기를 꺼내자 거리에서 만난 상당수가 대답을 피했다. 겨우 대화가 오간 40대 정아무개씨도 투표날 참여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씨는 "선거일이 평일인 데다가 바빠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10.16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동네 벽면에 선관위가 부착해 놓은 여야 후보 벽보.
코앞으로 다가온 10.16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동네 벽면에 선관위가 부착해 놓은 여야 후보 벽보. ⓒ 김보성

동네를 돌아보니 차분한 보궐선거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러나 이런 온도 차에도 여론조사상 지표는 여야 모두를 총력전으로 내몰고 있다. 끝을 쉽게 예단할 수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뉴스피릿·에브리뉴스>의 공동 의뢰로 에브리리서치가 지난 6~7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김 후보(45.8%)와 국민의힘 윤 후보(42.3%)는 오차범위 안 접전을 펼쳤다.

<국제신문>이 지난 1~2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도 김 후보(40%)와 윤 후보( 43.5%)는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박빙이었다. 두 조사는 각각 금정구 18세 이상 주민 500명, 505명을 대상으로 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런 양상은 보수텃밭으로 불리는 곳에서 나온 의외의 결과다. 지난 아홉 차례의 선거에서 변화의 바람이 분 2018년 지방선거를 제외하면 여덟 번을 보수 성향 후보가 금정구청장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대선에선 금정 투표 유권자의 60.7%가 윤 대통령을 밀었고, 지방선거에선 67.9%가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힘을 실었다. 지난 총선도 민주당(박인영)이 43.37%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56.62%를 얻은 국민의힘(백종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인구도 60대 이상이 3명 중 1명꼴로 분포돼 있다. 통계청이 운영하는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지난 9월 기준 금정구의 인구수는 21만1178명. 선거인 명부는 18세 아래 주민을 제외한 19만여 명으로 확정됐다. 이 가운데 60대 이상은 7만7000여 명, 40~50대와 20~30대는 각각 6만1000여 명, 4만8000여 명이다. 여당이 전통적 우세 지역으로 보는 배경 중 하나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가 일단 '경합'으로 나타나자 민주당은 사활을 걸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9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에서 10·16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의 유세를 지원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9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에서 10·16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의 유세를 지원하고 있다. ⓒ 연합뉴스

 10.16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앞두고 9일 이마트 금정점 건너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경지 금정구청장 후보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10.16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앞두고 9일 이마트 금정점 건너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경지 금정구청장 후보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 김보성

투표율 촉각에 '집토끼'인 지지층 잡기 사활

조국혁신당이 민주당과 단일화하면서 양강구도가 형성됐고, 결국 '집토끼 잡기'가 최대 관건이 됐다. 이들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가 변수다. 본투표일이 일주일도 남지 않아 여야는 지지층 결집에 안간힘이다. 금정구의 직전 지방선거 투표율은 20대 대통령(77%), 21대 국회의원(68.3%) 선거보다 모자란 51.3%. 이번은 보궐선거이기 때문에 이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칼을 간 듯 선명하게 목소리를 내는 건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재명 대표와 김경지 후보는 "야단쳐도 안 되면 권력을 내려놓게 해야 한다"라며 계속 정권심판 정서를 키우는 중이다. 9일 이마트 앞 유세에서 김 후보의 손을 잡은 이 대표는 "두 번째 심판의 기회"라고 호소했다. 한동훈 대표와 윤일현 후보는 "민주당이 정치싸움, 정쟁으로 오염을 시키고 있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같은 날 부산대 앞 유세에서 한 대표는 "이 대표가 (부산에) 와서 금정을 뺏어가겠다고 한다. 보고(만) 있겠느냐"고 결집을 당부했다.

여야 지지자들도 유불리를 따지며 선거 관련 질문에 날을 세워 반응했다. 구서동 아파트 단지 쪽에서 만난 박아무개(74)씨도 그중에 한 명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지켜야 한다는 박씨는 여당 후보를 밀겠다고 했다. 그는 "지역에서 일할 사람을 뽑는 선거에도 자꾸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공격해 꼴 보기 싫다. 난 절대 민주당을 찍을 생각이 없다"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내용을 부정한 박씨는 "실제로는 결과가 전혀 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김정민(39)씨는 정부에 실망감을 가진 이들이 나와 적극적으로 한 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전동에서 기자와 대화를 나눈 김씨는 "대통령이 말로만 자유, 공정을 외친다. 김 여사 의혹이나 채상병 특검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라고 고개부터 저었다. 민주당도 혁신당도 지지한다는 그는 "단일화까지 했는데 야권이 이겨 윤건희(윤석열·김건희) 정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라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부산#금정구청장#보궐선거#민주당#국민의힘
댓글1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