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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군내 세 곳의 임시동물보호시설 중 한 곳인 축사 형태의 비닐하우스 보호소.
예산군내 세 곳의 임시동물보호시설 중 한 곳인 축사 형태의 비닐하우스 보호소. ⓒ <무한정보> 황동환

예산군이 민간에 위탁한 동물보호센터를 11월부터 직영 전환한다. 동물보호단체가 부실한 센터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자 내린 결정이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예산동물보호센터에 안락사 명단이 공고되자 동물보호 활동가가 해당 유기견(시츄)을 구조하러 갔다가 목격한 열악한 유기동물보호 상태가 발단이 됐다.

군은 센터가 군내 발생 유기견·유기묘를 구조·치료·보호·입양 등을 법과 규정에 따라 수행하지 않은 정황을 확인하고 4일 민간에 구두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동물구조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김세현 대표는 "지난 9월 17일(추석) 봉사자가 보호시설에 갔더니 유기견들 밥그릇에 사료와 물이 비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18일에도 그대로였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날 오후 5시에 예산군에 내려갔다. 시츄는 여러 군데 물린 채 방치돼 있었다. 큰 개와 합사했기 때문이다"라며 "이날 연락을 받고 보호시설에 나온 A소장(센터 책임자) 입회 하에 해당 유기견을 병원으로 옮겨 5일 동안 입원 치료 뒤 현재 전남 광주시 임시보호시설에서 보호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장 칩 확인 결과 주인이 있었다"며 "동물보호센터의 첫 번째 목적이 주인을 찾아주는 것인데, 리더기로 내장 칩 유무을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이에 김 대표와 예산군 명예동물보호관 2명은 군수 면담을 신청했고, 이들은 4일 열린 간담회를 통해 센터의 주먹구구식 운영과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군 동물복지행정을 지적했다. 간담회엔 최재구 군수, 군청 담당 직원, A소장, 동물병원 B원장 등이 참석했다.

게다가 이날 간담회 전에 동물보호 활동가들과 군 관계자가 함께 군내 임시동물보호시설 세 곳 중 하나인 비닐하우스 시설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유기견 한 마리가 죽어 있는 것을 목격 하기도 했다. 시설 운영 책임자인 A소장은 이같은 사실을 모른 채 간담회에 참석해 동물보호 활동가들의 질타를 받았다.

군은 이날 간담회를 통해 김 대표와 명예동물보호관에게 ▲위탁계약 해지 ▲동물보호팀 전담직원 외 1명 추가 배치 ▲유기견 보호소 입소 전 홍역·전염병 등 유무 확인 위한 키트 검사 ▲고양이는 입소하지 않고 병원 치료 뒤 방사 ▲저급사료 사용 중단, 중급 이상의 사료 제공 ▲동물병원 지하보호소, 비닐하우스 보호소 완전 폐쇄 ▲신설 임시보호소 차양막 설치 등 시설개선과 치료, 대형·소형견 분리 위한 추가 견사 확충 ▲보호시설 내 CCTV 설치 ▲안락사 명단 공개 및 안락사 집행시 군청 직원 참관 ▲동물보호센터 건립 등을 약속했다.

간담회 뒤 김 대표는 기자와 통화에서 "몇 년 전부터 시설개선과 담당 인력 증원, 동물보호팀 신설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예산군의 동물복지 행정 수준이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라고 강도 높게 성토했다.

이어 "10월 중에 간담회를 한번 더 열어 군이 이번에 약속한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확인할 예정이다"라며 "예산군은 마당개 중성화 수술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게 문제다. 이에 대한 마련도 요구할 계획이다. 유기견 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충남도 관계자들은 지난 8월 7일 예산군 유기견 보호시설 2곳을 방문해 실태를 점검한 뒤 "TV 보도를 보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며 "예산군도 동물보호시설 관리를 서둘러 직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군 관계자들이 당시 ▲전담 행정인력 충원 ▲동물보호센터 건립 ▲직영체제 전환 등의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서 가장 먼저 직영 전환이 이뤄진 셈이 됐다.

 예산읍 대회리 야구장 뒤 군유지에 위치한 임시유기동물보호시설.
예산읍 대회리 야구장 뒤 군유지에 위치한 임시유기동물보호시설. ⓒ <무한정보> 황동환

군 관계자에 따르면 동물병원 지하보호소와 10평 남짓 크기의 비닐하우스 보호시설 폐쇄는 민간위탁 계약 해지로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비닐하우스 보호소는 동물보호법상 기준(15㎏ 대형견은 100x150x100㎝ 이상 공간 제공)을 충족하지 않은 뜬장에 여러 마리를 동시에 가둬 보호하고, 법상 갖춰야 할 진료·격리실 등을 갖추지 않은 등의 문제로 동물보호단체로부터 2020년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시설 개선 지적을 받았지만 반영되지 않았던 시설이다.

간담회가 있던 다음날인 5일 현장 확인 결과 뜬장에 가둔 개는 없었지만, 뜬장 옆에 설치된 울타리 안에 중형·소형견 8마리를 한꺼번에 가둬 보호하고 있었다. 바로 앞 또 다른 울타리 안에는 다리에 털이 빠진 채 상처가 난 유기견 1마리와 소형견 2마리가 갇혀 있었다.

전국 지자체 유기동물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포인핸드' 누리집에 따르면 예산동물보호센터에 왔다가 죽은 유기동물은 2022년 644마리 중 427마리(66%), 2023년 590마리 중 392마리(66%)로 나타났다. 올해는 1월부터 10월 9일까지 센터에 왔다가 죽은 유기동물은 503마리 중 266마리(53%), 입양 80마리, 반환 8마리, 방사·기증 각 1마리로 집계됐다.

특히 통계상으로 147마리는 보호 중이어야 하지만 실제 군내 2곳의 임시보호시설 방문 결과 유기견 13마리만 확인됐다. 이에 군 관계자는 "센터 소장이 업무 장부를 한두 달치씩 모아 군에 제출하면서 미처 시스템에 올리지 못해 발생한 차이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현재 동물 등록업무는 1명의 직원이 담당하고 있다. 해당 직원은 동물보호 업무 외에 가축방역 일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수습 직원 1명이 그를 돕고 있지만, 군청 직원 한 두 명이 전담 업무도 아닌 유기동물 포획부터 민원 응대까지 전체 동물복지 업무를 감당하는 것이 버거운 상태다.

군은 급한대로 그동안 센터의 임무였던 포획, 등록·공고, 보호, 입양, 안락사 등의 업무에 대해 군청 직원들과 기간제 근로자 1명을 채용해 직접 처리할 계획이다. 새로운 진료 병원도 찾고 있다.

동물보호센터 건립과 관련해 군 관계자는 "올해 내에 혹은 늦어도 내년 3월 정부 공모 신청 전인 2월까지 건립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며 "준비과정을 고려하면 2026년에 본격적인 건립이 추진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군도 이제는 정부와 충남도, 동물보호단체 등이 꾸준히 제기했던 팀 단위의 동물복지행정 조직을 신설을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 에도 실립니다.


#동물복지,#동물보호소,#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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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지역신문인 예산의 참소리 <무한정보신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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