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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 시민들과 차 나눔, 어린이 차 겨루기 대회
군산 시민들과 차 나눔, 어린이 차 겨루기 대회 ⓒ 이숙자

13일 전북 군산에서는 '차 문화 한 마당' 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과 일반인 차 겨루기 대회가 열렸다. 장소는 이성당 앞 넓은 잔디 광장이다.

우롱차 찻자리 손님들 에게 차를 우려 내기 위해 준비한 우롱차 찻 자리
우롱차 찻자리손님들 에게 차를 우려 내기 위해 준비한 우롱차 찻 자리 ⓒ 이숙자

10월 달은 가을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일 년 중 가장 행사를 많이 하는 달이다. 날씨도 쾌청하고 맑아서 야외에서 행사하기 좋은 날이다. 볕에 앉아서 하는 행사라 약간 덥기는 했지만, 견딜만 했다. 외부에서 하는 행사는 날씨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날 군산시에서는 '차 문화 한 마당' 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과 일반인 차 겨루기 대회가 열렸다. 각종 찻 자리도 30 자리가 넘게 펼쳤다. 말 그대로 '차 잔칫날'이었다.

손님들이 차 마시는 장면 팽주 가 손님들에게 차를 우려 준다
손님들이 차 마시는 장면팽주 가 손님들에게 차를 우려 준다 ⓒ 이숙자

나는 시 낭송 '한국 시 낭송 문화 군산 예술원'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 회원들은 사전 행사로 시 낭송을 하기로 했다. 마무리 무대에는 권번입춤을 올리기로 한 날이다.

무대에서 시를 낭송하는 일은 시 낭송가로서 자주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매번 외워야 하는 시가 많아 나는 가끔은 힘겹다. 시간을 많이 할애해서 연습을 하고 또 연습을 해야 시 한 편을 외우고 있지만 나이 든 머리의 회전은 자꾸 느려진다.

전날 밤 한복을 두 벌 다림질 했다. 한 벌은 시 낭송 할 때 어머니 역인 한복, 다른 한 벌은 차 겨루기 대회 심사할 때 입는 한복이다.

일단 다도 수업을 마치고 입지 않을 듯한 옷이 밖으로 나와 바람을 쏘인다. 아직은 몸이 움직일 만해서 행사에 참석할 수 있어 감사하다.

식전 행사로 시 낭송이 끝나고 나는 심사 위원 석에 앉아 차 겨루기 대회에 참석한 어린이들 심사를 하기 시작했다.

70명이 넘는 초등학생 어린이들은 모두 하나 같이 진지한 모습으로 차를 우려낸다.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꼭 안아 주고 싶은 마음이다.

차를 배우면 아이들 심성에 좋고, 예의 바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세상이 급속도로 변하고 사람 사는 생활 태도마저 많이 달라져 가고 있는 요즈음, 오늘은 분주한 마음 잠시 내려 놓고 쉼을 하면서 차 한잔하는 여유를 갖도록 시민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내 생각에, 차를 배우고 차를 우려 마시는 행위는 청소년의 정서 함양에 많은 도움을 준다. 다도 교육은 차를 우려 마시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지만 차의 정신을 알게 되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있다.

차를 가르치며 우선 예절 교육도 함께 공부한다. 덕분에 사람으로서 갖추고 살아야 할 덕목, 더 나아가 사회인으로서의 지켜야 할 예절, 가족 간에서도 지켜야 할 예절 등을 배울 수 있다. 차 생활은 상대를 배려하고 자기 성찰 등 정신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 매우 크기 때문다.

앞서 조상들이 차를 즐겨 마셨던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건강에 이롭고, 둘째는 사색 공간을 넓혀주고 마음의 눈을 뜨게 해 주며, 셋째는 사람으로 하여금 예의롭게 해 주기 때문이다.

초등 학생들의 차 우리기 대회 차 우리기 대회 심사 과정
초등 학생들의 차 우리기 대회차 우리기 대회 심사 과정 ⓒ 이숙자

차 겨루기 대회를 심사할 때도 심사 기준의 으뜸은 차를 우려내는 순서보다는 태도다. 몸 가짐이 바른 자세로 얼마나 차와 함께 몰입을 하면서 단정하고 공손한 자세로 차를 우려내는지 거기에 많은 점수를 준다.

천방지축 뛰어놀 수 있는 나이인 초등학교 저 학년들, 그 중에 유치원생도 있다. 너무 귀엽다. 차를 배우고 있는 애들에게도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차 겨루기 대회 전 인사하기 초등학교 학생들이 차 우리기 전 인사하기
차 겨루기 대회 전 인사하기초등학교 학생들이 차 우리기 전 인사하기 ⓒ 이숙자

고사리 손으로 차를 우려내고 공손하게 차 마시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보고만 있어 흐뭇하다. 이날 차 겨루기 대회에 나온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의 일환으로 차 선생님들이 다도 생활을 교육 시켜 나온 어린이들이다.

차를 배우고 차를 우려 마시는 행위는 단순한 공부가 아니다. 정신적으로 좀 더 성숙할 수 있는 어린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비록 지금은 어린 나이지만 성장해서 사회인이 되어서도 차 생활 했던 날들이 기억에 남아 살면서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사회가 빠르고 변하여 빨리빨리 문화에 길들여지는 우리 젊은이들, 지금의 현실이 때론 아쉽다. 남을 배려하기보다는 내가 먼저고 가족 간에 대화도 사라지고 사회도 경쟁 사회로만 치닫고 있다.

특히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것은, 혼자 사는 노인 세대가 늘어간다는 뉴스다. 소통이 줄어들고 혼자 사는 독립 가정이 늘어나는 현실, 모두가 외롭다는 말들을 많이 하고 사는 요즘이다. 차를 알고 차 한잔 우려 마시며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고 소통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나눔을 하고 사는 일은 어디를 가든 차를 준비해 가지고 가 눈에 보이는 사람들에게 차 나눔을 하면서 생활한다. 차 나눔은 내가 차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의 자세다. 가지고 있는 것을 공유하고 나눔을 할 때 행복해 지는 것은 나 자신이다.

나는 오랫동안 차 생활을 하면서 생활의 좋은 변화가 많았다. 삶의 충족도 느낀다. 전통문화를 알아가는 일 등 다도는 어쩌면 종합 예술이라 말하고 싶다. 공부해야 할 거리가 많다.

나는 차를 마시며 차의 정신으로 많은 걸 누리며 살고 있다. 행복은 물질로만 채워지는 건 아니다. 차 공부를 하고 차를 우려 마시며 나와 더불어 사회와 정신적인 풍요를 가져다준다는 걸 차 겨루기 대회를 마치며 작은 소망을 가져 본다.

차 겨루기 심사 과정 어린이 차 겨루기 심사 과정
차 겨루기 심사 과정어린이 차 겨루기 심사 과정 ⓒ 이숙자

이날 차 겨루기 대회와 차 나눔은 군산의 차를 사랑하는 '차인'들이 가을 하늘 아래 펼친 차의 한 마당 잔치였다. 시민들은 차 향기에 취하고 마음이 그윽해지는 가을 날이었다.

오랜 시간 뜨거운 가을볕 아래 차 겨루기 심사를 했지만 어제는 전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차 생활을 오랫동안 해 왔던 나는 어제는 젊은 후배들이 우리의 전통과 차 문화 확산을 위해 수고하고 있는 차인들 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차 겨루기 대회에 참여한 우리 어린들, 상과는 무관하게 차를 배우고 차를 마시며 세상 속에서 더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우리의 사라져 가는 전통 문화와 차 생활이 다시금 되살아나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많이 배우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환경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차#겨루기#대회#차의#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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