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공중파 TV보다는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이 더 많다. 중간중간 나오는 광고가 귀찮아서 몇 년 전부턴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다양한 채널을 구독하고 있는데 그중엔 가전제품, 가구, 기타 생활용품 등을 수리하는 채널도 구독하고 있다. 집에서 사용하는 소형 가전이 고장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유튜브 영상을 보며 자가 수리를 할 때가 많다.
물론 자가 수리가 항상 가능한 건 아니다. 고장이 난 물건의 상태나 성능에 따라서 자가 수리보다는 해당 제품의 전문가를 부르거나 A/S를 맡겨야 할 때도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도 있고 수리 비용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경험할 수도 있다.
욕실 수전에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어제 아침에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한숨을 푹 쉬시고 목소리에도 힘이 없으셨다.
"야, 화장실 수도꼭지에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진다. 와서 좀 봐줘!"
"꼭지를 꽉 안 잠근 거 아니에요?"
"꽉 잠갔어, 그래도 한 방울씩 떨어져."
"언제부터 그랬어요?"
"며칠 전부터 샜는디 오늘은 더 심햐.
"한번 가서 볼게요."
전화를 끊고 바로 어머니 집에 가서 확인을 해보니 욕실 벽에 붙은 수도꼭지 끝에서 물이 욕실 바닥으로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수도꼭지는 꽉 잠겨 있었다. 수도꼭지 손잡이도 빡빡해서 어머니는 매번 수도 사용이 불편하다고 하셨다. 결국 수전을 모두 교체해야 할 상황이었다.
"고치기 힘들면 그냥 수리하는 사람 부를까?"
"고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그럼 고쳐 봐."
화장실 양변기에서 물이 흘러 넘쳤다
두 달 전이었다. 내 집 화장실 변기통에서 물이 넘쳐 흘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기통에서 흘러 넘치는 양이 많았다. 걱정 가득한 심정으로 변기 안을 살펴보았다. 부속품 중 하나가 낡아서 제 기능을 못하고있었다.
처음엔 전문 설비 업자를 부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비용도 걱정되었고 변기통 내부를 유심히 살펴 보니 해당 부속품만 있으면 자가 수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튜브에서 변기 부속품 교체 영상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교체 방법이 어렵진 않아 보였다.
쿠팡에서 해당 부속품(필 밸브 볼탑)을 팔았다. 가격도 저렴했다. 주문을 하고 다음날 부속품을 받았다. 하지만 막상 교체를 시도 해보니 영상에서 보는 것만큼 쉽지는 않았다. 역시 아무리 쉬워 보여도 처음은 어렵다. 그렇게 두 시간이 넘게 땀을 뻘뻘 흘리며 닦고 풀고 조이고를 했다.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치고서 마침내 부속품을 교체 할 수 있었다. 교체를 완료하고 변기통 물을 내리자 시원하게 내려갔다. 이어서 물이 일정한 수위까지 차오르더니 더 이상 넘치지 않았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닦고 조이고 풀기를 반복하니 이게 되네
유튜브로 수전을 교체하는 영상을 검색했다. 관련 영상이 꽤 많았다. 영상을 보니 교체 방법이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껏 수전은 한 번도 교체해 본 적이 없었다. 쿠팡에서 수전을 검색해보니 가격이 이만 원이 조금 넘었다. 어머니는 오늘 수전을 교체하고 싶어 하셨다. 나도 오늘 마무리 짓고 싶었다. 집 근처 철물점에 갔는데 비슷한 모델이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쿠팡보다 두 배다.
오늘 새벽에 쿠팡에서 주문한 수전이 도착했다. 점심을 먹고 수전 교체에 필요한 공구함을 챙겨서 어머니 집에 갔다. 한 차례 심호흡을 한 후, 먼저 고장난 수전을 제거했다. 고장난 수전을 제거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새 수전을 벽에 고정시켰다. 처음이라 한 번에 완벽히 되지 않았다. 수전을 고정하고 물을 틀자 벽과 수전이 연결된 부위에서 물이 줄줄 흘렀다. 수전을 고정시켰다가 빼기를 서너 차례 반복했다.
하지만 계속 같은 부위에서 물이 셌다. 자세히 보니 고무 패킹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새로 구입한 수전에 있어야 할 고무패킹이 없었다. 고심 끝에 고장난 수전에서 고무패킹을 빼서 새 수전 연결 부분에 넣었다. 다행히 크기가 맞았다. 수전을 다시 벽에 붙은 자리에 고정시키고 수도를 살짝 열었다.
"오메, 인자 물이 안 새네."
"고무 패킹이 문제였나 봐요."
거실에서 조용히, 하지만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계시던 어머니의 근심 가득하던 표정이 환히 밝아지시면서 목소리도 힘이 들어가셨다. 몇 차례 수도꼭지를 틀었다가 잠그기를 반복했다. 더 이상 물이 새지 않았다. 수전이 벽과 연결된 부위를 다시 꼼꼼하게 조였다. 잠갔던 수도를 열고 수도 꼭지를 최대한 틀었다. 꼭지와 샤워기에서 물이 시원하게 쏟아졌다.
"이상 없네요."
"오메, 인자 그럼 이상 없어?"
"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하루나 이틀 사용 하시고 이상 있으면 전화 주세요."
"그래, 우리 아들 고생했다. 사람 불렀으면 돈도 많이 들었을 텐데."
집에서 생기는 간단한 문제들은 이제 웬만하면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문제를 해결할 때가 많다. 전문 설비 업자를 불렀으면 수리 비용이 곱절은 더 들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해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어떤 면에서 유튜브는 좋은 교보재이자 선생이다. 머리 조금 쓰고 몸 조금 고생하면 시간도 아끼고 무엇보다 비용도 절약할 수 있으니 참 좋다. 좀 더 경험 쌓아서 아예 이쪽 길로 나가 볼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블로그와 다음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